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성공한 패러디였던, 비운의 캐릭터 '식약애몽'

사실은 성공한 패러디였던, 비운의 캐릭터 '식약애몽'

로톡뉴스 2020-01-24 22:09:34 신고

이슈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0년 1월 24일 22시 09분 작성
식약처가 제작한 캐릭터 '식약애몽'⋯도라에몽 표절 시비로 하루 만에 삭제
허왕 변호사 "저작권법에 따르면, 식약애몽은 표절 아닌 패러디"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이웃 나라의 새해 음식'을 소개하며 올린 카드 뉴스. 일본의 캐릭터 도라에몽(오른쪽)과 닮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나는야 식약애몽! 어디든 갈 수 있는 문으로 이웃 나라에서는 새해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아볼거다몽!"

깜찍한 모습의 쥐 캐릭터가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방울 목걸이를 한 채 동그란 손발을 앞으로 뻗고 있다. 식약애몽이 향하는 곳은 분홍빛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

"표절이다" 네티즌 뭇매에 하루 만에 사라진 식약애몽

지난 6일,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이웃 나라의 새해 음식'을 소개하는 카드 뉴스를 제작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하루 만에 삭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카드 뉴스에 등장하는 식약애몽이 일본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름과 외형, 말끝에 '몽'을 붙이는 어투,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문은 도라에몽의 설정과 비슷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도라에몽을 노골적으로 따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식약처 온라인 대변인은 도라에몽 '패러디'였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패러디와 표절 사이에서 비판을 받다 사라진 식약애몽. 사실 패러디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즉,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식약애몽을 패러디로 볼 여지는 없을까. 식약처 말대로 식약애몽을 패러디로 볼 수 있을지 변호사와 분석해봤다.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지난 6일 '이웃 나라의 새해 음식'을 소개하며 올린 카드 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

패러디와 표절을 가르는 4가지 기준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 제35조의 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서 정한 4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저작자가 아닌 사람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저작물의 '공정이용'이라고 말한다.

'패러디와 표절'도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조항에 따라 나뉜다. 지식재산권 분야 사건을 많이 다뤄본 법무법인 윈스의 허왕 변호사는 "패러디로 인정받으려면 저작물의 공정이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저작권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이용'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패러디물의 이용 목적

패러디물의 이용 목적이 상업적인지 비상업적인지 여부다. 패러디물이 상업적 목적이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다. 최근 편의점 업체인 CU가 EBS 캐릭터인 '펭수'를 사용해서 논란이 일었는데, 허 변호사는 "이런 경우 상업적 목적이기 때문에 패러디로 인정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②원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

패러디물로 인해 원저작물이 덜 팔리거나 기존의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패러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식약애몽으로 인해 도라에몽 캐릭터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없기 때문에 식약애몽은 패러디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③패러디 인식 가능 여부

원저작물이 아주 유명해서 패러디물이라는 점이 명백하다면 표절로 간주될 가능성이 작아진다. 즉, 식약애몽을 보고 '이건 도라에몽 패러디'라고 곧장 알아차릴 수 있다면 공정 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④원저작물이 패러디물에서 차지하는 비중

원저작물이 패러디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수록 성공한 패러디에 가깝다. 원작물과 패러디물이 거의 비슷하다면 공정이용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약애몽의 경우엔 도라에몽의 겉모습을 많이 차용했기 때문에 이 요건은 충족하기 힘들다.

저작권법 따져보면⋯식약애몽은 '성공한 패러디'

사안을 검토한 허왕 변호사는 식약애몽을 '성공한 패러디'라고 말했다. 표절이 아니라는 의미다.

허 변호사는 "식약애몽은 (공정기준)의 3가지를 충족한다"며 "어느 정도 성공한 패러디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든 기준은 공정기준 ①, ②, ③이다. 식약애몽은 비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며, 도라에몽을 패러디했다고 인식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식약애몽의 등장으로 인해 도라에몽 캐릭터 시장이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허 변호사는 "(도라에몽 저작권에 대한) 책임을 묻더라도 책임이 인정되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일본의 캐릭터를 따라 한 것이 감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나, 법률적 이슈로까지 발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식약애몽은 도라에몽의 법적 권리를 침해한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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