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매거진 BRICKS City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5
현재 이곳, 탄자니아 린디 지역에서 진행 중인 우리 사업은 총 3년짜리로 2019년 5월에 착수해서 2021년 12월에 끝나게 된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1차연도 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일을 생각하면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나는 그냥 무기징역수일뿐이다…….
각설하고, 최근 내가 맡은 단위사업이 끝났다. 이름 하여 ‘지역 사회 위생 인식 개선’을 목표로 실시된 여러 활동의 마무리를 축하하고, ‘세계 손 씻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큰 행사가 10월 22일에 개최되었다.
약 1,000여명의 학생, 지역주민 그리고 교육부와 보건부 소속 공무원들이 참가한 이 행사를 위해 우리 팀은 한 달 전부터 공연 리허설, 참가자 섭외, 배너 제작 등 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책임감 강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 것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다 내가 잘해서 라고 꼴값을 떨었을 텐데 힘써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전편에서 언급되었던 우리 현지직원 A. 내가 많이 갈궈서 미안했어! 함나 시다(문제없어)! 맞지?!
큰 행사를 앞둔 나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해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는데, 행사 당일까지도 그 초초함에 여러 사람을 잡았다. 알고 있다. 이곳 사람들과 일을 할 때 과정과 시간 약속 등이 내 성에 차지 않았을 뿐, 결국엔 이들 스스로 이뤄낸다는 걸. 하지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연 초대한 사람들이 제시간에 다 올까? 리허설은 잘 했는데 실제 무대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와줄까? 위생 메시지가 잘 전달될까? 이거 망하면 나 시말서 쓰고 자진 퇴사 각인가? 그러나 역시 ‘함나 시다’였다.
당연하게도? 행사는 원래 계획대로 아침 9시에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위생 지식과 노상배변 근절, 손 씻기 방법 등을 노래와 연극, 춤으로 보여주었다. 스와힐리어로 진행되어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친구들이 학교에서 수십 번 연습해서 이곳에 왔을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에 진심을 다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모두가 이 행사를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그때서야 나는 안도하였다. 현장의 매력에 또 한 번 빠지는 순간이었다.
행사의 끝에는 만국 공통, 말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연설이 있었고, 아이들도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아저씨 말 좀 그만해요. 우리 이제 집에 갈래요. 올해 베스트 위생 학교로 선정된 7개 초, 중학교 시상식과 기념 촬영까지 마친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아직도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놀려대는 아이들이 많지만 이게 다 무슨 상관이랴. 주인공은 내가 아니고 너희들인걸.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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