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회장 '인생 2모작' 본거지, 베트남 번찌 골프장

김우중 전 회장 '인생 2모작' 본거지, 베트남 번찌 골프장

연합뉴스 2019-12-10 06:00:08 신고

해외 도피 중 수단서 골프 시작…"건강회복제 역할"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골프가 건강회복에 큰 도움이 됐어요."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우그룹 해체 이후 한동안 전 세계를 유랑하던 김 전 회장이 건강을 되찾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골프다.

김 전 회장이 골프채를 사실상 처음 잡은 것은 아프리카 수단이다. 대우사태로 거의 '멘붕'에 이른 그에게 골프를 권한 당사자는 부인인 정희자 여사다. 대우사태 이후 유랑 시절 은거지 가운데 하나였던 아프리카 수단에서 김 전 회장은 정 여사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주재원 숙소를 겸한 호텔의 골프 연습장에 김 전 회장은 하루에 1천개씩의 연습공을 쳤다. 안팎에서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식을 잠시나마 잊고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정 여사의 '특별 배려'였다는 것이 최측근의 설명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해외 주 근거지 베트남 번찌 골프장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해외 주 근거지 베트남 번찌 골프장(하노이=연합뉴스) 김권용 특파원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생전에 주로 머물던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번지골프장 모습. 2013.7.25 kky@yna.co.kr

김 전 회장이 '골프 예찬론자'로 탈바꿈한 곳은 바로 베트남이다. 수도 하노이 관문인 노이바이 국제공항 부근인 번찌(Van Tri) 골프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한 2007년부터 이곳이 그의 숙소나 마찬가지였다. 이 골프장은 차남인 선용씨 소유다.

부지런함을 타고난 그는 어김없이 새벽 5시면 기상해 골퍼로서 골프장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직접 살폈다. 흥미로운 것은 18홀 전체가 아니라 절반씩 나누어 살폈다. 매번 시정할 것이 발견됐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캐디 부분이었다. 기본적인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김 전 회장은 캐디들을 한국에 단기연수를 보냈다. 한국 골프장에서 베트남 캐디들은 혹독한 대(對)고객 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한국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번찌 골프장 캐디들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번찌 골프장이 베트남 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한 알려지지 않은 비결 중의 하나가 캐디 경쟁력이다.

김 전 회장은 일 년에 200일가량은 하노이에서 거주했다. 정기 건강검진차 귀국 등으로 귀국하지 않으면 거의 이곳에서 기거했다. 그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김 전 회장의 또 다른 특징은 지독한 독서가였다. 그는 거의 매일 단행권을 한권씩 읽었다. 취향도 다양했다. 퀴퀴한 중국 무협지에서부터 경영 실패 사례를 다룬 최신 서적까지 다양하게 섭렵했다. 그냥 건성으로 읽는 게 아니라 거의 통독할 정도였다.

번찌 골프장 내 클럽 하우스는 또 전용 강의실로도 사용됐다. 이곳에서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부류의 전문가들을 한 달에 한 번씩 초청해 질의응답식 세미나를 가졌다. 금융, 유통, 농산물 등 온갖 부류의 전문가들이 초빙돼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가량 의견을 나눴다.

이 초청 세미나에 초빙된 강사 중에는 고상구 K&K글로벌트레이딩 회장, 조원대 농촌진흥청 산하 KOPIA센터장 등 베트남에서 탁월한 능력을 입증한 전문가들이 포함됐다.

김 전 회장은 맹자 '진심편'(盡心編)을 자주 인용하곤 했다. "得天下英材而敎育之三樂也."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교육자의 기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는 2010년부터 번찌 골프장에서 '인생 2모작'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취업대란에 시달리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구제책의 하나였다 '김우중 키즈'로 불리는 청년 양성가 계획(GYBM)이었다.

좁디좁은 한국 땅을 벗어나 광대하고 여전히 개척할 곳이 많은 세계를 누비며 미래 한국을 견인할 자산은 도전정신이 투철한 청년들밖에 없다는 경험칙에서 나온 구상이었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GYBM 프로그램은 해외청년취업·창업 분야에서 사실상 선구자다. 김 전 회장은 한국에서 투병에 들어간 2017년 말 이전까지 번찌 골프장에서 머물면서 GYBM의 성공 안착을 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sh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10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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