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Art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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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2019-11-18 17:00:00 신고

‘태그맨’, 이름부터 ‘해시태그(#)’를 연상시킵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사실 SNS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랜 시간 봐야 하는 순수미술과 달리 SNS는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고 금방 잊으니까요. 무언가를 비평하기 위해선 잘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한번 깊이 파고들자 싶었죠. 열심히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SNS를 새로운 이미지 공유 플랫폼으로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안에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한다는 걸 발견했죠. 불현듯 ‘작품 매체로 이용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떠올랐고, ‘태그맨’으로 이어졌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미지 태그가 달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행인들이 태그를 떼어가도록 하는 퍼포먼스예요.

사람들이 태그를 가져가는 게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비슷하네요? 맞습니다. ‘태그맨’은 현대인이 자신의 삶을 이미지로써 SNS에 공유하는 모습을 시각화한 거예요. 태그맨은 설인을 닮았습니다. 모습도 날것 같은데 관람객에게 태그를 가져가라고 제안하거나 마냥 기다리는 등 그들의 공감을 유도하는 원초적 행동을 취하죠. 이런 모습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인의 공감을 원하는 모습이죠. 공감을 사고팔 수 있다는 뜻의 전시 제목 ‘공감매장 Like Shop’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실제로 많이 떼어가던가요? 처음엔 머뭇거리다가도 가져가라고 권하면 꽤 많이 가져가요. 덕분에 ‘태그를 떼어가도 좋습니다’라는 중국말은 확실히 알게 됐죠.(웃음) 한 움큼 가져가는 어린이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무엇일 것 같나요?

글쎄요. 연세 있는 분들은 반응이 차갑지 않을까요? 놀이공원에서 퍼포먼스를 했을 때예요. 광고용 전단지 경쟁이 치열한 장소라 그런지 ‘태그맨’이 예술이 아닌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보인 거죠. 이렇게 장소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것도 흥미로워요. 10월 중순쯤, 국내에서도 ‘태그맨’ 퍼포먼스를 계획 중인데 이런 경험을 한 만큼 장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이태원, 가로수길, 홍대 그리고 재래시장 같은 곳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태그맨’을 찍고 해시태그와 함께 각자의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모든 행위가 작업에 포함되니까요.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 오프닝 날인 10월 30일, 오후 6시 30분에도 선보일 예정이니 퍼포먼스에 동참하셨으면 해요.

왼쪽 Spinner, Acrylic on Canvas, 30×30cm, 2017, \800,000
오른쪽 The Birdy, Acrylic on Canvas, 30×30cm, 2017, \800,000

태그로 달린 이미지가 굉장히 다양해요. 어떤 건 간단한 드로잉이고 또 어떤 건 화면이 꽉 찬 회화 같습니다. ‘태그맨’에는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그림을 사용합니다. 주로 일상 풍경에서 영감을 얻기에 그 이미지들이 관람객 각자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또한 회화 특유의 손과 터치 맛을 살리기 위해 직접 그리거나 실크스크린을 해요.

일상을 그린다 하셨는데 작품의 이미지가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듯해요. 평범하다기보단 되레 환상적인 느낌을 강하게 담았어요. 일상에서 환상으로 변하는 사고 과정이 궁금합니다. 평범한 풍경에서 그릴 것을 포착해요. 여기에 한 가지 규칙이 있다면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느낌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재현하지 않죠. 제가 본 모습을 똑같이 그리면 마치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같이 이기적인 행동으로 느껴져서요. 그래서 중간자적 역할을 두어요. 일전에 선보인 ‘시공간 나그네’같이 가상 인물을 만들거나 어딘가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똑같은 다른 세계가 있다는 등 가정을 하고 상상하죠. 간단히 말하면 일상에 제 상상을 투입하는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 일상이 점점 변하면서 저만의 발상에 가까워지죠. 이렇게 다른 가상의 인물이나 세계를 상정하니 더 자유롭게 일상과 환상을 조합할 수 있었습니다.

회화와 퍼포먼스뿐 아니라 드로잉, 비디오, 애니메이션, 설치 등 정말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요.(웃음)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춰 재료를 선택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연구하죠. 각 재료의 표현 방법을 찾는 즐거움도 있고요. 한데 베이스는 회화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는 좀 더 ‘회화’에 몰두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평면 작품을 중심으로 꾸렸어요.

Tagman, Performance, Dimension Variable, 2018.

이유가 있나요? 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매체가 회화라 생각합니다. 저는 계획을 세우고 회화에 접근하지 않아요. 구체적 형상을 그리다가 추상에 대한 갈증을 느껴 비정형으로 나아가기도 하죠. ‘out of body experience’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소 즉흥적으로 임하다 보면 제가 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의식의 경지죠. 회화가 심플한 매체이기에 제 내면에 포커스를 맞추기 좋기도 하고요.

다양한 매체에 관심이 있는 만큼 표현하고 싶은 주제도 많을 것 같아요. 요즘 특히 눈길 가는 게 있나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그리고 싶은 게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답은 ‘마음’이에요. 일단 마음이란 단어부터 와 닿아요. 굉장히 보편적이라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선뜻 내뱉기 어려울 만큼 진중하죠. 제 마음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색상을 다양하게 쓰려 합니다. 게다가 ‘혼’, ‘정신’과 달리 영어로 번역할 때 딱 맞는 단어가 없다는 점에서 고유한 전통의 멋도 느꼈어요.



Red Stone, Acrylic on Canvas, 70×90cm, 2017, \4,000,000

컬러풀한 화면이 눈에 띄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 다양한 마음을 담기 위해서죠. 물론 색 자체도 좋아해요. 서로 다른 색이 만나면서 맺는 관계가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노블레스 컬렉션을 찾는 관람객에게 관람 팁을 알려주세요. 앞서 말했듯 이번 전시는 마음을 담은 회화를 중심에 놓은 자리입니다. 사실 마음이란 눈이 아닌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여러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감상하길 권하고 싶어요. 시간을 할애한 만큼 많은 걸 얻어 가실 수 있는 자리가 될 거예요.

왼쪽 The Catcher, Acrylic on Canvas, 27×22cm, 2018, \700,000
오른쪽 The End of the Beginning, Acrylic on Canvas, 45×38cm, 2018, \2,000,000

이번 전시가 끝난 뒤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해요. 지금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에 임하는데 꽤 괜찮은 생활 패턴인 것 같습니다. 작업에 대해선 앞으로 회화에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죠. 사실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놀이처럼 즐겁게 임할 수 있는 회화가 끌립니다. 물론 ‘태그맨’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Girl, Acrylic on Canvas, 38×45cm, 2018, \2,000,000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채우리 사진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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