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체전 성화 꺼졌지만 화합의 큰뜻 새겨야

이데일리 2019.10.11 06:00

제100회 전국체전을 환하게 밝혀 오던 성화가 어젯밤에 꺼졌다. 전국체육대회의 전신이 됐던 전조선 야구대회가 일제시대인 1920년 서울 정동의 배재학당에서 처음 열린 지 어느덧 한 세기가 지난 것이다.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진행된 이번 체전에는 전국 17개 시·도 선수단뿐 아니라 재미·재중 동포들을 비롯한 해외선수단 등 모두 2만 9000여명이 참가해 전국체전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행사를 즐겼다. 100년을 맞았다는 역사성 때문인지 과거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운 편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진행된 경기에서 선수들은 소속 지역의 명예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부으면서 열전을 보여줬다. 더구나 내년 7월 열리는 제32회 도쿄올림픽의 전초전을 겸한 대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경기도의 18연패를 저지하고 24년 만에 모처럼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렇다고 순위 싸움과 성적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음 문제다. 운동 경기를 위해 전국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다는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

전국체전은 민족의 고난과 역경의 시기를 같이해 왔다. 단순한 체육 행사가 아니었다. 일제 치하에서는 나라 잃은 설움과 울분을 토해내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던 행사였다. 광복 후에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를 배출하면서 ‘코리아’의 국가 위상과 국격을 드높이는 기틀이 됐다.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 그 결과다. 축구·야구·배구 등 전통 구기종목에서는 물론 양궁·사격·체조 등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나란히 활약하게 된 바탕이 전국체전에서 다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잠실벌을 밝히던 성화는 꺼졌지만 이번 서울체전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맞는 또 다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구나 보수·진보로 나뉘어 국론이 두 갈래로 분열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전국체전이 지난날 식민 치하에서도 운동경기를 통해 우리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했듯이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치유하는 데도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합과 평화는 스포츠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이다. 100년을 지켜 온 그 정신은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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