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다가오는 AI 스트라이크 존 판정

[송재우의 포커스 MLB] 다가오는 AI 스트라이크 존 판정

일간스포츠 2019-11-13 06:11:40 신고

사진=MLB.com 캡처

사진=MLB.com 캡처


지난 4월 'AI가 심판을 대체할까'라는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당시 글의 바탕이 됐던 건 마크 T 윌리엄스 보스턴대학교 교수가 11년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페넌트레이스에서만 무려 3만4294개의 볼 판정 미스가 있었고 이는 경기당 13개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치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심판의 경력이 길수록 더 많은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었다.
 
순수하게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정확도 상위 10명의 평균 경력은 고작 2.7년. 반면 하위 10명의 경력은 평균 20.6년에 달했다. 지난 11년간 데이터상 오심 확률은 12.8%로 경기를 지켜보다 분통 터지는 장면이 꽤 있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오심은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뉴욕 양키스와 샌디에이고가 맞붙은 1998년 월드시리즈 1차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 호투하며 7회 말 1사까지 5-2로 앞섰다. 하지만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가 쌓이자 불펜 투수 도니 월이 교체 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월은 곧바로 척 노블락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후속 데릭 지터에게 안타를 맞은 월은 곧바로 배턴을 마크 랭스턴에게 넘겼다. 랭스턴은 와일드피치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티노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꽉 차는 멋진 스트라이크를 꽂았지만 구심 리치 가르시아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던진 공이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고 샌디에이고는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하고 4전 전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시 중 하나다. 하지만 더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인 것도 맞다.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던 메이저리그 리그 사무국도 침묵만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며칠 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적당한 때가 되면 '오토매틱 스트라이크존', 즉 AI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올해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와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선 활용이 됐다. 확인된 문제점을 이번 겨울 보완해 내년 시즌 일부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 이상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결국 마이너리그 전체 경기에 AI 판정이 도입되는 수준으로 가게 될 게 유력하다. 그다음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단계다.

 

보완할 점도 분명하다. 이번 가을리그에선 샌프란시스코 유망주가 AI가 판정한 것을 인지하고서도 스트라이크 판정에 강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보더라인 투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릴지 확실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투수 안정감을 느끼는 포구 자세나 블로킹 능력은 지속해서 인정받겠지만, 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던 프레이밍은 다른 문제다. 이에 대한 중요성이 더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폰으로 스트라이크 콜을 듣고 판정하는 심판의 성향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타자들도 영향을 받는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확실한 이해도를 갖춘 ‘매의 눈’의 소유자는 보다 더 유리하게 볼카운트 싸움을 끌고 갈 수 있다.
 
AI 도입은 인간미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하지만 체스에 이어 바둑도 AI에게 무릎을 꿇고 엑스레이 판독마저 기계가 더 잘한다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한 야구가 된다면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싶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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