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돋보기] 뚫을 수 없는 5G 방패 '양자암호통신'

[통신돋보기] 뚫을 수 없는 5G 방패 '양자암호통신'

아이뉴스24 2019-10-19 12:00:01 신고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 1세대(1G)부터 5세대통신(5G) 도입기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연재 중입니다 -

만물이 인터넷으로 묶이는 5세대통신(5G)에서는 연결성만큼 중요한 과제가 '보안'이다. 만물의 연결은 곧 해킹의 위험도 높아진다는 의미로, 찰나의 순간에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자 분야에서는 뚫을 수 없는 방패 구실을 할 '양자암호통신'에 주목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현상을 통신에 적용해 보안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현존하는 최고 보안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 선점을 위해 전세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은 조단위 수준의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적인 성과 창출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오는 2025년 26조9천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퀀텀 플래그십'을 출범시키는 한편 3년간 연합내 양자 투자자금을 착실하게 모은 바 있다. 이를 통해 10년간 약 10억유료(한화 약 1조3천억원)를 투입키로 하고 본격적인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5년동안 12억달러(한화 1조4천억원)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켰다. 양자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 양자 조정 사무소'와 백악관에 양자 산업 정책을 조언하는 '자문 위원회'까지 꾸렸다.

중국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100억달러(한화 약 11조9천억원)를 투자해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2017년 10월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2천km 구간에 세계에서 가장 긴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앞서 2016년 8월에는 세계 최초 양자위성 '모즈'를 쏘아올리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현장 [사진=조성우 기자]

◆ 한국 정부의 외면, 민간의 고군분투

한국 역시 양자암호통신의 잠재력을 꾸준히 키워온 바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양자암호통신 국책과제를 진행한 바 있다.

KT는 2005년 양자암호통신 시스템 실험실 환경을 개발하고 국제양자암호학회에서 시스템 시연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지난 2017년 6월 수원 한국나노기술원에 양자통신응용연구센터를 개소하고 KT 우면동 융합기술원에 양자정보연구단을 꾸린 바 있다.

하지만, 국책과제에 이어 정부는 3천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 국책과제를 수행키 위한 심사에 돌입했으나 지지부진한 심사 반복을 통해 결국 2017년말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양자산업 육성을 투트랙으로 마련해 양자컴퓨팅은 1차관, 양자암호통신은 2차관으로 배분하고 그에 따른 로드맵을 수립했다.

다만, 올해 과기정통부 업무보고를 통해 양자컴퓨팅 개발 및 확대에는 5년간 44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 예산 60억원조차도 전액이 삭감된채 예산안이 국회 제출되면서 한국에서는 외면받는 기술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달리 민간 차원에서는 뚝심있는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그 성과로 전세계 양자암호통신 표준 선도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의 경우 ITU-T에서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화 과제 4건을 제안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통신망에서 양자키 분배 활용을 위한 시스템 ▲양자키 분배를 위한 기존 암호화 체계 활용 방법 ▲통신망에서 양자키 분배를 위한 보안 프레임워크 ▲양자난수생성기 보안구조다.

이 가운데 '양자난수생성기 보안구조' 건은 올해 9월 국제 표준(X.1702)으로 예비 승인 됐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 기술 표준화를 위한 실무 회의 의장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통신 강국들이 참여한 ITU-T 회의에서 양자암호 기술관련 워크샵과 실무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ITU-T의 미래네트워크와 광전송 분과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 표준 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SKT]

◆ 뚫을 수 있는 창 '양자컴퓨터' vs 뚫을 수 없는 방패 '양자암호통신'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에서 아서 허먼 미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를 '미래 핵무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구글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이 양자컴퓨터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큐비트'라고 불리는 양자 비트 하나에 0과 1을 한꺼번에 표시해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수가 늘어날 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구글은 72큐비트로 구성된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해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전 세계 양자 컴퓨터 시장이 2035년 20억달러, 2050년 26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굴지의 ICT 기업들도 앞다퉈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이달 초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알리로'에 27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터의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부정적 측면에서는 치명적 보안 이슈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방패가 필요한 상황. 양자암호통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양자는 크게 4가지 특성을 갖추고 있다. 상태값인 0과 1을 동시에 가지는 성질(중첩성)과 한번 측정되면 0 또는 1로 확정돼 이전 상태로 복제할 수 있는 성질(비가역성), 0과 1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불확정성), 두 양자 간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 상관관계가 존재(얽힘)한다.

이러한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양자암호통신은 대표적으로 양자난수생성기(QRNG)와 양자키분배기(QKD) 기술이 상용화된 상태다.

'양자난수생성'은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드는 기술이다. 현재 보안 시스템에 적용된 난수 체계는 무작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 컴퓨터가 곧바로 해석할 수 있다.

'양자키분배'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제3자가 해킹할 수 없는 암호키를 만들어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기술이다. 제 3자가 통신망에 침투해 암호키를 탈취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양자에 담긴 정보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해킹 시도 여부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기존 통신을 송신자와 수신자가 공을 주고 받는 행위로 비유하자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누방울을 주고 받는 것과 같다. 누군가 중간에 탈취를 시도하는 경우 흔적이 남고 모양이 변형돼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진=SKT]

◆ SKT, 양자암호 본격 시동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를 설립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난해 약 700억원으로 양자암호통신 세계 1위 기업인 IDQ를 인수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6월 IDQ와 함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양자암호 시험망 국책 과제를 수행하며 국내 362Km 8자형 시험망에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상용망은 통상적으로 망 과부화, 장애 등을 대비해 우회로를 구축하므로 8자형태를 띈다.

이때 양자 암호키를 원하는 경로로 전송 가능한 '라우팅' 기술과 특정 경로에 망 장애가 발생했을 때 다른 경로로 암호화된 데이터를 전송하는 '스위칭' 기술을 함께 구현했다.

[사진=SKT]

SK텔레콤은 올해 3월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난수생성기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다. 가입자 인증 서버는 단말 사용자가 통신망에 접속할 때 정상 가입자로 인증해 주는 곳으로 개인정보 보안이 필수적이다.

같은 해 4월에는 LTE망에도 양자난수생성기를 적용하고, 전국 데이터 트래픽의 핵심 전송 구간인 서울-대전 구간에 IDQ의 양자키분배 기술을 적용해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했다.

한편,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은 국내외 정부 기관으로부터 두루 인정받고 있다. 올해 6월 국회 양자정보통신 포럼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시연했으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민간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연재]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

1부. 카폰·삐삐, '모바일'을 깨우다

2부. 이통 5강 구도 'CDMA·PCS'의 시작

3부. 이통경쟁구도 '5→3강' 고착화

4부. 'IMT2000' 이동통신 '음성→데이터' 전환

5부. 도움닫기 3G 시대 개막, 비운의 '위피'

6부. 아이폰 쇼크, 국내 이통판을 뒤엎다

7부. 3G 폰삼국지 '갤럭시·옵티머스· 베가'

8부. 이통3사 LTE 도입기 "주파수가 뭐길래"

9부. SKT로 촉발된 3G 데이터 무제한

10부. LTE 초기 스마트폰 시장 '퀄컴 천하'

11부. '승자의 저주' 부른 1차 주파수 경매

12부. 4G LTE 도입 초기, 서비스 '빅뱅'

13부. 'LTE=대화면' 트렌드 중심에 선 '갤노트'

14부. LTE 1년, 주파수 제2고속도로 개통

15부. 음성통화도 HD 시대…VoLTE 도입

16부. 이통3사 'LTE-A' 도입…주파수를 묶다

17부. 역대 가장 복잡했던 '2차 주파수 경매'

18부. 과열 마케팅 논란 '광대역 LTE-A'

19부. 2배 빠른 LTE-A, 킬러콘텐츠 고심

20부. LTE 1년만에…스마트폰 3강 체제 확립

21부. '2014 악몽'…이통3사 순차 영업정지'

22부. '스카이·베가' 팬택의 몰락

23부. 불법보조금 근절 '단통법' 닻내리다

24부. 2014 아이폰 '리턴즈', 그리고 '밴드게이트'

25부. '카톡 대항마' 이통3사 RCS '조인'의 몰락

26부.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27부. LG전자, 옵티머스→G 시리즈

28부. 재난대응 골든타임…재난망 도전기

29부. 라스트 LTE 주파수 3차 경매 시작과 끝

30부. 5G시대 'IoT· AR'…LTE 때 '개화'

31부. 5G 경쟁 눈앞…LTE 3CA땐 법적공방도 '불사'

32부. "5G시대 IoT 혁신"…로라(LoRa) 도입기

33부. SKT '로라' 대항…KT LGU+연합 'NB-IoT'

34부. 'LTE+와이파이'…기가급 속도 '구현'

35부. LTE-A 프로, 최종관문 도달

36부. 목표보다 2년 앞당긴 5G 상용화

37부. 5G NSA 표준완성…LTE로 도움닫기

38부. 세계 최초를 위한 5G 주파수 경매(1)

39부. 2011 LTE vs 2019 5G…시작은 이랬다

40부. 이통사 연말 5G 가입자 목표 달성?…LTE는 예상깼다

41부. "응답하라 알뜰폰"…다사다난 연대기

42부. '세계 최초'를 위한 5G 주파수 경매(2)

헬싱키(핀란드)=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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