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갑질 원장 해임해주세요" 어린이집 부모-원장 '진실게임'

[단독] "갑질 원장 해임해주세요" 어린이집 부모-원장 '진실게임'

베이비뉴스 2020-01-22 16:56:36 신고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구청과 위탁체에 제출했다.ⓒ베이비뉴스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구청과 위탁체에 제출했다. ⓒ베이비뉴스

한 국·공립어린이집의 0세반과 1세반 학부모 전원이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구청과 위탁체에 제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0세반 학부모 전원인 6명의 학부모와 1세반 전원이 10명의 학부모가 탄원에 참여했다.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일도 흔하지 않지만, 두 반의 학부모 전원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특히 이례적이다. 이 어린이집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탄원서를 제출한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의 A어린이집 학부모들이다. 국공립인 A어린이집은 서울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위탁운영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위탁체인 서울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서초구청 두 곳에 각각 지난 14일, 19일 탄원서를 접수한 상태다.

이들이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어린이집 내 안전사고 은폐와 원장의 '갑질'. 구체적으로는 원장이 보육교사들에게 갑질을 일 삼고 권고사직을 종용했다는 것과, 아동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

◇ [#학부모 주장] "아동 안전사고 은폐하고 교사에게 책임 전가"

먼저 학부모들이 원장에게 분노한 까닭은 ‘안전사고 은폐’다. 안전사고 발생 후 원장이 적극적인 대처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해당 원아의 학부모에게 사건 발생 경위나 대처 절차에 대해 설명한 바 없이 오히려 교사에게 잘못을 전가시켰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탄원서에 적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1시 50분경 어린이집 내에서 원아의 팔꿈치가 빠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담임교사는 보호자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바로 원장에게 “아이가 팔이 빠진 것 같아 빨리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1차 보고를 했다. 하지만 원장은 “학부모 상담 중이니 기다려라”는 말만 했을 뿐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이후 원장의 대처가 더 황당했다는 입장이다. 1차보고 후 담임교사는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해 당시 다른 교실에서 보육 중이던 주임교사에게 보고했다. 주임교사가 다시 원장에게 2차보고를 하자 원장은 그때서야 학부모 상담을 중단하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것.

하지만 사건 이후 원장은 팔꿈치 탈구 아동의 학부모에게 사건 발생 경위나 대응 절차에 대해 설명도 없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담임교사에게 대응 책임을 묻는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담임교사가 경위서 작성을 거부하자 원장은 “(위탁 운영체인) 서울교대에 얘기해 (교사에게) 경고장을 주겠다”고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해당 원장의 이러한 대응에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는 이유다.

◇ [#원장 반론] "안전사고 은폐 없었고 협박성 발언도 한 적 없다"

이에 대한 원장의 입장은 어떨까. 원장은 21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안전사고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학부모들의 주장과 같은 발언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원장은 “당시 다른 학부모와 상담하고 있었던 건 맞다”며, “상담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해당 교사에게 보고를 들었기 때문에 ‘금방 갈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라고 말했지, 아무렇지 않게 ‘기다리세요’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보고받은 뒤 1분 안에 학부모와 상담을 마치고 소아과에도 전화도 했다”고 덧붙였다.

원장은 오히려 교사가 보고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원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면서, “하지만 해당 교사는 원장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고 해당 아이의 할머니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경위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것에 대해서 원장은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원장은 다만 “경위서 작성 지시를 노무사를 통해 상의했던 적도 있고 취업규칙에도 명시돼 있다"며, “노무사가 말하길 '교사에게 경고장을 줄 수 있고 교사가 거부하면 다시 2차 경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원장은 "업무적인 부분에서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한 것을 (교사가) 거부하는 건 ‘업무지시 불이행’”이라며, “해당 교사가 경위서 제출을 거부한다고 하니 서울교대 측에 그 사실을 얘기하고 학교 측으로부터 '경위서 쓰지 말게 하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교사에게 '서울교대에 얘기해 경고장을 받게 하겠다'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 [#학부모 주장] "원장과 마찰 이유로 권고사직… 과거 교사들 집단퇴사도"

학부모들이 서초구청에 낸 탄원서.ⓒ제보자 제공 학부모들이 서초구청에 낸 탄원서. ⓒ제보자 제공

학부모들이 문제 삼고 있는 사건은 그것만이 아니다. 타당한 이유가 아닌, 원장과의 잦은 마찰을 이유로 두 명의 교사가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탄원서에 적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12월 23일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B 교사의 반 학부모들은 갑작스럽게 교사의 해고소식을 알게 됐다. 갑자기 교사들이 그만두게 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원장으로부터 “해당 교사는 아이들의 보육 능력이나 학부모들과의 관계는 100점이지만 업무를 조율해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마찰이 있기에 해고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탄원서에 적힌 B 교사의 권고사직 사유는 ‘업무 지시에 대한 반대 의견 제시’, ‘주임교사에 대한 반목’, ‘후배 교사 선동해 같은 의견을 내게 함’ 총 세 가지다. 학부모들은 B 교사에 대한 권고사직 처분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밖의 징벌(부당해고)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 교사와 함께 권고사직을 당한 C 담임교사의 사유도 ‘지각 2번’, ‘운영 일지 내용 누락’으로, 권고사직을 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한다.

두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학부모는 “두 교사 모두 월등히 뛰어난 교육자적 자질을 보여줬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부모 전원이 교사의 자질을 증언하는 소명서(탄원서)도 작성했고 서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A어린이집에서 권고사직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교사들이 집단 퇴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원서에, 지난해 1월경 A어린이집 9명의 교사 중 8명이 "원장과의 마찰"을 이유로 집단으로 퇴사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 [#원장 반론] “권고사직 아닌 계약만료… 갑질 없었다”

이에 대한 원장의 입장은 어떨까. 원장은 권고사직·부당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21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1년 단위로 계약했다”면서 “근로계약만료에 따른 통보를 한 거지 절대 권고사직이나 부당해고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원장은 “학부모 다섯 명이 저를 찾아와 해고를 번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저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고 교사와 원장 간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운영자 입장에서 고려 안 할 수 없다고 학부모에게 얘기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수한 교사를 제 마음에 안 든다고 무조건 해고할 수도 없고, 단지 기간이 만료돼서 통보한 것뿐”이라고 다시 한번 해명했다.

2018년 있었다는 '집단 퇴사'에 대해서도 원장은 다른 주장을 했다. 우선 원장은 집단 퇴사 시기는 지난해 2월, 인원은 8명 중 7명이라고 학부모들의 주장과 일부 다르게 설명했다. 퇴사 이유에 대해서도 "2018년 11월경 서울시에서 행정감사 공문이 내려와 교사들에게 필요한 서류들을 주문했는데 이때부터 교사들과 불화가 시작됐다"며, "당시 주임교사가 다른 교사들을 모아 집단 퇴사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원장의 갑질은 더 있었다. 이들은 ▲교사 회의록을 임의로 원장이 수정해 사실과 다르게 기재(2019년 7월 25일 등)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실제와 다르게 기록 ▲CCTV로 교사들의 행동을 감시 ▲보육시간 중 카카오톡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하고 실시간으로 답변을 요구 등 다양한 갑질 사례를 탄원서에 적시했다.

원장은 이 부분들도 전면 부인했다. 먼저 원장은 “회의록은 교사가 작성을 하는데 제가 전달한 내용을 제대로 작성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회의록을 교사에게 수정해오라고 한 적도 있고 교사가 바쁘면 제가 직접 수정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휴게시간 기록에 대한 의혹 역시 원장은 “휴게시간에 대해 (교사들에게) 실질적으로 쉬라고 권장했다”며, “오히려 교사들이 나갈 곳도 없고 교실에서 쉬겠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CCTV로 교사들을 감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제 업무도 바쁜데 실시간으로 교사를 감시하고 불러서 꾸짖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카카오톡 실시간 업무지시에 대해서는 “교사들도 보육시간에 행사 사진이나, 소방 대피훈련 등 글을 올린다”면서 “(업무지시가 아닌 내용으로) 저도 가끔 올리는데 업무지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원장은 “정말 역으로 (제가) 갑질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 서초구는 "위탁체 권한"… 위탁체 서울교대는 "알려줄 의무 없다" 침묵

A어린이집을 위탁운영 하고 있는 서울교대 산학협력단은 침묵했다. 서울교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지난 20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면서, “기자님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 역시 미온적인 입장이다. 서초구청은 "권한이 없다"며 위탁체인 서울교대 산학협력단의 책임을 앞세웠다. 21일 서초구청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우선 현장방문을 통해 교사·원장·학부모를 만나 업무를 조정해나가고 있다”면서, “해당 어린이집 위탁체(서울교대 산학협력단)에서 인사위원회를 열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답을 주겠다고 보고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의 설치는 서초구청에서 진행하지만 운영은 위탁체에서 관리하고 있다”면서, “구청이 사실관계를 두고 권고는 할 수 있지만 원장을 해임시키는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구청은 위탁체 담당자에게 원장에 대해 조치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본 상태”라며, “학부모들한테는 당장 업무 정지나 해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부타드렸다”고 말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