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름에 걸맞은 행보

명품, 이름에 걸맞은 행보

노블레스 2019-11-17 17:00:00 신고

루이 비통 코리아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ARTisans’.

전통과 문화가 힘을 얻으려면 그 가치를 알아보는 후원이라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오랜 전통과 장인정신을 지닌 국내외 하이엔드 브랜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폭넓게 지원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아티스트와 제품 컬래버레이션, 재단과 미술관 설립, 예술품 컬렉션,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매장 쇼윈도, 전시 개최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의 장인과 헤리티지를 보존하는 데 들이는 브랜드의 노력이 만만치 않다.
선두 격은 에르메스다. 1837년 설립한 이래 180년 동안이나 장인정신을 지키며 품격 있는 제품을 만들어 온 에르메스는 현대에도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존하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에르메스 코리아는 지난 2015년부터 문화재청과 한문화재 한지킴이 협약을 체결, 고궁 보존과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5대 궁궐 중 하나인 덕수궁 복원 사업의 시작으로 국내 장인과 함께 조선 말 고종과 순종의 침전으로 사용한 보물 제820호 함녕전을 재현했다. 함녕전의 도배와 장판 교체 공사, 내부와 외부 집기 재현 등 3년에 걸쳐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엔 함녕전의 동온돌, 서온돌, 대청마루를 정비하고 전각 내부에 무렴자를 재현했으며 2016년엔 함녕전 전각 정면부에 외주렴을 설치했고 2017년엔 집기 장인이 병풍, 용교의, 화문석 등 집기를 재현하며 궁궐 재현 프로젝트를 이어 가고 있다. 에르메스 코리아는 한국 문화유산의 지속적 보존과 활용을 지원하고, 국내 장인의 무형 자산을 동시대를 넘어 후대에 전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엔 찬란한 문화유산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는 궁궐을 보존, 복원하는 데 장인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들은 앞으로도 국내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지원하며 보존에 힘쓸 예정이다.
1854년 창립,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문화 예술 전파와 후원에 적극적으로 힘써온 루이 비통도 장인 후원과 문화재 보호에 큰 힘을 보탰다. 사회 공헌 프로그램 ‘아티잔스(ARTisans)’를 통해서다. 2014년 루이 비통 코리아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함께 중요무형 문화재, 현대미술가, 신진 작가를 연결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다양한 분야의 젊은 창작가 6인이 12회에 걸쳐 진행된 장인의 가야금 제작 실습에 참여해 영감을 얻고, 장인과 교류로 탄생한 작품 6점을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에서 전시했다. 디지털 아트, 도예, 작곡, 실내 디자인, 가구, 서양화 분야의 젊은 예술가 6명을 선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기능보유자 이영수와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전수교육조교 이동윤 부자와 함께 가야금 워크숍을 열었다. 또 6인의 예술 멘토로는 국제적 아티스트 듀오 문경원·전준호가 참여했다. 당시 루이비통 코리아는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과거, 현재, 미래를 대변하는 다양한 세대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 2018년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 에디션 전시 전경.
2 설화수는 2006년부터 장인, 현대미술가와 협업한 ‘설화문화전’을 진행해왔다. 사진 속 작품은 오유경의 ‘환상 속에서’.

1906년 설립, 1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브랜드 몽블랑이 수여하는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도 눈에 띈다. 몽블랑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문화 후원에 참여할 뿐 아니라, 이 상을 통해 후원자를 후원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문화 예술 후원을 장려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최윤정 이사장으로, 몽블랑은 이런 문화 후원을 통해 문화 예술 후원자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발, 세계 유명 브랜드와 이름을 나란히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2006년부터 문화 메세나 활동으로 장인, 현대미술가와 협업한 설화문화전을 개최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왔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젊은 세대가 전통을 가까이 받아들여 세대 간 소통을 장려하고자 시작했다. 설화수가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담은 브랜드이니만큼 전통문화에서 찾은 미감을 전시에 적극 활용했다. 설화문화전은 전통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재조명하고 계승하고자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국내 작가 11팀과 전통장인이 참여한 설화문화전 <설화(說話): Once upon a Time 나무꾼과 선녀>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재해석해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
설화수 외에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오브 후도 문화 헤리티지 보존에 공헌했다. 2015년 문화재청과 함께 창경궁 통명전에서 보물 제818호 창경궁 통명전의 보존관리를 후원하는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것. 더히스토리 오브 후는 궁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인현왕후가 거처한 창경궁 통명전의 보존과 관리를 약속했다. 당시 왕실 여성의 가치를 발굴하겠다며 문화 콘텐츠 제작을 예고한 만큼,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조선의 왕비와 후궁>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하이엔드 브랜드는 장인의 기술과 전통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전통 장인과 문화유산은 고유한 역사가 깃들어 있는 명품 브랜드와 결을 같이한다. 이제 브랜드 이름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후원의 이미지가 함께 떠오른다.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을 만들고 문화 예술 분야의 후원을 아끼지 않으며 전통문화 보존에 헌신하는 명품 브랜드의 사명은 브랜드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메종의 가치에 더욱 특별한 가치를 더한다.
샤넬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는 “과거를 본보기 삼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간다(Make a better future by developing elements from the past)”라는 괴테의 말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그의 말대로 과거를 지키고 본받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 헤리티지를 지켜야 현대, 나아가 미래의 예술도 지킬 수 있다. 문화 예술 후원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명품 브랜드의 후원이 더욱 뜻깊은 이유다.




3 에르메스는 함녕전의 도배와 집기 재현 등을 통해 한국의 고궁 보존과 복원에 힘쓰고 있다.
4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의 왕비와 후궁> 전시를 후원했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백아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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