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떠난 2030… '온라인 탑골공원' 탄생

차트 떠난 2030… '온라인 탑골공원' 탄생

한국스포츠경제 2019-09-22 11:19:10 신고

'인기가요' 옛 MC 안재모(왼쪽)와 김민희.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최근 SBS가 유튜브에서 방송하고 있는 '인기가요' 스트리밍이 최고 동시 접속자 수 2만 2000여 명, 평균 수 천 명의 접속자 술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요' 스트리밍에는 한국 가요계의 황금기라 일컬어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의 방송분이 주로 등장한다. 그 시절을 곱씹는 누리꾼들의 집결지가 된 이 곳에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가요계 전반에서 이런 '레트로 트렌드'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SNS로 이름을 알린 가수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 장기 집권을 하면서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는 2030 세대들이 음악을 즐길 새로운 수단을 찾게 됐고, 자연히 이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음악들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KBS와 MBC도 '가요톱텐,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등의 과거 방송분들을 유튜브를 통해 송출하고 있다. 

■ 연예계 전반 관통하는 '레트로 붐'

복고 열풍은 올해 가요계를 관통하는 주된 키워드라 할 수 있을만하다. 1980년대~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시티팝, 포크 등의 장르들이 재주목을 받았고 김현철, 최백호, 정태춘-박은옥 부부, 서영은 등 반가운 얼굴들이 새로운 앨범과 공연으로 음악팬들 곁을 찾았다. 김완선의 경우 자신의 히트 곡인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재녹음,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해 지난 달 말 공개했다.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MV 속 한 장면.

단순히 과거의 인물이나 그 때의 장르가 돌아온 것만도 아니다. 젊은 트로트 가수로 주목받고 있는 한여름은 '레트로 방가'라는 신곡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여자)아이들, 강효준, 케이시 등 10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령대가 낮은 스타들도 레트로 감성, 레트로 풍의 음악들을 들고 나왔다. 레트로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레트로라는 의미의 '뉴트로'라는 표현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특집 '토토가' 이후 한 동안 잠잠했던 공연계 역시 다시 그 시절 스타들을 소환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는 다음 달 5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시민체육공원에서 열리는 '블로그램 슈퍼콘서트'가 있다. 김건모, 코요태, 백지영, 조성모, 채연 등이 출연, 1990년대~200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무대들을 꾸밀 전망이다.

방송계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특히 JTBC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은 '무한도전'에서 젝스키스, H.O.T. 등의 재결합을 추진했던 것처럼 그 시절 톱 걸 그룹이었던 핑클을 소환해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핑클은 해체 이후 처음으로 팬들을 초대해 공연을 꾸미고 신곡을 계획하며 시청자들까지 추억 여행에 빠트렸다.

'캠핑클럽'에 완전체로 출연하며 관심 모은 그룹 핑클.

■ 2030에겐 추억을, 10대에겐 신선함을

물론 '토토가'나 tvN 종영극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등의 시리즈 이후 연예계가 한동안 '복고' 키워드에 주목했던 적은 있다. '1990년대'가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일종의 신드롬처럼 번져나가기도 했다. 젝스키스의 경우 이 같은 붐에 힘입어 YG엔터테인먼트에 새둥지를 틀고 현역 아이돌로 복귀, 활동을 이어나갔고, H.O.T.는 지난 해 재결합에 성공, 정상급 아이돌 스타들도 잘 엄두를 내지 못 하는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가요계와 연예계 전반에서 흐르는 '복고 흐름'은 앞선 경우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어떤 단일 프로그램이나 스타 개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온·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흐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 SNS에서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니홈피'와 관련한 게시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복고풍 아이템이나 디지털 음원 시장 형성 이후 퇴보 길을 걷던 LP, 턴테이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인기가요' 스트리밍 채팅창에서는 "이 시대 음악들이 제일 좋았지", "요즘엔 정말 들을 노래가 없다"는 누리꾼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레트로'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2030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주고, 그 시절을 모르는 10대들에겐 신선한 콘텐츠로 와닿으면서 계속 그 파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콘텐츠를 통해 10대들은 홍상수 감독의 연인으로만 알고 있던 김민희의 하이틴 스타 시절을 확인하고, 지금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가 된 보아가 10대 초반 가요계에 당차게 데뷔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레트로, 뉴트로 열풍이 한 동안 연예계에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인 방송 시장이 성장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콘텐츠 경쟁 속에서 과거의 것을 재가공하는 것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시간·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 문화 콘텐츠의 주소비층인 30대 중·후반으로 성장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업계에서는 '세기말'이라고도 불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가요계를 '황금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앨범이 많이 팔렸고 전국민이 다 알 정도의 유행가가 탄생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무대 의상이 지금보다 훨씬 화려하고 콘셉트도 '우주', '사이보그'처럼 독특했다. 이렇게 즐길거리가 많은 문화이기 때문에 지금의 10대, 흔히 Z세대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도 소구가 되는 것 같다"면서 "그 때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소비력이 없어 적극적인 활동을 못 했던 이들이 LP를 사고 1990년대를 콘셉트로 한 파티나 공연을 즐기면서 적극적인 소비 행태를 보인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이상 레트로 콘텐츠의 공급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스브스 뉴스 캡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MV 캡처,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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