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미국에서 GM 공장이 폐쇄된 뒤 일어난 일 『제인스빌 이야기』

[지대폼장] 미국에서 GM 공장이 폐쇄된 뒤 일어난 일 『제인스빌 이야기』

독서신문 2020-01-22 09:30:20 신고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오전 7시 7분, 마지막 자동차 타호가 조립라인 끝에 당도했다. 바깥은 아직 어둡고 기온은 영하 9도, 12월 강설량으로는 기록적 수치에 가까운 84cm의 눈이 매서운 바람에 실려 주차장에 쌓였다. 

GM 제인스빌 자동차 생산 공장은 휘황한 불빛 아래 꽉 들어찬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제 곧 공장을 떠나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서야 할 노동자들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퇴직자들과 나란히 도열했다. 퇴직자들의 가슴은 충격과 향수로 저미는 듯하다. 지에머(GMer)들 모두 구불구불한 조립라인 위로 움직이는 타호를 뒤따른다.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얼싸안으며 눈물 흘린다. 

마지막 타호는 아름답다. 열선이 깔린 좌석과 알루미늄 휠, 아홉 대의 스피커를 장착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풀 옵션으로 갖춘 검정색 엘티지(LTZ)다. 시장에 나가면 정찰 가격이 5만7,745달러는 하겠지만 지금처럼 경제 사정이 안 좋을 때 고가의 GM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사려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산타 모자를 쓴 남자 등 다섯 명이 노동자들 서명이 빼곡한 대형 펼침막을 들고 눈부시게 빛나는 검정색 SUV 앞에 섰다. 펼침막에는 “제인스빌 조립라인에서 출고된 마지막 자동차”라는 글씨와 “2008년 12월 23일”이라는 날짜가 적혔다. 이 펼침막은 지역사 박물관에 보내질 예정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 업체의 가장 유서 깊은 공장에서 최후의 제품이 출고되는 순간을 영상에 담기 위해 TV 방송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온 이들도 섞여 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이뤄진 자동차 생산 공장의 폐업은 이렇듯 충실하게 기록된다. 
이 책은 공장 폐쇄 뒤 벌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9~10쪽>

『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이세영 옮김│세종서적 펴냄│508쪽│18,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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