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푸르스름한 세월 고요한 바램…이곤 '콤트레이스'

이데일리 2019.10.10 00:35

콤트레이스-푸르스름한 녹색의 지붕과 돌벽(사진=갤러리그림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나는 지붕이다. 눈·비·햇빛을 피하려 건물 꼭대기에 설치하는 덮개. 집의 구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서까래나 기둥조차도 지붕을 떠받치기 위한 도구라고 하니. 다른 하나는 벽이다. 건물 안팎을 둘러막은 구조물. 이 또한 중요하다. 밖으로부터 내 영역을 가르는 기준이니까.

지붕과 벽은 작가 이곤이 ‘시간의 작용’에서 건져낸 두 가지다. 그 둘만으로 집 한 채의 완성을 봤다.

작가는 수십년 수백년 흔들림없이 제자리를 지켜온 건물에 관심이 있다. 키워드는 ‘고요함’이다. 오랜 시간 빛·바람에 노출된 건물은 ‘고요하게’ 바랜 색을 가지고 있더란 거다.

‘콤트레이스(Comtrace)-푸르스름한 녹색 지붕과 돌벽’(2019)은 한옥의 생명이라 할 지붕과 벽의 의미를 살려낸 작품.

방식은 이렇다. 천연재료로 물들인 한지를 작은 나무판에 붙여 조각을 만들고 캔버스에 얹어 옛 건물을 복원하는 거다. 시간의 작용에 역시 본색을 내놓아야 하는 종이가 건물의 세월이 돼줬다. ‘푸르스름한 녹색’(bluish green)은 괜히 나온 테마가 아니었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개인전 ‘고요한 흔적’(Tranquil Trace). 한지 조각. 131×175㎝.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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