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왜건과 함께 떠난 강화도 여행은?

두 대의 왜건과 함께 떠난 강화도 여행은?

노블레스 2019-11-18 09:00:00 신고

요란한 여름이었다. 몇 차례 태풍이 반도를 훑고 지나갔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 지역과 크고 작은 섬에 깊은 생채기가 났다. 뉴스와 SNS를 통해 굽이치는 파도와 지붕을 걷어내는 바람을 목격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에 사는 선배는 덤덤했다. “돌담이 무너졌고 3년 가꾼 살구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그러나 괜찮다. 그게 섬에서의 삶이다.” 몇 해 건너 무너진 담을 쌓고 나무 뿌리를 흙으로 덮는 그 삶을 난 가늠할 수 없었다. 서울은 고요했다. 이따금 비가 내렸고, 구름이 빠르게 북쪽으로 이동했다. 때론 그 적막함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 이 도시의 좋은 점은 시간을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가 뜨면 콘크리트 구조물에 들어가고 해가 지면 밖으로 나오니까. 어느 날 문득 옷깃을 여민다면, 그건 계절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맞이한 가을이 영 찜찜했다.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작정하고 짐을 꾸리는 건 가을 여행이 아니다. 길을 걷다 문득, 커피를 마시다 불현듯 지금 이곳을 벗어나고픈 충동으로 차에 오르는 것이 이 계절과 어울린다. 그럴 때마다 강화도를 찾았다. 서울 강남에서 70km 남짓한 거리가 현실에 아등바등 발을 붙이고 있는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 일탈이었다. 물론 곱게 물든 마니산의 단풍이나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군청색 바다, 쌉싸래한 인삼 막걸리, 한껏 살이 오른 수게는 덤이고.
달뜬 마음을 보챈 건 두 대의 차량이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와 푸조 508 SW, 두 대의 왜건은 ‘왜 아직 떠나지 않느냐’고 속삭인다. 짐을 잔뜩 실을 수 있는 트렁크와 장거리 운전에도 편안한 승차감, 여행길이 지루하지 않게 돕는 갖가지 기능은 모두 여행을 상기시킨다. 왜건이란 태생부터 일탈을 내재한다. 일상의 도중, 계절과 계절 사이, 차에 오르고 내릴 때 여행이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인 셈이다. 단출한 짐과 BGM 플레이리스트, 카메라, 허기진 속을 챙겨 차에 올랐다. 강화도로 향했다.




여행은 길 위에 있다. 길에서 여정이 시작되고 자신과 마주한다. 그 과정엔 약간의 불안과 설렘이 공존한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설 때도 그랬다. 대로는 클랙슨 소음과 차선을 바꾸려는 차들로 혼잡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그날따라 휴대폰도 잠잠했다. 김포한강로에 접어들며 길이 뚫렸다. 한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긴 직선 코스는 ‘벗어나고’ 있다는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평일 오전이라 도로 위 자동차는 듬성듬성했지만, 굳이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햇빛이 한강에 부딪히는 광경과 나들목의 우아한 곡선을 감상했다. 여유를 만끽한 ‘드라이브’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김포대로를 지나면 섬과 육지를 잇는 1km 남짓한 강화대교가 나온다. 도시와 섬을 잇는 동시에 속세의 번잡스러움을 차단하는 에어커튼 같은 곳이다. 강화도는 고즈넉하다. 도시의 고단함이 그곳엔 없다. 낮은 집과 곳곳에 자리한 유적지, 한가로이 운행하는 작은 배들이 목가적 풍경을 만든다. 강화도 역시 곳곳에 태풍의 흔적이 있었다. 무너진 산비탈을 메우는 중장비와 파손된 건물의 보수가 한창이었다. 주민들은 덤덤히 콘크리트 파편과 파이프를 옮기거나 그늘에 앉아 물을 마셨다. 흉터가 남았지만 삶은 지속되고 있었다. 강화도는 그들처럼 강인한 섬이었다. 거기엔 선사시대 고인돌을 비롯해 삼국시대의 절과 고려의 외성, 조선의 진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백 혹은 수천 년을 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세월과 힘에 대해 생각했다. 문득, 선배가 말한 섬에서의 삶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두 대의 왜건을 타고 섬 곳곳을 누볐다. 여유롭고 때로 강렬하게, 강화의 굽이진 해안 도로를 달렸다. 강화군 초입에 있는 시장에 들러 인삼 상가를 둘러보고 고려궁지의 높은 언덕에 올라 송월 동화 마을의 아기자기한 지붕을 구경했다. 마니산 중턱에 올라 얼음을 띄운 미숫가루를 한 잔 마시고 저녁엔 석모도 민박에서 손바닥만 한 백합조개로 탕을 끓여 소주를 마셨다.




1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와 푸조 508 SW는 각각 254마력과 177마력의 출력을 갖췄다. 진흙과 모래, 가벼운 오프로드는 쉽게 넘나들 수 있다.
2 강화도는 거대한 생태계다. 썰물이 빠져나간 석모도 뻘은 수만개의 숨구멍과 물길로 숨 쉬고 있다.
3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다리가 세워져 하루에 두 번 출항하는 배를 기다릴 필요 없다.
4 강화성당에서 내려다보는 동화 마을 전경. 이곳의 템포는 도시의 그것과 다르다.




VOLVO V60 CROSS COUNTRY
엔진 4 디젤, 1969cc
최대출력 254hp
연비 10.1km/ℓ
가격 5280만~ 5890만 원

‘왜건(Wagon)’의 시작은 미국이지만, 현재 타이틀은 볼보에 있다. 짐을 싣기 위한 역마차 형태의 투박함을 볼보는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했다. 1976년 선보인 343 모델부터 V 시리즈까지 볼보는 왜건의 앞뒤 불균형을 상쇄하고 다양한 헤드램프의 형태를 도입해 변주를 줬다. 여기에 입체적 라인과 심플한 선으로 ‘아름다운 왜건’을 만들었다. 그 결정체가 V60 크로스컨트리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볼보가 강조하는 안전과 효율, 심플함, 다이내믹 같은 기술의 정수가 녹아 있다.




5 볼보의 심벌. 심플하되 감각적인 디자인이 V60 크로스컨트리 곳곳에 적용됐다.
6 V60 크로스컨트리의 후면은 도시는 물론 자연 속 한옥과도 잘 어울린다.
7 AWD(상시 사륜 시스템)을 적용해 뻘에서도 무리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8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는 여행의 좋은 동반자다.

SEDAN + SUV + WAGON = V60 CROSS COUNTRY
V6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과 SUV, 왜건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다. 1997년 출시한 최초의 크로스컨트리 모델 V70 XC가 왜건에 오프로드 성능을 더한 것이라면, V60 크로스컨트리는 다이내믹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모델이다. V60은 비율이 완벽하다. SUV 모델 XC60에 적용한 60 클러스터 기반에 2세대 모델로 루프 라인이 차량 끝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이 어색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기조를 이어가고 전면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LED 헤드램프, 새롭게 도입한 그릴, 후면 볼보의 레터링 등이 디테일을 완성한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프리미엄 소재와 탑승자의 편의를 위한 장치를 대거 도입했다. 나파 가죽으로 제작한 시트는 마사지 기능을 포함해 고급스러움과 장거리 운전 시 피로를 덜어준다. 바워스 & 윌킨스(Bowers & Wilkins) 스피커의 밀도 높은 사운드는 탑승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모든 트림에 상시 사륜 시스템(AWD)을 적용했다. 모듈 타입 설계를 도입해 시스템의 무게는 줄이고 효율성은 향상시켰다. 여기에 최대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4기통 T5 터보차저 가솔린엔진과 8단 자동 기어트로닉 변속기를 조합했다. 도로에서 주행은 물론 오프로드 지역에서도 상당한 돌파력을 선보였다. 썰물 당시 석모도 해안의 얕은 뻘을 달려도 바퀴가 헛돌거나 빠지는 일은 없었다. 짐을 가득 싣고도 가파른 언덕을 쉽게 올랐고, 브레이크 성능도 안정적이라 믿고 달릴 수 있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어떤 지형에서도 안정적 주행을 제공하기 위해 스프링과 완충기(Shock Absorber)의 댐핑 컨디션을 조정한 투어링 섀시와 서스펜션을 적용해 오프로드 대응력을 높였다. 여행은 갖가지 변수로 완성된다. 믿을 수 있는 제동과 성능, 거기에 우아한 외관까지 갖춘 V60 크로스컨트리는 강력한 여행 파트너임이 틀림없다.




PEUGEOT 508 SW GT LINE
엔진 l4 가솔린, 1997cc
최대출력 177hp
연비 13.3km/ℓ
가격 5131만 원

2009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장을 갔다. 하루 시간이 남아 하이델베르크까지 나들이를 떠났다. 그때 빌린 차가 푸조 407 쿠페다. 상당히 프랑스다운(?) 외모에 한 번 놀라고 생각보다(?) 잘 달리는 주행에 두 번 놀랐다. 푸조치곤 딱딱한 서스펜션, 쫀쫀한 엑셀 감도를 갖춰 밟고 꺾는 맛이 나는 차였다. 그게 푸조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508은 407과 607의 통합 버전이다. 감각적 외모와 잘 달리는 407, 고급스러움과 넉넉한 공간을 갖춘 607의 DNA를 섞어 2010년 1세대를 완성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큰 매력은 없었다. 508은 생각보다 중후했고, 운전 재미는 크게 떨어졌다(승차감은 대폭 상승했다). 브랜드의 정체성보다는 플래그십 세단의 정석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9 푸조 508 SW의 실내에는 과감한 올 블랙 디자인을 적용했다. 압도적이며 감각적이다.
10 푸조 특유의 위트를 가미한 D 커트 스티어링은 주행 중 거의 모든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인터페이스가 있다.
11 앞바퀴 굴림이지만 모래 구간에서도 쉽게 돌파가 가능한 동력을 갖췄다.
12 508 SW의 뒤태는 이제껏 푸조가 선보인 디자인을 한 단계 넘어섰다는 평이다.

STYLISH WAGON, 508 SW
신형 508은 다르다. 푸조 특유의 경쾌한 정체성은 물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왜건의 장점, 거기에 주행 재미까지 갖춘 전천후 차량이다. 먼저 투박함을 걷어냈다. 전면은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 주행등(DRL)과 LED 헤드램프, 크롬 그릴로 차체를 더욱 낮고 민첩하게 매만졌다.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는 후면에 있다. 508 SW의 뒤태는 아름답다. 블랙 패널에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4D 리어 램프는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루프부터 이어지는 리어 스포일러는 역동적이면서 우아함을 더한다. 내부도 만족스럽다. 기능의 효율과 아름다움을 모두 잡았다. 508 SW는 블랙을 테마로 대범한 실내를 완성했다. 어두운 면은 있지만 독보적 캐릭터를 얻었다. 푸조는 자신만의 인터페이스인 아이-콕핏(i-Cockpitⓡ)을 이어간다. 터치스크린이 대세인 근래, 직관적인 물리 버튼은 되레 반갑다. 508이 다이내믹한 주행에 신경 썼다는 증거는 시트에 있다. 낮은 포지션의 시트는 고속에서도 오롯이 운전에 집중하게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시야다. 낮은 루프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프레임이 시야를 방해한다. 508 SW의 트렁크 용량은 530리터다. 이는 생활권의 확장을 의미한다. 새로운 508 SW는 잘 달린다. 약 10년 전 407에서 느낀 것 이상의 다이내믹한 주행을 선보인다. 2.0 BlueHDi 엔진과 EAT8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대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2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엑셀은 부드럽지만 감도가 높아 미세하게 밟아야 한다. 순간 가속은 물론 고속 주행 시 치고 나가는 맛도 좋다. 특히 해안 도로의 구불구불한 코너를 돌 때 안정감 있게 차체를 잡아준다. 하지만 승차감은 꽤 쾌적하다. 지면의 충격을 최소화하며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감이 적다. 508 SW는 푸조가 잘하는 것,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담았다. 거기엔 단단한 기본기와 과감한 시도가 포함된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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