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원·화면주름에도…갤폴드가 '접고 펼' 미래는 궁금하다

이데일리 2019.12.04 00:35

세계 최초 ‘폴더블폰’이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지난 9월에 출시, 한 해 사이 완전히 판을 뒤집은 ‘미래기술’로 꼽힌다. 롤러블 등 차세대기술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잇는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올해 초, 예고는 있었다. 그래도 ‘설마’ 했더랬다. ‘믿는 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돌을 던지고 기어이 은퇴를 하겠단다. 바둑기사 이세돌(36) 얘기다. “일인자가 돼도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가시 돋힌 말을 남겼다.

얼추 4년이지만 여전히 생생한 장면이 아닌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 말이다. 마치 예고편 같았으니까. ‘인생은 기계·기술과의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란.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담론이 봇물처럼 터졌고, 우려와 기대가 씨실·날실로 짜여 세상을 녹여버렸으니.

그런데 이건 또 다른 충격이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이세돌의 은퇴는 사직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 ‘일신상의 사유’다. 그런데 말이다. 이 사건이 자꾸만 ‘인간상의 사유’로 보이는 거다. AI의 타이틀도 바꿔야 할 판이다. ‘똘똘한 인간 바둑기사를 이긴’에서 ‘정년도 없던 일자리를 날려버린’으로. 그새 AI의 그 지능이 얼마나 더 세졌는지는 가늠도 안 되는데. 예고편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 본편이 열린 듯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AI와의 전면전인가. ‘아니다’란 주장이 여기에 있다. 어쨌든 ‘미래를 작동할 기술’이 아닌가. “제대로 알아두면 꽤 쓸모가 있다”는 거다. 사람의 손과 머리를 넘어서거나 시간·실수·감정을 커버할 일에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단순접근으론 곤란하다. 이 시대를 괜히 ‘4차’고 괜히 ‘혁명’이라 부르겠는가. 세상이 네 번째 뒤집힌다는 뜻이 아닌가. 그래 좋다. AI는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그 안에는 세상을 뒤집을 어떤 게 또 들었나.

이데일리 미래기술 특별취재팀이 그 ‘어떤 것’ 찾기에 나섰다. 흔히 미래전망이 범하기 쉬운 ‘두루뭉술’은 애초에 차단했다. ‘10년 후 우린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란 질문으로 범위를 좁히고, 25가지 미래기술을 답으로 삼아 그 언저리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봤다. 무작위로 뽑은 25가지도 아니다. 기술트렌드를 주도하고 산업영향력이 막강한 아이템을 신중하게 골랐는데. 나노기술, 양자컴퓨터, 유전자가위·지도, 바이오의약품 등 대중에게 아직은 생소한 기술부터 블록체인, 5G, 클라우드, 빅데이터, 폴더블폰, VR헤드셋, 자율주행차, 드론 등 이젠 좀 만만해진 유망기술까지. 개발·연구를 진행하는 현장, 기업이 전폭적인 투자로 현실화하는 과정,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조목조목 불러냈다.


△초연결·초지능·초융합으로 묶인 ‘파괴적 혁신’

지난해에 이어 다시 뽑아낸 미래기술 역시 25가지. 그중 2020년을 앞두곤 6가지를 교체했다. 에너지저장장치 ESS, 홀로그램, 스마트 그리드 등을 빼고 그 자리에 인공신경망, 무선전력전송, QLED, 수상태양광, 친환경플라스틱, 탄소섬유를 새롭게 앉혔다. 나머지 19가지는 한 해의 변화를 반영해 업데이트했는데. 이미 일상화해 더 이상 ‘미래’가 아닌 것, 진전이 없어 ‘미래’가 불투명한 것 등 ‘덜 미래스러운’ 아이템은 들어내고, 대신 ‘더 미래스러운’ 아이템을 뽑아낸 식이다.

한 해 사이에 판을 뒤집은 미래기술이라면 단연 ‘폴더블폰’일 터. 구부러지다 못해 각이 딱 잡혀 접히는 스마트폰 말이다. 하루평균 180번, 생명이 유지되는 동안 20만번을 접었다 펴도 흠집 없이 작동한다는 ‘꿈의 기술’.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5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가 결론이었더랬다. ‘최초’를 누가 거머쥘지도 관심사였고.

결국 6년여 만에 실체가 드러났다. ‘세계 최초’란 영예와 더불어 ‘갤폴드’란 애칭으로 히트상품의 대열에 선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다. 여전히 심리적 저항선에 걸려 있는 240만원이란 가격, 무겁고 두껍고 화면에 주름이 생기는 등의 기술적 단점이 지적되는 와중에 이룬 성적이란 점이 고무적이다.

“폴더블폰 시장은 내년부터 격전지일 것”이란 예상으로 책은 다시 미래를 전망한다. 시장에선 이미 모토로라를 부활시킨 ‘레이저’, 화웨이의 ‘메이트X’가 뒤쫓기 시작했고, 그 불은 ‘5G’가 당기고 있는 중이라니. 초고속은 기본, 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는 또 다른 미래기술이다. 서비스마다 필요한 내용을 골라 제공하는 통신망. 자율주행차에선 실시간 속도, 원격진료에선 데이터전송량 등을 구분할 줄 아는 이 똑똑한 플랫폼은 실용화가 코앞이다.

단단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파괴적 혁신’은 사실 미래기술의 가장 선명한 특성이기도 하다. 초연결·초지능·초융합으로 묶였다고 할까. 예컨대 ‘클라우드’는 빅데이터와 AI, 블록체인의 인프라 격이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인터넷에서 빼내 쓰는 시스템이니까. 인간 뇌처럼 뉴런·시냅스를 연결한 ‘인공신경망’은 AI를 교육하는 데 최적화한 기술이고, ‘사물인터넷’은 5G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클라우드에 전송하는 과정을 거친다니. 이젠 거울 앞에 서서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를 묻고 대답을 듣는 일이 전혀 황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극히 첨단과학적이란 얘기다.

△‘막연한 기술’이 아닌 ‘눈앞의 기술’

굳이 1차·2차·3차일 것도 없다. 인류가, 문명이 생긴 이래 세상은 늘 ‘혁신’이었고 ‘혁명’이었으니. 맛보기 정도 끝냈다고 할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도 슬쩍 올드패션 느낌일 만큼 말이다. 그러니 ‘언제’가 관건이 될 터. 25가지 기술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길게 잡아도 10년 안팎이란다. ‘10년 뒤 먹고살게 할’에 방점을 찍은 이유라 할 거다. ‘막연한 기술’이 아니라 ‘눈앞의 기술’이란 강조기도 하고.

다만 유독 눈에 띄는 분석은 ‘추격자’다. 한국의 핵심기술 경쟁력이 미국의 70∼80% 수준이란 우려, 중국·일본 등 유수의 글로벌기업이 벌이는 선점경쟁에서 자칫 밀릴 수도 있단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책은 당장 뭘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긴요한 문제제기는 던져놓은 셈이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이 추천사에서 인용한,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의미까지 얹어서 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길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지 않나.

책의 미덕은 ‘쉽다’에 있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풀자면 끝이 없는 법. 눈높이를 한 뼘 이상 낮춘 글쓰기부터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되레 평범하다 싶어 ‘이게 무슨 미래기술?’ 했다면 목적은 달성한 거다. 이 ‘별것 아닌’ 25가지가 내일의 일자리를, 먹거리를 바꿀 참이라니. 개발을 하든 투자를 하든, 어디 가서 미래를 주제로 ‘썰’이라도 풀려 해도 25가지는 ‘절대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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