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팬플루트라는 낮선 악기와 조우하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이 악기는 음악에 무관심했던 나를 아름다운 소리로 유혹했고, 나는 단번에 팬플루트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첫 눈에 반해버린 팬플루트는 나에게 쉽사리 다가오지도 않았고 그 아름다운 소리로 사랑을 주지도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매일 같이 함께 한 다음에야 팬플루트는 조금씩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고, 어느 순간부터 드디어 열애를 하듯 음악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입맞춤을 하듯 악기를 연주할 때 울려 퍼지는 ‘외로운 양치기’는 나의 심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였고, ‘철새는 날아가고’를 연주할 때는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팬플루트는 22개의 각 관마다 고유의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난 아름다운 팬플루트와 열애중이다. 나의 소망은 더 많은 이들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팬플루트와 열애를 하길 바란다. 팬플푸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애인이 되어 줄 것이다.
외로운 양치기
(Einsamer Hirte)
1977년 독일의 작곡가 제임스 라스트가 만든 곡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빌’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시링크스 요정의 사랑을 받지 못한 목신 판의 애달픈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이다.
새는 날아가고
(El Condor Pasa)
페루 작곡가 다니엘 알로미아 로블레스가 1913년 작곡한 관현악곡으로, 미국 가수인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르며 크게 유명세를 떨쳤다. 잉카 멸망과 함께 처형당한 영웅을 슬퍼하며 언젠가 전설 속 커다란 새(Condor)가 되어 돌아온다는 믿음을 담은 곡.
산과 계곡을 넘어서
(Over Vally And Mountain)
제임스 라스트의 곡으로, 팬플루트 연주자인 호레아 크리샨을 위해 1986년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팬플루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곡으로, 제목과 같이 나 스스로가 날개를 달고 산등성이 위를 날아가는 느낌을 준다.
콘웰의 아침
(A Morning At Cornwall)
제임스 라스트가 만들고 팬플루트 연주는 호레아 크리샨이 맡았다. 영국 콘월 지방에서 머물 때 느꼈던 아침 정경을 묘사한 곡으로, 거대한 고목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았다.
낙원의 새
(Paradiesvogel)
제임스 라스트의 앨범 제목이자 수록곡. ‘파라디스포겔’은 독일어로 ‘천국의 새, 극락조’를 뜻하며 실존하는 새의 이름이기도 하다. 점음표 느낌의 부드러운 선율이 자꾸 따라 부르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팬플루트 연주가 박승준
월드포크뮤직소사이어티 팬플루트 회장을 맡고 있는 팬플루트 연주가 박승준은 스위스 아로사 팬플루트 페스티벌, 루마니아 팬플루트 축제 등 다수의 연주 경험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현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강의를 비롯해 문화센터, 구민회관 등에서 팬플루트를 가르치며 국내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