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켜주겠다는 거짓말

잘 지켜주겠다는 거짓말

노블레스 2019-11-17 17:00:00 신고

얼마 전,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문제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퓨마를 살릴 수 있었는데도 굳이 사살을 감행한 결정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이 사안에 대해 아래와 같은 생각이 쏟아졌다. ‘동물은 인간에게 과연 무엇인가?’ ‘인간이 애착을 둬야 할 무엇?’‘인간이 마음껏 이용해도 좋은 대상?’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는 이 같은 물음에 답하는 ‘인간동물학’도서다. 문화인류학자 마고 드멜로는 이 책에서 광범위한 인간동물학을 집대성했다. 동물의 정의와 분류부터 인간이 동물을 이용해온 역사와 방식, 인간이 동물의 행동이나 감정, 지능을 이해하는 방법 등을 말이다. 내용이 딱딱할 것 같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단,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일단 책을 펼치면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사회와 동물의 삶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상세히 정리해 눈을 떼기 어렵다는 것. 또 하나, 이 책의 원제는 ‘Animals and Society’다. ‘인간과 사회’가 아닌 ‘동물들과 사회’.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인위적으로 만든 인간만의 가공의 세계이며, 동물은 인간의 세계에 속한 생명체가 아니라 자연의 세계에 속해 사는 존재라는 개념. 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동물이 인간의 세계에 존재할 경우 발생하게 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라면 필독하길.
한편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반스와 줄리언 리드가 쓴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은 안전할 권리나 안전을 회복할 권리가 국가가 아닌 개인의 책임이 된 지금의 현실을 지적한다. 지난 20~30년간 국가의 권한이 여러요소에 의해 위협받으며, 위험에 대비하고 재난을 극복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됐다는 얘기. 저자들은 그 증거로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개념을 소환한다. 회복력? 바로 ‘위험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능력’이다. 이 책은 ‘사회적 보호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회복력을 갖도록 강요당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치철학자들이 쓴 책답게 학문적 문구가 가득해 쉽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 또한 점점 이 책이 지적하는 양상을 따르고 있기 때문. 잘 모르겠다면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사건을 떠올려보자.
<폭염 사회>는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 무더위로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 책이다. 뉴욕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무엇이 시카고를 기상 재앙에 취약하게 만들었는지 탐색한다. 폭염 사망자들이 생전에 지낸 주거지역에서 연구를 시작, 희생자 대부분이 빈민가의 낙후된 집에 살았음을 인지하고 그들의 죽음이 자연재해가 아닌 경제적 수준 차이가 야기한 사회적 비극이라는 관점으로 접근, 그 원인을 정치적 . 사회적 실패로 귀결시킨다. 바로 사회 시스템의 고장이 원인이었다는 것. 한데 왜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을 이제야 돌아보느냐고?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폭염 참사는 ‘사회적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희생자가 죽어나가는 사회현상을 방치하고, 더위가 지나가기만 하면 이 재앙을 쉽게 잊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파헤쳐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름이 지나갔다고 해서 ‘폭염의 사회학’이 던지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얼마 전 사상 최악의 폭염을 맞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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