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59) 왜 나만 정전기가 더 많이 발생할까?

[이연호의 과학 라운지](59) 왜 나만 정전기가 더 많이 발생할까?

이데일리 2020-01-26 09:00:00 신고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A씨는 겨울이 부담스럽다. 추위 때문이 아니다. 바로 정전기 때문이다. 방심할 틈이 없다. 언제 어디서 뜨거운 전기 맛을 보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은 커진다. 특히 지난해 겨울 따뜻한 티백(tea bag) 차를 마시기 위해 종이컵으로 정수기의 온수 레버를 길게 누르는 순간 발생한 정전기에 깜짝 놀라 화상을 입을 뻔한 일을 겪고 나서는 정수기는 거의 공포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건물이나 사무실 출입 시, 자가용의 문을 여닫을 때, 정수기의 물을 컵에 따라 마실 때, 옷을 갈아입을 때, 휴대폰 등의 소지품을 사용할 수 없는 정전식(electrostatic) 버튼의 엘리베이터를 탈 때, 심지어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할 때도 정전기가 늘 따라다닌다.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라도 뿌리지 못한 날이면 매사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그깟 순식간의 ‘찌릿’하는 따끔거림에 뭐 그리 불안할까싶지만 정전기는 막상 그리 간단하게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선 정전기로 인한 폭발 사고로 사망 등 대형 인명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특정 재질에 대한 접촉 자체를 꺼리게 되는 일종의 정전기 트라우마가 엄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정용 전기 콘센트 전압이 220볼트(V)인데 비해 생활 속 정전기 전압은 일반적으로 2만5000볼트를 훌쩍 넘는다. 전기의 양이 매우 적어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천만다행일 정도다.

정전기의 위력을 실감하고 싶다면 간단한 실험을 해 볼 수도 있다. 바람을 넣은 풍선을 스웨터에 계속 문지르면서 정전기를 충분히 축적한 다음 이 풍선을 형광등에 갖다 대면 잠깐이지만 형광등의 불이 켜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먼저 정(靜)전기는 전하가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는 상태의 전기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가 콘센트에 꽂아 쓰는 흐르는 전기인 동(動)전기와 대비되는 말이다. 모든 물체는 원자로 이뤄져 있고 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상태의 보통 물체는 원자핵과 전자가 갖는 전기의 양이 같다. 하지만 물체가 서로 마찰할 때 전자가 다른 물체로 쉽게 이동하는데 이때 전자를 잃은 쪽은 +전하를 전자를 얻은 쪽은 -전하를 띠게 된다. 그 결과 두 물체 사이에 전기 에너지의 차이가 생기면서 +전하와 -전하가 서로 끌어당기는 정전기 현상이 발생한다. 우리 몸은 물체와 마찰할 때마다 전하가 저장되고 어느 정도 이상의 전하가 쌓였을 때 적절한 전위차에 따라 그동안 쌓였던 전하가 불꽃을 튀며 이동하는 것이 바로 정전기다.

정전기가 겨울에 유독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정전기가 건조할 때 잘 생기기 때문이다. 정전기는 공기 중의 수증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수증기는 주변의 전기 에너지를 갖는 입자를 중성의 상태로 만든다. 이 때문에 공기 중 수증기의 양이 적어 습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정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정전기 체질’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전기가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몸이 건조한 사람이다. 따라서 핸드크림을 자주 바르거나 물을 많이 섭취하는 방법 등이 정전기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흔히 정전기 방지를 위해 옷에 뿌리는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는 물체의 마찰로 인해 쌓이는 전하를 주변으로 쉽게 분산할 수 있게 도와준다. 뿌리면 섬유를 중성으로 유지시켜 준다. 물과 달리 바로 증발하지도 않는다. 다만 빨래를 헹굴 때 넣어 주는 섬유유연제도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와 같은 원리이긴 하지만 직접 분사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는 떨어진다.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주로 정전기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접지(Earth)라는 것도 있다. 이는 전기회로 또는 장비의 한 부분을 도체를 이용해 지면에 연결하는 방식을 뜻한다. 사람들은 대개 외부 활동 시 신발을 신고 있어 지면과 격리돼 있고 이 때문에 몸이나 피부에 전하가 축적되면서 정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손가락 끝과 같이 작은 단위 면적에 축적된 전하가 짧은 시간 안에 이동하면서 ‘찌릿’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전기 발생이 예상되면 어떤 물체를 만지기 전에 땅으로 정전기를 배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셀프주유소의 정전기 방지 패드가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한 정전기 제거 방법이다.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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