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28 ·탬파베이)의 '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에서 선구안이 가장 뛰어났던 타자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다. 트라웃은 134경기에 출전해 볼넷 110개를 골라냈다. 전체 타석 대비 볼넷 비율이 18.3%. 규정타석을 채운 135명의 타자 중 1위였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의 참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O-Swing%이다. O-Swing%는 스트라이크존 밖 스윙 비율. 수치가 낮을수록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부정적인 건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밖 콘택트 비율인 O-Contact%가 높으면 큰 문제가 없다.
블라디미르 게레로(전 볼티모어) 같은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배드볼 히터'의 경우 O-Swing%가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준급 타자는 O-Swing%가 낮다. 그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타석에 들어선다. 트라웃은 올해 O-Swing%가 20.5%로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18.8%)과 토미 팜(탬파베이·20%)에 이어 리그 전체 3위였다. 브레그먼은 올 시즌 41홈런, 팜은 3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내며 소속팀을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최지만의 선구안도 수준급이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올 시즌 O-Swing%가 24.1%이다.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리스 호스킨스(필라델피아·24%)에 이은 리그 15위 수준. 팀에선 팜 다음이다. 트라웃이 데뷔 첫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2015년 기록(23.8%)과 비슷하다. 2017년 이 수치가 35.3%까지 치솟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남긴 의미 있는 이정표 중 하나다.
볼넷은 '덤'이다. 최지만의 전체 타석 대비 볼넷 비율 13.1%이다. 상위 16위에 해당한다. 487타석에서 볼넷 64개를 얻어냈다. 2할 6푼대 타율로 3할 6푼대 출루율을 올린 비결 중 하나다. 볼넷이 많으니 출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12일과 13일에 열린 텍사스전에서 총 7볼넷을 골라내며 구단 역사상 신기록인 10타석 연속 출루를 달성한 게 우연이 아니다.
지난 9일에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4차전에선 2타수 1안타 3볼넷 활약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했던 저스틴 벌렌더를 상대로 볼넷 3개를 끌어냈다. 벌렌더는 0-4로 뒤진 4회 2사 후 최지만에게 볼넷 허용 후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세 타석 모두 풀카운트 승부였는데 결정구로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볼을 모두 참아냈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선구안이 좋다. 공을 잘 골라낸다"며 "어이없는 공에 배트가 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지나치게 기다리거나 공을 본다는 느낌도 적다"고 했다. 이어 "볼카운트가 몰리면 공을 쫓아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게 큰 무기다. 이전에도 선구안이 나쁘지 않았는데 안정적으로 출전하면서 타석에서 잘 속지 않는다"고 했다.
최지만은 보완점도 뚜렷한 타자다. 정확도(통산 타율 0.248)를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출루율 하나만큼은 확실한 강점이다.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은 충분하다. 그에겐 '눈'이 또 다른 무기이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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