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부정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중매체

ㅍㅍㅅㅅ 2019.10.18 15:16

주변의 어른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는데 가끔씩 ‘세계 경제는 아주 어렵고, 우리나라 경제도 너무 어려운데 투자는 위험한 게 아니냐’ 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느냐 라고 물어봤더니 ‘유튜브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유튜브의 특성상 내가 보는 채널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영상들을 계속 보여주는데, 비관론 영상을 보는 사람은 계속 비관적인 영상들만 보게 되도록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돌아간다. 그래서 무작정 보다 보면 ‘유튜브의 모든 사람이 경제에 비관적이다’라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아래 채널이 대표적인 그런류의 채널이다.

이분의 채널 화면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이 채널 말고도 아주 많다. 이런 영상의 특징들은 팩트에 기반 둔다는 것. 기반 되는 수치가 절대 틀린 데이터는 아닌데, 문제는 경제가 복잡계라는 것이다. 비유해보자면, 인류가 환경호르몬을 너무 많이 먹으니(팩트) 3개월 뒤 절반 정도가 죽을 것(예측)이라는 얘기와 비슷하다. 환경호르몬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팩트이고 그것이 인간에게 악영향을 주는 것임은 분명하나 절반이나 죽을지 안 죽을지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채널의 첫 번째 영상 제목부터가 ‘다음 금융위기 시점은 이것만 보면 알 수 있다’인데, 이런 지표가 없다는 것은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차가 부정적인 지표라고 얘기할 수는 있어도 다음 금융위기 시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지표라고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이런 영상들의 주된 특징들이 ‘부정적인 기사’들 위주로만 모으고, 정확히 시점을 얘기하지 않는다. 혹은 시점을 얘기하더라도 여러 번 얘기한다. 2018년 영상 중에서는 2019년 중순에 큰 금융위기가 올 거라는 얘기도 했다. 2019년 10월인 현재도 금융위기는 오지 않았다. 공포감은 심어두되 정확히 예측하는 것을 회피하거나 모호하게 얘기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반드시 켄 피셔의 『역발상 주식 투자』의 마지막 챕터 「부정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중매체」를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챕터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발췌해 보았다.

1. 내 아버지, 전설적인 투자자 중 하나인 필립 피셔가 활동하던 1960년대에 나는 청소년이었는데, 금융계에서 신뢰받는 잡지는 4종이었다. 포브스(Forbes), 포춘(Fortune),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 바론즈(Barron’s). 이런 잡지들은 기사를 엄격하게 선별해서 실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 케이블 TV가 줄지어 등장하고, 방송국들이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뉴스는 매력적인 앵커들이 선정적인 이야기를 지껄여대는 오락거리로 전락했다.

2. 게다가 블로그도 등장했다. 경험도 필요 없고, 편집 기준 따위도 없다. 12세짜리도 블로그를 만들어 부실한 정보를 인터넷에 홍수처럼 쏟아낼 수 있다. 사람들은 가명 뒤에 숨어 책임감 없이 글을 쏟아낸다. 사실을 확인하거나 출처를 점검하거나, 주장을 검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3. 그러나 한 가지는 바뀌지 않았다. 나쁜 뉴스가 잘 팔린다는 사실이다. 더 선정적일수록 더 성공했다. 선정적인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므로 사려 깊은 보도는 매장된다. 유혈 낭자한 보도가 잘 먹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을 기자와 편집자들은 알기에, 이들은 손실이 주는 충격 가치를 십분 활용한다. 긍정적인 소식만 담긴 신문이나 뉴스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4. 대중매체는 주가를 떠받치는 유일한 요소가 연준의 채권 매입이라고 계속 경고했다. 양적 완화가 중단되면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자. 아울러 그동안 풀린 자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거라고 말했다. 대중매체는 수많은 반대 증거를 무시했다.

예를 들면 양적 완화가 시작되고 4년 동안 주식형 펀드 순유입 자금은 마이너스였다. 연준이 공급한 신규자금 대부분은 초과 준비금 형태로 연준에 예치되어 있었다. 실제로 통화가 창출되려면 은행 시스템에서 대출이 증가해야 하지만 대출 증가율은 지난 여섯 번의 경기순환주기 중 가장 낮았다. 대중매체가 조장하는 공포감을 역이용할 수 있었다면, 2013년과 2014년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비관론자들은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시작할 때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은 바보가 아니므로 이미 다 반영해놓았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되풀이해서 봤다. 양적 완화, 오바마 케어, 유로존 위기, 중국의 경착륙 등이 그런 사례다.

5. 이 책을 쓴 2014년 12월 2일, 구글 뉴스에서 ‘Apple’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피고석에 앉은 애플: 10억 달러짜리 독점금지법 소송에서 공모자로 몰린 스티브 잡스(Bloomberg)

애플 아이팟에 대한 독점금지법 소송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Reuters)

애플 소송의 핵심 증인은 여전히 스티브 잡스(The New York Times)

애플 주식이 과대평가된 매우 단순한 이유(Time)

당시 뉴스들은 의미가 있었을까? 오늘까지의 애플의 주가로 대신하겠다. 애플은 2014년 12월에 주당 약 $115였는데, 지금은 $200 정도다.

6. 대중매체가 늘어놓은 비관론 중 한 패턴은 이제 기술이 한계에 도달했으므로 1–2세대 뒤에는 자원이 바닥난다는 경고다. 이런 비관론의 창시자는 맬서스이다. 맬서스는 인구 증가율이 식량 증가율보다 높으므로 사망률을 높이고, 출생률을 낮추지 않으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고 믿었다. 내가 어린 시절 굶주리던 대부분의 지역은 인구가 훨씬 증가했는데도 이제는 굶주리지 않는다.

​7. 자원이 고갈된다는 과장 보도는 지금까지도 계속 빗나갔고 앞으로도 틀림없이 빗나갈 것이다. 그래도 대중매체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낙관주의처럼 보이는가?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1894년 말똥 위기가 그런 사례다.

뉴욕 런던 등 대도시에는 마차를 끄는 말이 수만 마리나 있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시가 말똥에 파묻힌다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1894년 런던의 타임지 기자는 50년 안에 런던 전역에 말똥이 약 3미터나 쌓일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곳곳에서 도시 계획 전문가들이 몰려와서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아무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나 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하면서 위기는 사라졌다.

​8. 피크 오일(석유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시점) 이론도 그런 사례다. 1956년 물리학자 킹 허버트는 가까운 장래에 세계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난 뒤 계속 감소해 마침내 바닥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1970년 정도로 정점을 예상했는데,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자 정점 시점을 계속 미뤘고, 이 이론은 재활용되면서 인기를 유지했다. 이후 셰일가스 개발이 호황을 맞이했다. 이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980년대 수준을 넘어 치솟았고, 피크오일 이론은 1894년의 말똥 위기론처럼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2018년 12월 중순 시장의 공포감이 차오를 때의 두 유튜브의 영상을 보자.

​1. J TV의 영상

  • FRB 의장 “미 금융 시스템에 거대한 구멍이 있다, 또 다른 금융위기 우려”
  • 장단기 금리 차이와 기준금리를 보며 이 추세를 보니 시장이 위험하다는 얘기. 최근 몇 개 그래프만 보고 어떤 패턴이 있다고 하기엔 표본이 지나치게 적다. (하워드 막스에서 최근 메모에서 장단기 금리 차만 보고서 경기 침체가 올 거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함)

​2. Fisher Investment(운용자산 100조 원) 영상

  • 최근에 시장에 변동성이 늘어나면서 공포와 우려가 많이 보인다.
  • 몇몇 나라는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GDP 잘 성장 중이고 인플레이션도 무난하다. 대부분 시장 조정의 원인은 센티멘트(투자자들의 감정적인 행태)로 추측되는데, 센티멘트는 평균회귀의 성질이 있다. 주변이 공포에 떨 때 탐욕을 부려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시기다.

​J TV의 영상을 보면서 작년 12월에 투자 중이었던 S&P 인덱스 펀드(S&P Index Fund)를 전부 현금화 했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손해를 본 것일까? 그가 투자를 고려했던 자산의 20%는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사람이 환상적인 마켓 타이밍을 꿈꾸며 현금을 많이 마련해뒀다가 하락장이 오면 풀매수하겠다라고들 얘기하지만, 그렇게 5년 기다리는 사람도 봤다. 도대체 그 하락장은 언제 오는 건지. 그렇게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투자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돈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리스크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디어가 얼마나 공포만을 생산해대는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몰락」이라는 기사도 한번 보면 좋을 듯하다.

작년 12월은 시장의 저점을 임의로 지정한 거라 너무 J TV에 불리하게 지적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한 스텝 물러나서, 초창기 영상의 예측 성공률을 계산해보기로 했다. 최근 영상이야 예측이 맞다/틀리다 하기는 힘드니 초창기 2개의 영상에서 하는 예측을 중심으로 보았다.

저 영상은 2018년 7월 14일에 올라왔다. 과연 2019년 기준으로 얼마나 맞을지, 의미 있는 예측일지 체크해보자.

​부정적으로 얘기했던 것들

  • 달러인덱스: 소폭 상승 94.57 → 96.06 (예측 실패)
  • S&P500: 꽤 상승 2789 → 2951 (예측 실패)
  • 유로존 암흑기: 정확히 양적 완화가 11월에 끝나니 2019년부터 암흑기가 온다고 함, 소폭 상승 91.95 → 95.56 (예측 실패)
  • 인플레이션: CPI 큰 변화 없음 (예측 실패)
  • 유럽 주식 시장(유로스탁스 지수), 거의 동일 3454 → 3452 (예측 실패)
  • 달러/원 환율: 소폭 상승 1127원 → 1157원 (예측 성공)

​긍정적으로 얘기했던 것들

  • 금의 투자를 권함: IAU(금) ETF 소폭 상승 11.91 → 13.55 (예측 성공)
  • 은의 투자를 권함: SLV(은) ETF 소폭 하락 14.88 → 14.44 (예측 실패)

​8개의 예측. 성공 2개 실패 6개. 주사위 굴려서 홀짝으로 예측해도 절반은 맞지 않을까? 2년 뒤엔, 혹은 5년 뒤엔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참 뒤에 일어나는 일을 예측하는 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얼마나 투자를 하지 않고, 시장에서 소외된 채로 기다려야 하는 걸까? 그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얼마나 되는 걸까?

 

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

  1. 매크로를 예측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임을 알고, 미래를 예측하는 영상들을 멀리한다. 정 보고 싶다면, 상승론자/하락론자/순환론자들의 영상을 모두 보자.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2. 투자로 오랫동안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들을 들어본다. 유튜브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오랫동안 증명된 투자의 대가 중 누가 더 믿을 만한지 고민해보자.
  3. 주식과 금융 시스템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얘기해주는 자료를 찾아서 정독 및 경청해본다.

​원문: 투자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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