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2019년이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독서신문 2019-11-29 09:20:14 신고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그랬지 우린 너무 짧게 만났지”

한강의 시 「여름날은 간다」의 일부분이다. 이 시는 길거리의 나무를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헤어짐’이라는 정서를 감각적으로 묘파했다. 그렇다.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잠깐의 스침도 허락될 수 없었던, 인연이 되지 못한 인연들은 얼마나 많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의 손끝에 닿지 못한 ‘좋은 책’들도 많을 것이다. 인고의 노력 끝에 세상에 나왔지만 많은 독자와 인연이 될 수 없었던 책.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올해 출간된 책 중 독자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책들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문학동네 이연실 편집자는 섀넌 매케나 슈미트와 조니 렌던이 공동으로 지은 『미친 사랑의 서』를 꼽았다. 이 책은 톨스토이, 헤밍웨이, 바이런 등 세계문학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작가 101명의 적나라한 열애와 치정을 담았다. 작가들의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그들의 ‘진짜 삶’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말 그대로 작가들의 ‘미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대단하게 생각했던 작가들도 결국 평범한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작가들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결혼 생활과 연애가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알 수 있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을 출간할 땐 의견이 엇갈렸다. 가령 ‘작가들의 이런 변변치 못한 모습까지 알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하지만 오히려 작가들의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을 통해 높은 산처럼 느껴졌던 그들을 친근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며 “책을 펴내면서 작가들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른 작품도 찾아 읽었다”고 밝혔다.

민음사 관계자는 독자들의 관심이 아쉬웠던 책으로 독일 작가 다니엘 켈만의 『너는 갔어야 했다』를 꼽았다. 이 책은 독일에서 가장 독창적인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다니엘 켈만의 공간지각 미스터리이다. 다니엘 켈만은 『속죄』로 유명한 이언 매큐언이 가장 좋아하는 독일 작가로 꼽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은 이미 독일 문단에서는 스타 작가로 불리는 다니엘 켈만의 신작이다. 특히 앞서 출간된 『세계를 재다』의 경우 독일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향수』 이후 가장 많이 팔린 독일 소설”이라며 “독일에서는 제법 이름값이 있는 작가인데, 다소 건조한 문체 등 독일식 작법이 아직 국내 독자들에겐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는 갔어야 했다』의 경우 현지에서는 반응이 좋았다. 다만 국내에서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정말 ‘45분’이면 읽을 수 있다. 가독성이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며 “최근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돼 영화가 개봉하면 판매 부수가 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출판 허유진 편집자는 독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책으로 박문영 작가의 『3n의 세계』를 꼽았다. 한겨레출판 관계자는 “현재 서점가에 여성의 마음과 심리를 다룬 책들은 많은데, 여성의 ‘몸’과 관련된 책은 드물다”며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삼십 대 여성의 몸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인데, 작가의 솔직한 고백과 재기 발랄한 만화로 표현돼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명랑한 페미니즘 에세이툰”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책을 기획할 당시 ‘데이트 폭력’ 등 여성의 몸과 관련한 이슈가 있었다. 특히 책 시장에 여성 독자들이 많은데 여성 서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노력했고, ‘여성의 몸’으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활형 페미니즘 에세이툰이 없어 그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창비 정민교 편집자는 김이설, 박상영, 윤성희 등이 공저한 청소년문학 『웃음을 선물할게』를 꼽았다. 창비 관계자는 “이 책은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웃음’ 테마 앤솔러지(anthology,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엮은 책)이다. 팍팍한 일상에 지쳐 책 읽을 짬을 낼 수 없는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존의 단편보다 더 경쾌한 ‘짧은 소설’ 모음집”이라며 “청소년, 나아가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 다정한 곁을 내어 주는 친구 같은 소설집”이라고 설명했다.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올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여행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를 꼽았다. 그는 “이 책에는 김혜순 시인이 제3세계 여성 시인으로서의 자각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여행한 후일담이 담겼다”며 “시인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시단에서 페미니즘과 시가 만났을 때의 문학적 상상력을 깊이 고민하신 분이다. 책 판매가 생각보다 저조한데, 젠더 이슈가 많은 요즘에 읽으면 참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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