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대론 선거 못 치른다”..지도부는 용퇴 요구 선 그어
특히 한국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지방선거 패배 뒤에도 자정운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느때보다도 인적 쇄신 요구가 높다. 한국당 의원들은 거취를 지도부에 위임하는 대신, 지도부 역시 희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지도부는 이같은 요구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에 승리하면 저부터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퇴진 대신 총선 승리를 거론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총선에서 당의 승리”라며 “당의 승리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전날 김세연 의원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선도적으로 퇴진하라고 밝힌 데 대해 에둘러 거부한 셈이다.
황 대표는 당 쇄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 쇄신은 국민적 요구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과감하게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도 쇄신론 힘을 실었다. 정 최고위원은 “두 의원(김세연·김성찬)의 절박함과 당에 대한 걱정이 당 내부 모든 사람들 가슴에 닿아 화답되는 일이 벌어지길 기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보라 최고위원도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라는 대의를 위한 용퇴를 보여줬다”며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러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에 비해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더 무겁게 다가온다는 게 현역 의원들의 전언이다. 김 의원은 부산 3선 의원이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 부산시당 위원장 등을 맡고 있어 그가 내려놓는 기득권이 비례대표 초선과 비교해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도 “공천을 못 받아 현역 의원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김세연 의원은 받을 수 있는데도 안 나오는 경우”라며 “합리적으로 활동했던 의원”이라고 했다.
또 김 의원이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당을 향해 쓴소리를 해왔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다. 김 의원은 최근에도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지난 6월에는 “황교안 대표가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문에서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김세연 의원 같은 분은 오히려 정치를 더 하셨어야 될 분”이라고 언급했다.
◇與도 임종석·이용득 불출마..거세지는 세대교체 압박
개혁 소장파인 김 의원의 불출마는 여당에도 울림을 주는 분위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을 읽고 많은 분들이 공감했을 것”이라며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토론과 논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최고위원도 “김 의원의 통렬한 반성이 정치 개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거론했다.
당장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신을 향한 세대교체 압박에 “남아서 일할 사람은 남는 것이고, 다른 일을 선택하면 나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86그룹 용퇴론’과 관련해 “약간 모욕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돼 있다고 말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블로그를 통해 “저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며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는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이철희·표창원·이용득 의원 3명이다. 한국당에서도 유민봉·김성찬·김세연 의원 3명의 불출마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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