'마약과의 전쟁' 필리핀서 압수한 마약 빼돌리기 만연

'마약과의 전쟁' 필리핀서 압수한 마약 빼돌리기 만연

연합뉴스 2019-09-19 12:56:26 신고

"정부·경찰과 유착된 정치인 '마약 여왕'이 매주 2∼3㎏ 유통"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3년여간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경찰과 마약단속국 직원들이 압수한 마약을 빼돌려 밀거래는 일이 만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런 아키노 필리핀 마약단속국(PDEA) 국장은 "PDEA와 다른 법 집행 기관(경찰)에서 압수한 마약을 팔거나 이른바 '세트업'(set-up·계략) 범죄에 활용하기 위해 일부를 빼돌리는 일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아키노 국장은 "특히 일선 단속부서에서 이처럼 마약을 재활용하는 일이 만연해 있다"면서 "압수한 마약의 절반을 빼돌리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라고 밝혔다.

아키노 국장은 또 "폐기되지 않고 현재 창고에 보관된 마약이 220억 페소(약 5천35억원)어치에 달해 이마저도 조금씩 빼돌려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PDEA는 부패한 경찰관들로부터 마약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마약 여왕'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정부, 경찰과 강하게 유착된 이 여성 정치인은 기초단체 대표를 포함한 공급책 17명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마닐라에 있는 마약 여왕을 체포하려고 5∼6개 건물을 급습했지만, 정보가 누설돼 실패했다"면서 "그는 마약 10∼20㎏을 가져가도 두말없이 사들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아키노 국장은 "마약 여왕 조직을 통해 마닐라 지역에서만 매주 2∼3㎏의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약 여왕의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버나드 바낙 경찰청 대변인도 "일부 부패한 경찰관들이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여전히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 1일부터 대대적인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벌여 지난 7월까지 경찰과의 총격전 등으로 숨진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것만 6천847명이다.

인권단체들은 용의자를 재판 없이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으로 인해 실제 사망자가 2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은 "법 집행기관들이 압수한 마약을 재활용하는 것은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프랭클린 드릴론 상원의원도 "이 같은 지긋지긋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 위험 비웃는 2030…"호기심 차단해야" (CG)
마약 위험 비웃는 2030…"호기심 차단해야" (CG)[연합뉴스TV 제공]

youngky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9/19 12: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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