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5위 쉐보레, 이게 자랑일까?

수입차 5위 쉐보레, 이게 자랑일까?

모터트렌드 2020-01-20 10:00:40 신고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이 있다고 자신을 수입차 브랜드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모습은 영 개운치가 않다. 불공정한 비교이고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없어서다

지난 12월 4일 쉐보레는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2019년 11월 판매에서 수입 브랜드 5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하긴 한국수입차협회(KAIDA)의 정식 회원사이니 이 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이 있다고 해서 자신을 수입차 브랜드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모습은 영 개운치가 않다.

개운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불공정한 비교이기 때문이다. 매출액에서는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나 BMW 코리아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국내 제작사들을 추월한 지 오래고, 이제는 내수 판매대수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가 쉐보레를 추월하는 등 수입차들의 존재감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류에 근접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제작사 범주에는 제조사와 조립회사, 수입사가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연한 차이는 존재한다. 일단 네트워크 규모가 다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쉐보레는 전국에 236개의 전시장과 422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에 비해 수입차 판매대수 1위에 빛나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58개의 전시장과 66개의 서비스세터를 갖고 있다. 모두 직영이 아닌 딜러 시스템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쉐보레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비해 네 배의 판매 네트워크와 여섯 배 이상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가진 브랜드라는 소리다. 체급이 다르다는 말이다.

판매하고 있는 수입 모델의 수가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꽤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수입 브랜드 5등이라지만 1, 2위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월 판매량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3, 4위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온전한 라인업을 갖추지 못하고 두세 가지 모델로 연명한 상태인데도 쉐보레보다 많이 팔았다. 쉐보레에 비하면 엄청나게 부족한 판매 네트워크를 가지고도 말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쉐보레의 수입차 판매 성적은 절대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쉐보레의 수입차 성적 발표가 개운치 않은 두 번째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다. 이 역시 수입 브랜드의 국내 판매사들과 한국지엠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시작되는 의문이다. 국내에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지엠은 고용과 구매 등에서 지역 사회의 경제와 통합돼 있다. 그렇기에 지난 군산 공장 폐쇄 과정에서 보여줬듯 국가가 예산, 즉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사기업에 불과한 한국지엠의 경영 안정화에 노력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판매와 정비직 등 제한적인 고용 효과만 창출할 수 있는 수입 브랜드와 그 아래 딜러사는 회사의 경영 안정과 관련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오히려 막대한 매출액에 비해 사회공헌이 작다는 이유로 언론 등으로부터 질타를 받기 일쑤다. 그래서 사회사업을 위한 재단 설립 등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위한 준조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입장이다. 재정 지원과 세금 감면 등의 정책적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있는 한국지엠이 세금 이외에도 비공식으로 준조세를 납부해야 하는 형편의 수입 브랜드와 같은 대접을 받고 싶다는 것에서 자신의 위치와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끼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에서 쉐보레의 수입차 브랜드를 향한 행보를 보면 과연 신뢰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브랜드와 회사가 취하는 올바른 정책인가 싶다. 이미 모델 가짓수에서는 국내 생산보다 수입 모델의 종류가 더 많다. 난 글로벌 브랜드의 수입 모델 소개를 환영했다. 절대 규모에서 현대·기아차를 이길 수 없는 구조이므로 핵심 전략 모델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라인업은 수입 모델로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수입 브랜드 ‘코스프레’를 하는 건 심했다. 나중에 국내 생산 라인을 중국 등으로 이전하더라도 쉐보레 브랜드는 국내에 남길 수 있다는 포석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일부 쉐보레를 두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쉐보레가 수입 브랜드로 대접받는 것을 반기는 흐름이 있다는 걸 잘 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콜로라도 시승행사에서 한국지엠 관계자는 “수입차 최대 서비스 네트워크와  최저의 부품 가격을 제공하겠다”는 말을 했다. 국산차 시선에서 본다면 분명 부족한 네트워크이고 높은 값의 부품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수입 모델의 판매대수가 많아 수입차협회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쉐보레와 르노삼성 등이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을 판매 통계에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OEM 수입’이라는 카테고리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자동차산업협회(JAMA) 역시 일본 브랜드의 해외 생산·수입 모델을 ‘역(逆)수입차’ 형태로 분류하되 각 브랜드의 판매 통계에는 포함하고 있다.

아내와 나는 모두 쉐보레 승용차를 탄다. 기본기가 튼튼한 좋은 차라는 믿음에 선택했고, 몇 년 동안 만족하며 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없다. 책임감과 믿음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쉐보레가 내가 좋아했던 브랜드로 돌아오기 바란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 편집부 PHOTO : 쉐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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