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견한 따뜻한 보물 [BIFF]

'변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견한 따뜻한 보물 [BIFF]

씨네리와인드 2019-10-19 20:15:00 신고

▲ '변사' 스틸컷. (C) 부산국제영화제



흔히 예술과 표현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특성이나 색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회 분위기가 어떻든 간에, 혹은 그 시대의 정치적인 분위기가 어떠하든 그에 따라 예술이 억압받거나 예술작품이 그 색에 물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일테다.

이런 면에서 필자가 본 작품도 이런 분위기에서 꿋꿋이 등장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좋다가도 나빠지는 것이 현실이고 나랏일이라고는 하지만, 일본과의 사이가 급격하게 틀어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일본 작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영화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영화가 '일본'이라는 특정 국가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 영화가 가치가 없거나 배울 점이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변사'라는 영화는 하나의 보물 같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변사'라는 제목을 듣고 이 단어의 의미를 바로 알아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변사'란 활동사진 해설가, 즉 무성영화 시대에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극의 진행을 담당하며, 등장인물의 대사 및 감정 등을 관객에게 설명했던 사람을 뜻한다. 주로 동양에서 볼 수 있었던 이 직업은 변사에 따라서 영화를 설명하는 게 조금씩 달랐고, 단순 내레이터라는 개념을 넘어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수, 영화의 흥행 성적을 좌우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극장이라면 전속 변사를 여러 명 두기도 했다고.

영화 '변사'는 필자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가서도 크게 주목하거나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심지어 내용을 잘 알고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은 무척이나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굿바이, 입술'로 필자에게도 익숙한 '나리타 료'가 주연을 맡았고,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종의 신탁' 등으로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연출을 한 작품이다.

▲ '변사' 스틸컷. (C)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란 흔히 영화를 보면서 드는 느낌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의 여운이나 지속되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Well-Made(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지칭하고 싶다. 영화를 볼 때도 따뜻하고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좋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의 따뜻한 느낌과 다시 보고 싶은 욕구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무성영화 시대에 존재했던 변사를 기리며 그것에 대해 헌사를 바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주인공은 어렸을 적, 무성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운다. 그리고 '변사'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혼자 연습하며 성장해나간다. 마치 재능을 갖고 있는 준비된 인재처럼. 이 작품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의 어렸을 적 모습부터 성장해서의 모습까지 하나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을 듯하다. 하나의 인생을 통째로, 그러면서 그 속에서 사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입장료를 낼 돈이 없었지만 몰래 들어가서라도 그 영화를 보며 변사의 대사를 외울 정도까지의 어린아이의 모습이라면 누구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유머 코드까지 완벽하다면 영화를 보는 동안 웃을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충분히 값지다고 할 수 있다. '변사'에서의 웃음은 그냥 웃긴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진심, 일상적인 코드와 사소한 지점들에서 우러나왔다는 점에서 따뜻하기까지 하다. 꿈을 찾던 한 소년이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하나의 스토리로 담겨 있는 '변사'라는 작품은 영화의 단순하고 함축적인 제목과 달리 훨씬 감동적이고 따뜻하다. '변사'라는 이 옛날 직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소소하게 미소 지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 '변사' 스틸컷. (C) 부산국제영화제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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