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준우승, 김경문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프리미어 12 준우승, 김경문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금강일보 2019-11-18 15:52:00 신고

야구 국가대표 감독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 감독 김경문

 모든 비판은 선수들이 받아야 하는 것일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패했다. 스코어는 접전이었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스코어 이상으로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준우승하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면서 "패배는 감독의 잘못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며 패배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밝혔다.

립서비스성 발언일지 진담일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패배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지분은 상당히 크다.

한일전 패배와 준우승이라는 성적으로 대회가 끝난 지금 결과론적인 비판이지만 선수 선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왈가왈부 할 문제가 아니지만 몇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 김경문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기세'를 보았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 선발에 있어 스스로 말한 것을 스스로 어겼다.

먼저 두산 베어스의 2019 KBO리그 우승을 이끈 주전 포수 박세혁이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백업 멤버로 발탁됐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NC로 이적한 이후 주전 멤버로 도약,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기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것이 언뜻 보면 이상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KBO리그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번 시즌 박세혁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포수는 한화 이글스의 최재훈과 LG 트윈스의 유강남이 있다. 스탯티즈 기준, 박세혁은 137경기에 나와서 3.06의 WAR를 기록했으며 최재훈은 135경기에서 WAR 3.55를, 유강남은 132경기에 나와 WAR 3.35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박세혁의 기가 세더라. 마지막에 타점을 올리면서 팀 우승을 시키는 것을 보고 엔트리에 계속 넣기로 했다”며 박세혁을 선발했다. 누적 성적 보다는 '기세'를 중요시 여긴 것이다.

 

▶ '기세'가 명백한 하향세인 김재환의 선발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기세'보다 '이름값'으로 뽑은 선수가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김재환이다. 2018시즌 KBO리그 MVP를 차지하기도 했던 김재환이지만 2019시즌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반발력이 낮은 공인구로 교체 이후 김재환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2019시즌 김재환의 성적은 136경기 타율 0.283 OPS 0.798 15홈런 91타점. 비록 소속 팀이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김재환 개인만 보면 누가 봐도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말하기 힘든 성적이다.

좌익수로만 한정해도 이정후(키움), 전준우(롯데), 김현수(LG)가 김재환보다 우수한 WAR를 기록했으며 외야수 전체로 따지면 이천웅(LG), 민병헌(롯데), 강백호(KT), 박건우(두산)가 김재환 보다 높은 WAR를 기록했다. 이들 중 전준우와 이천웅은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김재환은 금지약물복용 전력이 있어 팬들 사이에서 인식이 좋지않다. 비난의 여론을 감수하고 굳이 2019시즌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김재환을 선발한 것은 의문이 남는다. 김재환은 대회 내내 중심타선으로 출전, 0.160의 타율로 대회를 마감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박병호 / 연합뉴스

▶ 박병호 한 명 뿐인 1루수, 빼고 싶어도 뺄 수도 없다

김경문 감독이 박병호를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대표팀에는 1루수가 박병호 밖에 없었다.

박병호는 2019년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돌파하며 홈런왕을 차지했으며, 1루수 전체 WAR 순위도 독보적인 1위였다. 맹타를 이어가며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누구도 비판하기 힘든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프리미어 12'는 단기전이다. 피로가 누적된 것일까. 박병호는 조별예선부터 좋지 않은 타격감을 보였다. 이럴때 백업 선수를 활용한다던가 하면서 쉬어가는 타이밍을 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끝까지 4번 타자로 출전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박병호의 백업으로 뽑힐 만한 선수는 오재일(두산)이 있었다. 용병 타자인 러프(삼성)를 제외하면 3위의 WAR를 기록했다.

오재일은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8월 월간 OPS 1위에 이름을 올린 오재일은 이후 그야말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 기세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가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 히어로즈의 마운드를 폭격, 18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활약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었다.

1루수가 박병호 한 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세'를 중요시 여기던 김경문 감독이 오재일을 선발하지 않은 점은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3루수는 최정(SK), 허경민(두산), 황재균(KT) 세명이나 선발했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물론 허경민과 황재균은 멀티 플레이어의 가치가 있긴 하지만, 1루수가 단 하나 밖에 없는 상태에서 중복 포지션을 세 명이나 뽑은 것은 의문이 남는 결정이다.

 

▶ 사라진 '1점대 마무리' 정우람, 대약진을 이뤄낸 박진우

 정우람은 소속팀인 한화 이글스가 부진한 순위를 기록했음에도 이름값을 했다. 3.82의 WAR를 올리며 불펜 투수 중 고우석 다음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정우람의 성적은 57경기 출장 4승 3패 26세이브 1.54의 평균자책점.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정우람의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초기에 선발되었던 구창모(NC)가 부상으로, 한현희(키움)가 부진으로 인해 대체 선수 이승호(키움)와 이용찬(두산)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정우람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논란이 된 선수는 원종현(NC)도 있다. 원종현은 60경기에 출장 3승 3패 31세이브 4.0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성적도 아니었다.

원종현은 대만전에 등판해 승부에 쐐기가 박히는 쓰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대회 출전은 조별예선 호주전, 슈퍼라운드 대만전 두 번이 끝이었다.

또한 박진우(NC) 역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정우람과 동일한 3.82의 WAR를 기록하며 9승 7패 5홀드 3.1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국가대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2008년 베이징 이승엽의 향수? 박병호와 이승엽은 다른 사람이다

베이징 우커송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국 대 일본전. 8회말 이승엽이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 연합뉴스

 박병호는 이승엽이 아니다. 물론 이승엽도 박병호가 아니다. 두 선수는 거포 1루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일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2008년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이에 팬들의 비판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승엽 역시 마음의 짐이 컸는지 일본전 이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23타수 3안타를 기록 중이던 이승엽은 준결승 일본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8회말 경기를 뒤집는 극적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한국 팬들에게는 환호를, 일본 팬들에게는 침묵을 안겨주었다. 부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승엽을 기용했던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통하는 순간이었다.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일까. 박병호는 일본과의 결승전까지 변함 없이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최종 성적은 28타수 5안타 타율 0.179으로 장타는 없었다. 팬들이 기대하던 시원한 한방은 결국 끝까지 볼 수 없었다.

2019년 KBO리그 타격왕 양의지(NC)도 끝까지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의지는 지난 1984년 이만수 이후 무려 35년만에 포수 타격왕을 차지했다. 양의지는 23타수 2안타 1타점 타율 0.087이라는 처참한 기록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기세'를 중요시 여기던 김경문 감독은 선수 기용에 있어서는 끝까지 '믿음'만을 고집했다.

 

▶ 이제는 국가대표도 젊은 감독이 필요하다

 선동렬 국가대표 감독이 아시안 게임 선수 선발 의혹 파문 속에 하차한 이후, 야구 국가대표 대표팀 자리를 탐내는 감독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국가대표 감독 자리는 변해야 한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대회 내내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의 야구를 계속했으며 데이터와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살얼음판 같은 1점차 승부에서도 번트 등의 어떠한 작전도 펼치지 않았다.

좋은 타격감을 보이던 강백호, 황재균 등은 기회를 받지 못했고 쓰는 선수만 기용하는 모습, 이영하의 혹사 논란 등 팬들에게서 '감독이 경기 관람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비교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감독 이나마 아츠노리는 1972년 생이다. 1958년 생인 김경문 감독보다 14살이 어리다.

한국 국가대표 감독은 최근 계속해서 쓰던 사람만 계속 쓰는, 돌려막기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감독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 싫어한다면 맡고 싶은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은 곧 KBO리그의 흥행으로 이어진다. 국제대회에서의 실패가 계속 된다면 팬들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고 텅 빈 관중석이 다시금 현실로 다가올 위험이 있다. 안 그래도 거품 연봉 논란, 각종 사건 사고, 형편 없는 팬 서비스 등 KBO리그는 구설수의 대상이다.

관중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팬들 유입 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잃는다면 한국 야구의 미래 역시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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