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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말기 환자에게 가장 상처주는 의외의 말들

책식주의 2019-10-11 08:00:23 신고

출처책식주의

나는 위암 말기 환자이다. 내가 위암 말기일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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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4기입니다. 4기라면. 말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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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고도 딱딱한 의사의 목소리로 조직 검사 결과를 들은 그날, 엄마와 나는 숨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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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 제일 친절한 항암 치료 교수님으로 알아봐 줘. 응. OO교수님 추천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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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병원이죠? OO교수님으로 예약 바꿔주세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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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나이 38년 2개월인 나는 두 돌 아기 엄마이자, 무뚝뚝한 남편의 아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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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무뚝뚝한 남편과 툭하면 싸웠다. 그런데 내가 아프면서 남편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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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침대 동생은 신랑이 너무 울어서 더 슬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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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한 번도 울지 않았고 나를 환자 취급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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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표현 없는 남편이 섭섭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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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앞에서 나는 환자가 아니고 한결같이 반지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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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아들은 때때로 시댁에서 봐 주셨다. 반지야, ‘엄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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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삐용삐용 가떠? 말도 못 하는 두 돌 잡이 아들의 말에 눈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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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육아 시절에는 아들이 빨리 컸으면 했는데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간이 많아지니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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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시간은 영원할 거라고 믿었다. 나는 왜 진작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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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누군가를 위로하기는 참 어렵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가끔 힘이 빠진다. 괜찮지? 억지로라도 먹어. 요즘 암은 별거 아니래. 몇 기인지가 뭐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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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마셔도 장이 꼬이고, 토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할 만큼 고통스럽다는 걸 알면 그런 말은 쉽게 못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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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았던 건 무슨 일이든, 내가 답이 있든 없든 꾸준히 보내 주는 문자 메시지들이었다. 지금 잘하고 있어. 네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미안해. 말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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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나서 좋은 점은 생각지도 못한 소중한 이들이 내 옆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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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항암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 나는 다시 난소로 암이 전이되어 표적 항암 치료로 넘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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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년처럼 절망적이지는 않다. 1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80%라는데, 살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80% 확률을 지나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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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야호! 1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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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4기’ 선고를 받은 날부터의 기록을 담은 그림 에세이『사기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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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회 작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과 그림을 꾸준히 올리며 SNS에서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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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음대로 안 됐지만, 투병만은 마음 먹은 대로 해보겠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윤지회 작가의 사기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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