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왕자답게’ 유치원 졸업사진 성별 고정관념 여전

‘공주·왕자답게’ 유치원 졸업사진 성별 고정관념 여전

베이비뉴스 2019-10-23 11:19:24 신고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22일 오후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졸업사진 여자'를 검색한 결과 화면. ⓒ네이버 22일 오후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졸업사진 여자'를 검색한 결과 화면. ⓒ네이버

“‘여자아이는 공주처럼, 남자아이는 왕자처럼’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문을 받았어요. 일곱 살 언니들이 졸업사진을 찍는 걸 아이가 보고 와선 ‘연예인 같았다’, ‘공주 같다’고 말해 너무 놀랐죠.”

대다수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10월과 11월에 졸업사진을 촬영한다. 아직도 일부 기관에서 드레스와 턱시도 등 성별 개념이 분명한 복장을 아이들에게 입혀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지영(가명·경기 부천시) 씨는 최근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여섯 살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민 씨는 22일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과거에 비해 사회적인 성적 감수성이 올라갔다지만 유치원에서 예민함 없이 왕자 공주 의상을 입힌다는 점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유치원 졸업사진’, ‘어린이집 졸업사진’ 등의 키워드로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촬영한 아이들 샘플 사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사진 촬영 업체 측의 관행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6년 차 유치원 교사 장명주(가명) 씨는 “단체사진은 흰 티와 청바지로 복장 규정을 주지만, 개인이나 그룹사진은 업체에서 준비한 왕자나 공주 옷을 입고 촬영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직장어린이집에서 8년 근무했다고 자신을 밝힌 임민숙(가명) 씨도 “사진기사님이 아이들의 옷을 준비해온다”며 장 씨의 답변에 동의했다. 임 씨는 “교사나 양육자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인식하고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공주·왕자 옷 입기를 선호하는데다 부모님들도 복장을 선택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졸업사진 관행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 "유아교육·보육 산업화 때문에 고정관념이나 허영심 부추기기도"

그럼에도 성별을 둘러싼 감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교사 장 씨는 “지난해 한 학부모 건의가 있어 원래 입었던 (공주·왕자) 의상 말고 평상복으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민 씨 또한 “아이가 졸업하시는 시기를 기념하는 만큼 그때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촬영하거나, 사진관에서 선택지를 넓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공주·왕자’ 복장을 입고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관행은 자아의식이 약한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혐오·차별 조장하는 미디어 퇴출을 위한 ‘핑크 노 모어(Pink No More)’ 캠페인를 진행하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강미정 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은 자아 확립이 되기 이전이라 주변 환경에 생각이 쉽게 고정되고 흡수된다”며, “특히 강렬한 기억이 생기면 그 고정관념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성별 고정관념은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고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우려하며, “사진촬영 업체의 관습 때문에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건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기관과 양육자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기관에서 아이가 들은 ‘예쁘다’, ‘멋지다’와 같은 칭찬만으로도 성별 고정관념이 강화될 수 있고 졸업사진은 그중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라며, “어른들조차 턱시도나 드레스 입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아이들이 입으면) 좋아 보이니까 관행으로 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선임연구위원은 “유아교육·보육이 산업화하면서 기관도 스스로를 드러나게 하려고 하다 보니 고정관념이나 허영심을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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