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완료] ‘연날리기’에서 찾은 놀이중심 수업의 진짜 의미 

[편집완료] ‘연날리기’에서 찾은 놀이중심 수업의 진짜 의미 

베이비뉴스 2020-01-23 15:07:00 신고

얼마 전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가오리연을 만들고, 그 연을 직접 날려보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시중에 연 만들기 키트(KIT)가 있기는 하지만, 모양이 다 똑같아서 재미가 없죠. 그래서 직접 한지로 연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연을 만들 때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가오리연에 꼬리를 길게 붙이는 이유 등을 질문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연을 완성했습니다. 다섯 살부터 아홉 살 아이들까지 아주 진지한 태도로 색을 고르고, 한지를 자르고, 풀칠하며 연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 연을 날리러 경주 첨성대 근처에 갔습니다. 연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연날리기까지 도와주신 한국전통놀이연구소 정경화 소장님이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10년쯤 연을 날려야 감각을 제대로 익혀서 다른 사람에게 연 날리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얼레를 버리지 말고 잘 지키세요.”

저는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연 날리는 시간을 얼마나 주면 좋을까요?”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하루, 종일요.” 

◇ 10년은 갖고 놀아야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끈기와 집중력의 놀잇감 '연' 

연날리기 수업에서 뜻밖에 '놀이중심 수업'의 진짜 의미를 찾았습니다. ⓒ장성애 연날리기 수업에서 뜻밖에 '놀이중심 수업'의 진짜 의미를 찾았습니다. ⓒ장성애

선생님의 대답은 하루. 그리고 잠시의 체험학습으로 아이들이 연을 날렸다는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연을 잘 날리려면 우선 바람을 이용해 연을 띄우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연이 바람을 타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이런 미세한 과정을 손끝으로 느끼며 얼레로 조정하는 방법도 터득해야 합니다. 즉, 10년이 걸린다는 말은 이론으로 배울 수 없다는 이야기이자, 직접 경험하고 손맛을 느끼며 연날리기가 능숙해진 뒤에야 그 감각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새삼스레, 우리의 전통놀이가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렇듯, ‘놀이’는 단순하게 ‘재미로 신나게 놀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연을 날리며 바람을 안다면, 바람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알게 된다면 이 이론과 경험은 배, 행글라이더, 비행기, 새를 공부하는데 바탕이 될 것입니다. 즉, 물리학적 이론인 ‘양력’을 익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날리기로 아이들은 끈기와 집중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종일 연을 가지고 논다 한들, 하루 만에 연을 띄우는 방법까진 터득할 수 없습니다. 어른이 연을 띄워주어야만 아이들이 그 연을 가지고 좀 놀 수 있죠.

게다가 아이들은 아직 바람 타는 손맛을 모르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을 하늘 높이 띄우는 방법을 익힐 수 없었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연은 금방 땅으로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날 아이들이 배운 것은 연은 만드는 것도, 날리는 것도, 한 번 만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렇듯 놀이를 통해 끈기와 집중력을 높이는 것, 놀이를 통한 교육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놀이중심 수업이 큰 화두입니다. 특히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올해부터 놀이중심 수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때문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은 그에 관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놀이중심 수업은 유아가 스스로 놀이를 주도하고, 누리과정의 5개 영역을 통합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자아존중감, 문제해결 능력, 또래 간 상호작용을 높여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해 ‘유아들이 놀이를 주도하고’라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아이가 평생 가지고 갈 놀이를 가르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람이 부니까, 오늘은 연을 날려야 해." ⓒ장성애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람이 부니까, 오늘은 연을 날려야 해." ⓒ장성애

한 유치원 선생님이 제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를 중심으로 가르쳐야 할까요?”

“어떤 놀이를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냐”는 질문에 저는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존경하는 교육 철학 교수님께 드렸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평생 가지고 갈 수 있는 놀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연날리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평생 가지고 가는 놀이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10년은 가지고 놀아야 비로소 능숙해지는 놀이,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놀이에 대한 태도, 원리, 손맛까지 가르쳐줄 수 있는 놀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현재의 놀이는 잠깐 배워서 방법을 터득하는 교구 중심 놀이가 많다 보니, 아이들이 금방 싫증 내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놀이 교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연날리기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어떤 것이 잘 만든 것인지 알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놀이가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이 귀한 자원을 마음껏 활용한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른이 억지로 쥐여주거나 강요하는 놀이가 없었고, 놀이에 관여도 참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율적이고도 책임감 있게 오래 몰입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며 자란 세대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성세대가 경험한 놀이는 어떤 목적(공부나 스펙)을 위한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놀이의 힘이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가지고 갈 놀이가 무엇인지 이제 부모들이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사흘이 지난 오늘까지 아이들은 연을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바람이 부니까 오늘은 연을 날려야 해."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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