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범퍼가 왜 이렇게 커 보이지?

내 차 범퍼가 왜 이렇게 커 보이지?

오토카코리아 2019-10-17 09:54:04 신고

계속 커져만 가는 자동차의 덩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에게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가 자동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이유를 확인해 본다

좁은 시골길로 차를 몰고 들어가기가 어려운가? 슈퍼마켓 주차장에 차를 대기 불편한가? 차고에 차를 넣고 나면 문 열고 내리기 어려워 아예 차고를 안 쓰는 건 아닌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21세기 자동차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차들이 점점 더 크고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의 폭스바겐 폴로가 1974년에 나온 오리지널 폭스바겐 골프보다 더 커졌으니 말이다. 차들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이유도 명확하다. 오프셋 및 측면 충돌, 지붕 충격 시험은 물론 보행자 보호 등 오늘날의 엄격한 충돌안전 규정을 충족하려면 차체 구조에서 파손 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커야 한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폭스바겐 골프도 그러하다

좋든 나쁘든, 차들이 더 커지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식습관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의 덩치는 점점 더 커져왔다. 풍족한 영양섭취 덕분에 키도 커졌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몸집도 커졌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의 유혹과 점포망 확대 덕분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었다. 1998년 당시 유럽 포드 제품 개발 책임자였던 리처드 패리존스(Richard Parry-Jones)가 에스코트의 뒤를 이은 1998년형 포커스를 무척 더 크게 만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커지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물론, 충돌 안전을 위해 길이를 늘이고 탑승자를 위해 높이를 키우면서 차체를 넓히지 않으면 조금 이상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몇몇 차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차들은 불필요하게 넓어졌다.

반면, 도로는 더 넓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친구는 런던의 평범한 거리에서 벤틀리 컨티넨탈 GT와 레인지로버가 서로 엇갈려 지나가지 못해 교통체증이 생긴 것을 봤다고 한다. 그렇게 생긴 정체는 해소되기까지 20분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모습들은 영국 수도의 거리에서도 가장 좁은 곳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덩치가 커지고 있는 것은 럭셔리 카에만 그치지 않는다. 1974년 이후 곧 8세대 모델이 나올 골프는 팝 그룹 아바(Abba)가 인기를 끌 무렵에 나온 모델보다 169mm 더 넓다. 다음 세대 골프는 더 넓어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1779mm인 7세대 골프의 너비는 1973년에 나온 페라리 베를리네타 복서의 너비인 1830mm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현재의 미니 해치백은 1997년에 나온 996 세대 포르쉐 911 카레라보다 겨우 25mm 정도 좁을 뿐이다. 귀엽다고 여겨지는 마쓰다 MX-5는 이제 1973년형 포르쉐 911 RS보다 약간 더 넓어졌다.

레인지로버는 영국의 몇몇 도로에서는 너무 크다

실제로, 주기적으로 몸집을 부풀린 911은 자동차가 반세기에 걸쳐 도로를 점점 더 많이 차지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리지널 1963년형 모델의 너비는 1610mm인 반면, 최신 992 모델은 1852mm나 된다. 991에서 진화하면서 너비가 44mm 늘어난 것이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911이 커진 것은 특히 서글픈 일일 것이다. 이제는 다루기 좋고 민첩한 느낌이 대부분의 과거 세대 모델보다 훨씬 덜하다. 주행 중 실수를 상쇄할 수 있는 여유가 적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911을 출시했을 때에도 최신형 911이 이전 세대 모델들보다 슬라럼 속도가 더 빠르고 기록 면에서 모든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911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비스듬히 기운 A 필러 각도 때문에 종종 커브에서 정점이 보이지 않아 도로에서 위치를 확인하기가 더 어렵다. 1997년 이전에 나온 모델들과는 대조적인 점이다. 그러나 시야가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런 점과 함께 차체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충돌안전 구조의 필요성과 사람의 체형이 커지는 것만큼이나 디자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디자이너들은 차가 적합한 자세를 갖게 하기 위해 커다란 휠을 끼우려 한다. 큰 휠에서 너비도 함께 키우지 않는다면 모터사이클 타이어 같은 결과물을 얻게 된다. 따라서 큰 휠을 끼우면 당연히 휠이 들어갈 공간도 커져야 하고, 알맞은 회전반경을 갖추려면 차의 좌우 바퀴간격도 필연적으로 벌려야 한다. 이 밖에도 또 다른 측면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작지 않은 미니: 현행 해치백의 너비는 996 세대 911과 비슷하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거의 늘 서로를 따라간다. 주주들을 상대로 유행을 거스르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모델이 커지면 다른 업체도 영향을 받는다. 이따금 한 모델의 너비를 유지하거나(신형 이보크의 크기는 구형과 거의 같다) 최근 푸조와 복스홀이 그랬듯 심지어 크기를 약간 줄이기까지 함으로써 그런 흐름을 깨려고 하는 용감한 업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차들은 계속 더 커지고 있다.

여러 프리미엄 및 럭셔리 카 업체가 차를 이전보다 훨씬 더 넓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이다. 영국에서는 레인지로버가 커 보일지 모르지만, 고속도로와 도심을 막론하고 미국 도로에서는 작아 보이는 대신 포드 F-150 픽업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차들과는 잘 어우러진다. 이런 업체들이 자사 제품들을 작고 비싸 보이게 만들기에는 시장 규모가 너무 크다.

다만,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들이 번화가, 마을, 도시에 비해 너무 커지고 있음이 더 분명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절대적 과제는 어느 정도 크기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전면 면적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지면서 바람을 가르며 소비하는 에너지도 더 커진다. 

포드 F-150은 영국 도로에서는 거인이지만 미국에서는 평범하다

차체 앞쪽이 더 날씬해지는 만큼 소비하는 에너지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남들보다 내 것이 더 커야 한다는 몇몇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은 차들이 넓어질 뿐 아니라 높아지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제조업체 관점에서는 지난 70년 동안 그들이 값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주어왔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매번 새로운 세대의 모델이 나올 때마다 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만큼 시장의 경쟁은 무척 치열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모델 주기마다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더 많은 강판, 유리, 플라스틱, 직물, 고무를 얻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너비를 1cm 키우는 것은 길이를 1cm 늘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길이를 늘리는 데에는 강판, 카페트, 페인트, 유리를 키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차체를 넓히면, 대시보드와 충돌안전 구조, 휠, 타이어, 서스펜션 암 등을 넓혀야 한다. 비용 대비 순수 원자재 가치에 있어, 소비자들은 자동차 업체들의 비용을 탐욕스럽게 소화해 왔다. 


나는 왜 포르쉐 911 C4S 대신 아바르트 124 스파이더를 샀나

911보다는 느리지만 더 작고 더 재미있다

많은 사람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포르쉐에 큰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주행거리도 짧은데다가 잘 관리했고, 그러면서도 나뿐 아니라 공동소유자면서 처음 차를 사게 된 계기를 마련한 아내도 많이 몰았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고르는 차였고, 아내가 전시장에서 카레라 4S를 보고 뒷모습에 반해 충동구매하게 되었다. 차체가 넓은 996 카레라 4S는 뒷모습이 특히 섹시했다. 나라면 911에서 꼭 그 모델을 고르지는 않았겠지만, 아내가 비용 절반을 부담하겠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승차감이 조금 거칠고, 타이어 소음은 너무 거북하고, 차체는 적잖이 넓어 가까운 도로에서 320마력의 최고출력과 시속 100km까지 5초 만에 가속하는 잠재력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허트포드셔(Hertfordshire)의 시골길은 다른 여러 영국 도로와 비슷하다. 어떤 곳은 충분히 넓고 어떤 곳은 매끄럽지만, 종종 무척 좁고 울퉁불퉁하며 수시로 생울타리와 시야를 가리는 수풀이 늘어서 있다. 자전거와 말을 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것이 이 차를 책임감 있게 즐기기 어렵게 만든다.

시끄럽고, 때로는 부들부들 떨리는 승차감은 차를 잘 쓰지 않게 만드는 주된 이유였고, 동네에서 조용한 시간대에 반짝 요란스럽게 달리기보다는 장거리 여행에 더 어울리는 차라는 느낌이었다(노면 소음과는 별개로, 그럴 때 차가 빛난다).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서 차를 떠나보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신형 아바르트 124 스파이더다. 사르디니아에서 열린 아바르트 행사에서 무척 재미있게 경험해 가끔씩 매물을 찾아봤던 차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에 등록되지 않은 주행거리 37km인 차가 갑자기 나와 놀라운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연말 판매목표 때문에 서두른 것이 틀림없었다. 33% 할인(!)된 금액은 피아트 124 스파이더처럼 아바르트 124가 영국 판매 모델 목록에서 사라졌다는 최근의 소식을 거의 의식하지 않게 할 정도로 강렬한 유혹이었다.

이 차는 시속 100km에 이르기까지 1.8초가 더 걸리고, 시속 280km인 C4S의 최고속도 근처에도 갈 수 없고, 마쓰다(MX-5) 베이스의 피아트를 바탕으로 만든 아바르트인 만큼, 조금은 잡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뒷바퀴굴림 차여서 제한속도 범위 안에서 다루기 좋을 만큼 미끄러뜨려 드리프트 할 수 있고, 아바르트 레코드(Record) 배기구에서 흥미진진한 소음을 내며, 전반적으로 포르쉐보다 훨씬 더 낮은 속도에서도 감각적인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너비가 더 좁다. 물론 대단히 좁지는 않다. 1740mm인 아바르트의 너비는 1829mm인 포르쉐보다 89mm 더 좁다. 그러나 현행 골프보다는 49mm, 폴로보다는 11mm 더 좁고, 지나치게 큰 최신 992세대 911보다는 112mm 더 좁다. 이렇게 기분 좋은 다운사이징도 가능하다.

 성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유럽 표준 

유럽 표준은 차 너비를 1.7m로 가정한다.

이는 사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인 현행 폭스바겐 골프보다 더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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