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보편적 가치로의 회귀

오토카코리아 2019.12.02 13:35

지난 2017년에 등장한 6세대 그랜저가 2년 만에 풀 체인지 수준의 변화를 보여주며 등장했다. 기존 6세대 그랜저 고객들은 ‘아직 새 차 냄새가 나는데 벌써 구형이 됐다’는 하소연을 할 법도 하다. 4~5년마다 빠짐없이 신차를 내놓고, 2년 만에 거의 모든 걸 바꾼 정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현대자동차 그룹의 개발 역량이 크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너무 자주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부작용(?)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끌어 간다는 의미일수도 있다.

신형 그랜저는 앞모습에서 거의 천지개벽이라 할 만한 변화를 보여준다. 기존의 캐스캐이딩 그릴의 틀을 유지하는 듯 하지만,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그리고 주간주행등의 구성이 거의 전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었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가히 급진적이라고 말해도 될 법하다.

게다가 페이스리프트 임에도 축간 거리를 40mm 늘린 것은 사실상 B-필러 이후의 뒷문을 포함한 사이드 프레임과 뒤 펜더 등 거의 모든 차체 내/외장 부품을 바꾸어야 하는 큰 변화다. 그런 와중에 측면의 캐릭터 라인도 바뀌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는 두 개의 캐릭터 라인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끊어진 구성이어서 뒷문에서의 차체 면 처리가 어딘가 생경한 인상이었지만, 이제는 앞에서 온 캐릭터 라인이 뒤 도어 핸들의 위쪽까지 쭉 이어지고, 더 커진 뒤 펜더 볼륨의 위쪽으로 만들어진 뒤쪽 캐릭터 라인과 서로 겹쳐진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트렁크의 윗면 경사각이 패스트백 쿠페처럼 바뀌었다.

그리고 C-필러의 쿼터 글라스는 이전의 삼각형에서 사각형으로 바뀌면서 점잖은 이미지로 바뀌었다. 삼각형 글라스가 30~40대의 젊은 소비자를 지향하는 이미지라고 비유한다면, 새로운 사각형 글라스는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선호할 듯한 이미지이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서 G80은 그랜저와 비슷한 세그먼트라고 할 수 있겠지만, G80이 추구하는 방향은 애초에 제네시스(BH)가 처음 출시되던 때 천명했던 다이내믹 럭셔리를 여전히 지향하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젊은 소비자에게 접근하면서 성능과 개성을 어필하는 것이다. 그런 제네시스 브랜드가 아닌 현대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서 그랜저는 보편성에 기반한 고급승용차를 추구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러한 차가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은 넓고 안락하며, 고성능보다는 편안하고 여유 있는 성능일 것이다. 즉 오너가 뒷좌석에 가족들을 태울 경우에도 넓고 안락한 공간을 쓸 수 있는 편안한 승용차, 그게 바로 보편적 소비자가 바라는 고급승용차의 가치인지도 모른다.

역대 그랜저 중 1, 2세대 그랜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보수적 고급승용차의 이미지였지만, XG와 TG, HG, 그리고 IG를 거치면서 젊은 소비자 지향의 역동적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IG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40mm 늘어난 축간 거리와 사각형 쿼터 글라스의 C-필러 디자인으로 본래 고급승용차가 추구하던 뒷좌석 중심의 보수적 고급승용차로 회귀한 인상이다. ‘공간의 크기는 곧 권력의 크기’라는 속설이 있듯이 뒷좌석 공간을 확대한 측면 디자인은 보수적 고급승용차의 이미지에 들어맞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대비되는 앞모습과 뒷모습은 매우 급진적 인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구분하는 기존 디자인 통념에서 벗어나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Parametric Jewel pattern)이라 불리는 마름모 꼴 패턴 조형에 의해 그릴과 헤드램프의 경계가 사라진 전면부 디자인, 게다가 앞 범퍼 아래쪽 공기 흡입구 주변을 넓은 면적의 금속으로 덮어 마치 중세 기사의 투구 같은 전통적 인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뒤로 오면 차체 폭을 모두 커버하는 가느다란 테일 램프 패턴…. 그런데 뒤 범퍼 양쪽에 자리한 샤프한 금속성 사각형 트윈 테일 파이프는 다시 전통적 인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것 때문인지 차체 디자인에 여러 가지 양식이 혼재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보편적 가치의 고급승용차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무엇일까? 세그먼트를 리드하는 차체 크기에 의한 존재감, 한편으로 기술의 혁신을 통한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위상, 그리고 실내·외에서의 높은 품질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며, 통일된 양식에 의한 높은 완성도 역시 고급승용차 디자인의 요소일 것이다.

새로운 그랜저는 고급 트림으로 ‘캘리그래피’(calligraphy) 라는 사양이 존재한다. 캘리그래피는 문자 그대로 붓으로 쓰는 글씨 등을 의미한다. 그 의미를 살린 것인지 시트와 도어 트림에 붓 터치 같은 패턴이 적용되어 있다. 그랜저 6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는 거의 새로운 세대로의 진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동안 계속해서 스포티하고 젊어져 왔던 대중들의 고급승용차를 어느 일부분에서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시도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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