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친환경차 보조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친환경차 보조금

모터트렌드 2020-01-17 10:00:56 신고

친환경 보조금의 목적은 배출가스 저감인데 승용차 늘려봐야 절감 효과가 별로 없다. 그런데 친환경 승용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판매는 ‘제로(0)’가 될 수도 있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이 남긴 명언은 적지 않다. 검색만 해봐도 ‘정주영 어록’으로 이미 많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말도 꽤 있는데 그중 하나가 ‘네 돈이면 그렇게 쓰겠나?’이다. 간혹 현대차에선 정몽구 회장이 남겼다는 ‘돈 쓰면 나도 팔 수 있다’는 말도 함께 회자된다. 두 얘기의 공통점은 특정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차그룹 내에선 판매가 저조할 때 할인 많이 해주고 늘어난 실적으로 자랑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 물론 비슷한 문화는 토요타에도 있다. 토요타는 어떤 이유든 급격한 판매 증가 또는 감소를 원하지 않는다. ‘급격’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본질을 곧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이 어려울 때 줄어드는 게 당연하고, 경기가 좋으면 늘어나는 것을 정상으로 보되 평균 상승률 및 하락률을 따지는 게 일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평균보다 얼마나 많이 증감했느냐일 뿐이다. 그래서 토요타는 급격보다 ‘점진’에 가치를 두고 할인 등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돈 써서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기는 탓이다.

갑자기 ‘돈 쓰는’ 얘기를 꺼내든 것은 국내 친환경차 저감을 위한 정부 보조금 정책의 효율성 때문이다. 친환경차 판매를 늘려가는 데 있어 핵심인 보조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를 선택할 때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별로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사용하는 예산은 모두 1조6863억원가량이다. 세부 내역을 보면 EV 보급에 7381억원, 수소전기차 지원에 3494억원,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에 2896억원, 매연 여과장치 부착 지원에 1382억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이 외에 LPG 1톤 화물차 구입에도 2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일 뿐 자치단체 예산까지 모두 합치면 2조원이 훌쩍 넘는다. 가급적 친환경차를 새로 사고, 타던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구매하는 지원 예산으로 대부분의 돈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지난해 EV를 사겠다며 신청한 사람은 모두 3만7000명이며 실제 출고된 대수는 3만5000대가량이다. 당초 목표로 정했던 4만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EV와 FCEV는 멀게 느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이브리드로 모아진다. 최근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없어서 못 파는 차종에 오를 만큼 인기가 많다. ㎞당 97g 이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하이브리드차에 지급되던 100만원의 보조금이 전혀 없는데도 주문이 넘친다. 일상에서 확고한 친환경차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자 정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어지는 간접적 혜택을 올해 축소했다. 자동차에 부과된 각종 세금의 감면 혜택 가운데 일부를 줄였다. 지난해까지 개별소비세(100만원)와 교육세(30만원), 부가가치세(13만원), 취득세(140만원), 공채 할인 등을 합쳐 하이브리드는 최고 320만원가량의 세금을 면제받았는데 올해부터 취득세 항목에서 최고 감면 세액을 90만원으로 낮췄다. 2021년에는 40만원으로 줄인다. 세수가 부족한 자치단체의 요구를 중앙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치단체 지원을 중앙정부가 해야 하는 만큼 부담을 취득세 감면 축소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EV 지원 대상에서 승용차를 배제하거나 대폭 축소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안상진 박사는 “전기자동차가 늘어날수록 미세먼지 또한 증가한다고 역설했다.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생산 방식이 화력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그렇다는 것이지만, 정부의 미래 전력수급 계획에는 여전히 화력발전이 주력인 만큼 전기차가 오히려 미세먼지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는 전기차 보급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비중이 25%에 도달할 때를 가정해 결론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의 부하, 도로이동오염원(자동차) 및 발전 부문의 초미세먼지 변화 등을 연동한 결과 전기차 운행이 늘어날수록 도로이동오염원의 초미세먼지는 0.653㎍/㎥ 낮아지는 반면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1.147㎍/㎥ 상승해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배출 밀도는 오히려 0.494㎍/㎥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력 보급 대상인 전기차가 대부분 승용차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승용차 한 대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화물차나 중장비에 비해 적어 감축 효과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원은 상용차에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 사이 노후 경유차를 LPG 엔진으로 개조할 때 비용을 지원하듯 디젤 하이브리드로 바꿀 때도 지원해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승용 EV 지원을 줄이는 대신 그 비용의 일부를 이미 운행되는 경유차를 디젤 하이브리드로 바꾸는 데 쓰자는 말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조원 넘는 돈이 투입된다면 차라리 현실을 고려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다. 그리고 디젤 하이브리드 개조를 위한 시스템도 이미 개발돼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배경을 보니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국토부가 주도해서 그렇다는 말도 들린다. 친환경 이동수단 지원사업에 국토부가 끼어드는 게 싫은 모양이다.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1톤 디젤 소형 트럭을 하이브리드로 바꿔주는 게 승용 지원보다 훨씬 효과가 높은데도 말이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위원,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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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 편집부 PHOTO : 셔터스톡,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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