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두 사람은 현 정권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고발 당했는데, 검찰이 2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에 배당했다.
그런데 수사를 맡은 공공수사부의 부장이 이건령 검사다. 이 부장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고,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에게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사람이다. 법조계에서는 "현(現)정부와 악연이 깊은 검사가 민감한 사건을 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장관은 지난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대거 좌천시켰다. 이들이 현 정권 인사들을 수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야당의 문제제기가 거셌다. 수사 중인 검찰 간부들을 중간에 인사이동시킨 전례를 찾기 힘든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인사를 실시했다는 의심이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주요 관계자들이 연루된 중대 범죄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단행했다"며 추 장관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업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9일 고발된 이 사건은 2주 가까이 배당이 되지 않고 대검에 묶여있었다. 현직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사해야 하는 사건 특성상 섣불리 배당하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대검은 2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에 전격 배당했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해상충'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서울과 법무부 청사가 있는 과천 모두에서 가까운 수원지검에 배당됐다.
수원지검은 추 장관이 검사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을 어겼는지 여부와 검찰 출신인 류혁 변호사를 이성윤 전 검찰국장 후임으로 임용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다는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를 맡은 이건령 부장검사는 전주 전일고를 나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수원 31기로 입소했다. 이후 2002년 서울지검 동부지청(지금의 서울동부지검)에 초임검사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 부장검사는 커리어 초기에는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진행될 때 이 부장검사는 대검에 파견을 와서 수사에 참여 했다고 한다. 수사팀에 있던 가장 '젊은 검사' 중에 하나였다. 당시 수사 담당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수사 당시 중수1과장)이었는데, 이 부장검사가 우 전 수석을 보좌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이 부장검사는 2011년 법무부 공안기획과 검사로 발령받는 등 공안검사로 커나갔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때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5촌 살인사건'을 취재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수사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부장검사는 주 기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영장은 기각됐지만 이 사건 이후로 '이건령 검사'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2016년 12월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대검 연구관을 지낸 뒤 지난해 8월부터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발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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