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지만 빈약하지 않으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곳곳에 담아냈다. 생김새든, 조작부든 벤츠는 역시 벤츠다
몇 년 전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몇 차례 운전하면서 칼럼식 기어레버를 경험해봤지만, GLC를 만나서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당연히 운전대 뒤로 솟아난 오른쪽 레버는 와이퍼를 조작하고 왼쪽 레버는 전조등이나 방향지시등 등을 조작하는 용도로 머릿속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처음엔 시동을 걸고 꽤 여러 번 오른손을 센터콘솔 위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행 중 비를 만나면 와이퍼를 조절할 생각으로 오른쪽 레버를 내릴 만도 한데, 아직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수는 변속기가 센터콘솔에 위치한 차를 오랜만에 운전할 때 발생했다. 차를 움직이겠다고 오른쪽 레버를 내려 엉뚱한 와이퍼만 휘저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GLC의 칼럼식 기어레버는 위에서부터 R-N-D 순으로 구성돼 중립에 있는 레버를 위로 올리면 뒤로 가고, 아래로 내리면 앞으로 간다. 주차할 때나 반복적으로 기어를 변경해야 할 때 큰 동작이 필요 없어 편하다. 그렇다고 센터콘솔에 위치한 변속기가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다만 주차할 때 칼럼식 기어레버는 끝에 있는 버튼만 누르면 되기에 여느 차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체결하는 것만큼 간단하다. 오른쪽 레버에 있던 와이퍼 조작 기능은 왼쪽 레버로 옮겨갔다. 전조등, 방향지시등과 함께 한 레버에 있다. 이 부분이 조금 헷갈릴 때가 있었다. 한번은 주행 중 앞 유리가 지저분해서 워셔액을 뿌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조작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허둥거린 적이 있었다. 예전에 오른쪽 레버를 그랬듯, 왼쪽 레버를 내 쪽으로 당겼더니 앞차에 상향등만 날린 꼴이 됐다. GLC의 워셔액은 왼쪽 레버 끝의 버튼을 꾹 누르면 분사된다.
내가 느끼는 칼럼식 기어레버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 활용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기어레버가 운전대 뒤로 가면서, 센터콘솔은 더욱 깔끔하고 넉넉해졌다. 그곳에는 터치 마우스 패드, 멀티미디어 조절 레버, 주행 모드 선택 버튼 같은 것을 모아두었다. 덕분에 센터페시아까지 간결해진 느낌이다. 수납공간 역시 여유로워 다양한 소지품을 넣고 다닌다.
칼럼식 기어레버가 트럭 같아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삼각별을 가슴에 단 디자이너들은 심플하지만 빈약하지 않으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곳곳에 담아냈다. 생김새든, 조작부든 벤츠는 역시 벤츠다.
글_조한(싱어송라이터)
메르세데스 벤츠 GLC 300
가격 62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0ℓ 터보, 248마력, 37.7kg·m
변속기 9단 자동
무게 1825kg
휠베이스 2875mm
길이×너비×높이 4670×1820×1635mm
연비(복합) 9.7km/ℓ
CO₂ 배출량 180g/km
구입 시기 2017년 6월
총 주행거리 1만7700km
평균연비 10.6km/ℓ
월 주행거리 9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9만원(유류비)
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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