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it Slow

Take it Slow

노블레스 2020-01-15 17:00:00 신고

틀넥 울 니트 드레스 Time,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리바 브레이슬릿 Monica Vinader

요즘은 기다리는 일이 유독 어려워졌다. 약속 시간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곧장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고, 길을 나서기도 전에 택시를 불러 행선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파악한다. 포기도 빨라졌다. 도중에 아니다 싶으면 지체 없이 방향을 틀어버린다. 속도를 재촉하는 세상에서 날이 갈수록 바쁘고 건조해졌기 때문일까. ‘기다림’이라는 행위 자체가 점차 희미해지는 느낌 속에서 그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이가 있다. 느리지만 꾸준한 손길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도예가 전현지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자기를 만드는 그녀의 표정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마치 쫓기듯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I am a Ceramist’라는 뜻의 이악(IAAC) 크래프트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전현지입니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어요. 아직은 도자기에 한정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점차 크래프트 전반을 다뤄보고 싶은 마음에 브랜드 이름에 크래프트(craft)라는 단어를 넣었어요.

도자기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예를 전공했어요. 대학 졸업 후 잠시 심리치료를 공부했는데, 그때 심신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 재료 중 대표적인 것이 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지금까지 다뤄온 재료와 해온 일이 좋은것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죠. 도예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했고요.

브랜드 운영과는 별개로 클래스를 진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도자기가 감상만 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일상에 함께하는 예술이자 생활이 되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체험만큼 좋은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도예는 결과물이 주는 기쁨보다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 더 높은 작업이니까요.

도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도예는 기다림이 미학인 분야죠.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적게는 2주, 오래는 한달의 시간이 필요해요. 우선 도자기의 형태를 빚은 후 서서히 건조되길 기다리죠. 빠르게 건조한 도자기는 결국 갈라지거나 휘어버리거든요. 가마에 넣은 뒤에도 일주일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해요. 그동안의 떨림과 설렘. 많은 분이 생소해하면서도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에요.

도예는 심적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취미 같아요. 도예가의 취미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도예는 체력 소모가 엄청나요. 무거운 흙을 날라야 하고 수시로 가마 안을 뒤적여야하죠. 체력 관리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취미로 즐기고 있어요. 최근에는 요가를 시작했어요. 여름에는 꼭 서핑을 즐기고요. 또 다른 취미는 여행이에요.

도예 덕분에 몸에 밴 생활 습관이 있나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게 됐죠. 차를 마실 때는 면보자기에 걸러 마셔요. 번거롭지만 천천히 우러나는 찻잎의 색과 향이 좋아요. 요리도 즐기는데, 재료를 다듬고 만질 때가 가장 좋아요.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만큼 동안입니다. 비결이 있다면요? 기본에 충실하려 해요. 클렌징과 기초 화장에 공을 들이는 편이죠. 이브롬 모닝타임 클렌저를 가장 애용해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사용감이 개운하거든요. 익숙지 않은 향 때문에 처음엔 망설였지만 쓸수록 피부가 편안하고 촉촉해지더라고요. 지금처럼 건조한 날씨에 딱이에요. 민감하고 홍조가 있는 편이라 달팡 인트랄 라인도 함께 사용해요. 아베다의 보태니컬 키네틱스 스킨과 수분 크림도 챙겨 바르고요.

흙을 빚고, 유약을 바르고, 도자기를 굽는 손이 너무 고와서 놀라울 정도예요. 흙이 좋긴 한 것 같아요. 반면에 물을 수시로 쓰기 때문에 손이 매우 건조해요. 세면대 옆이나 파우치 안에는 늘 핸드크림이 있죠. 좋다고 하는 핸드크림은 전부 써본 것 같아요. 베스트 아이템을 꼽으라면 록시땅의 시어버터 핸드크림을 말하고 싶어요.




이악크래프트 공식 인스타그램(iaac_crafts)을 통해 전현지 대표의 감성이 녹아있는 그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외모만큼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어떤 걸까요? 겸손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 그리고 자연스러움. 제가 만드는 제품은 다른 제품이 함께 있을 때 그만의 매력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오브제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면 좋겠어요. 저 역시 혼자 튀는 사람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나이에 맞게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켜가면서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욕심을 덜어내려 노력해요. 브랜드를 운영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 보면 욕심을 떨치기 쉽지 않거든요. 작품도 만들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 올려야 하고 미팅도 해야 하고 클래스도 운영해야 하잖아요. 그 안에서 더 잘하고 싶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요. 결국 시대의 통념이 돼버린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통해 욕심 버리기 연습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시간을 지켜 작업하고 출·퇴근 시간도 확실히 하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바쁨’이 일상인 요즘 현대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클래스에 오는 수강생 대부분이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요. 도자기를 빚을 때 한 부분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른 곳에 흠이 생기거나 무너지게 되거든요. 이를 놓치면 결국 쓸 수 없는 도자기가 되죠. 한 걸음 떨어져 큰 그림을 보면 좋겠어요. 눈앞에 있는 것에 급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큰 호흡을 하면서요.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맞는 삶을 찾게 될 거예요. 도자기는 비슷한 모양일지라도 똑같은 것은 없어요. 제각각 다른 그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흐르는 대로 살아가기보다는 이상적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자신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Her Favorite




1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광채를 부여하는 가벼운 텍스쳐의 Evelom by La Perva 모닝 타임 클렌저.
2 전현지 대표가 홍조를 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Darphin 인트랄 레드니스 릴리프 수딩 세럼. 예민해진 피부를 부드럽게 가라앉혀 피부 톤을 진정시키고 고른 피붓결로 가꿔준다.

 

에디터 김애림(alkim@noblesse.com)
사진 정동현  헤어 정은(꼼나나비앙)  메이크업 해은(꼼나나비앙)  어시스턴트 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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