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연재 #1] 심바는 정말 초원의 왕이 되었을까?

[출간 전 연재 #1] 심바는 정말 초원의 왕이 되었을까?

비전비엔피 2019-11-14 12:00:21 신고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슬픔은 맘속 깊이 가두고 기쁨만 가득한 곳에 사네

초원은 무섭지, 어린 나에겐.
사자라도 덤벼드는 무리들이 너무 많아.

아직은 숨어 있을 때, 그러나 기분만이라도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멧돼지와 미어캣, 우리의 우정은 어디까지일까?
초원에선 우정도 금방 사라지지.
그러나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닌걸.

그러니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걱정도 필요 없지.
- 라이온 킹 '하쿠나마타타' 中-


사자는 지배하지 않는다.

만약 <라이온 킹>의 주 무대가 아프리카 초원이 아니라 숲이었다면 이야기 전개가 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불만스런 점들이 조금 있었다. 왜 꼭 사자가 왕이어야 하는가? 뭐 <라이온 킹>만 그런 건 아니다. 대부분 동물을 의인화한 동화나 민담을 보면 숲에서는 호랑이가 왕이고, 초원에선 사자가 왕으로 그려진다. 아마 사자나 홀랑이가 가장 힘이 세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이겠지만 사실 힘은 코끼리가 더 세고, 불곰이 더 세다. 또 숲에선 고릴라만 한 동물이 없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동물은 '지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각자 자기 할 일만 할 뿐이다.

여러 생물들이 얽혀 사는 생태계에선 모든 생물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다. 풀과 나무는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고 저장한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먹고 산다.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동물도 있다. 그리고 동물들 몸 안에서 기생하는 기생생물들이 있다. 이런 생물들이 죽으면 사체를 분해해서 먹고사는 생물들도 있다. 사자가 정말 왕이라서 초원을 지배한다면 나머지 동물들을 부려서 먹을 것을 갖다 바치게 하겠지만 사자는 직접 사냥을 한다. 사실 누군가를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것은 지구에서 오직 '인간'만이 자행하는 야만적 행위다. 자기 삶에 열심인 동물들에게 이런 오해와 억견을 덮어씌우면 동물들이 좀 억울하지 않을까?

사자나 호랑이는 사실 누구를 지배하며 살기보다 한가로이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새끼일 때는 새끼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번잡스럽게 놀지만 어른이 되면 늘어지게 자는 걸 제일 좋아한다.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자는 데 소비한다. 사냥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 중 한 번 정도다. 짧으면 한두 시간, 길어도 서너 시간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들끼리 놀거나 아니면 그늘에 누워 졸다 깨다 할 뿐이다. 그때는 옆으로 새끼 사슴이 지나가도 쳐다보지 않는다. 이미 배가 불러서 시비를 걸지도 않는다. 지배하기엔 너무 게으른 성격이다.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 번 제대로 먹이를 먹고 나면, 나머지 시간에는 그저 쉬면서 자고 놀며 지낸다. 생태계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다했으니 나머지 시간에는 놀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구를 지배하는 일 따위는 인간에게나 흥미로운 일인 듯하다.

어떻게...?라는 모든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는 대중문화 속 과학 이야기

박재용 지음/ 320쪽/2019.11.20 발행/16,000원

Copyright ⓒ 비전비엔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