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is Here

볼보 컨셉트 26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전기차와 자율 주행 차가 현실이 되었다. 머지 않아 무인 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고, 컴퓨터처럼 되어버린 자동차 때문에 내연기관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 자동차가 일상인 사람들이 모여 컨셉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F015

BMW 비전 넥스트 100 컨셉트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에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 컨셉카를 선보였어요. 첨단 기술과 신선한 디자인을 뽐내듯 다 집어넣었죠. 그런데 요샌 미래에 이 차가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안오준(자동차 마니아) 그런 면에서 자율 주행이 화두죠. 컨셉카를 보면 자율 주행이 기본인 듯합니다. 그리고 전 일반 차보다 운송 트럭에 이런 기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메르세데스-벤츠 퓨처 트럭 2025처럼요. 문지영(에디터) 그 트럭에 자동항법장치가 들어갔죠. 거대한 트럭이 스스로 움직이니 장거리 운행이 잦은 상업 트럭 운전자에겐 정말 유용할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윤석 하지만 그 시스템의 목적은 운전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을 높이기 위함이죠. 무인 드라이버 개념과는 조금 달라요. 잠시 운전대를 놓고 안정과 휴식을 취한다면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어요. 연료 소모율은 낮아지고 도로 효율은 높아질 겁니다. 강병휘(카레이서) 그렇게 되면 트럭 드라이버를 운송관리사라고 부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자율 주행 포인트에서 보면 전 볼보가 1년 전에 발표한 볼보 컨셉트 26도 인상 깊었어요. 나윤석 그건 컨셉카라기보다 볼보의 전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캐빈 플랫폼이죠? 강병휘 맞아요. 휴식을 취할 때 보통 시트를 뒤로 젖히고 눕잖아요. 이건 시트를 젖히면 중앙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시트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와요. 누워서도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게 한 거예요. 꽤 쓸모 있는 아이디어죠. 조수석 대시보드에선 숨어 있던 초대형 TV가 쓱 올라오고요. 안오준 새로운 컨셉, 자율 주행, 커넥티드 카 등을 종합적으로 그린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F015가 아닐까요? 나윤석 전 그 차를 보면 ‛달리는 집무실’이라는 오래전 광고 카피가 떠올라요. 구매력이 높은 상류층이 자율 주행 차를 선택한다면 그 안에서 원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물 같았어요. 4개의 좌석을 마주 보게 돌릴 수 있고 옆면 유리창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바뀌죠. 전자칠판처럼 프레젠테이션을 띄울 수 있어 차 안에서 회의가 가능해요. 바쁜 기업가에게 자율 주행 차는 시간을 벌어 일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 셈이죠. 강병휘 그에 비하면 제가 말한 볼보 컨셉트 26은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집중한 케이스네요. 특히 재미있는 건 조수석 TV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해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목적지를 입력하면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 재생 시간에 맞춰 길을 안내해요. 만약 내가 60분짜리 동영상을 보려고 하면 살짝 길을 돌아가더라도 그 영상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계산하는 거죠. 안오준 그거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네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볼 때 중간에 흐름을 끊는 것만큼 맥 빠지는 일도 없죠. 나윤석 BMW에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비전 넥스트 100 컨셉트는 탑승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점쳐보는 예고편 같았어요. 미니의 미래, BMW의 미래, 롤스로이스의 미래가 각기 달랐죠. 각 브랜드의 주요 타깃이 다르니 자율 주행을 실행하면 무엇을 부각시켜야 할지 명확했어요. 미니는 친구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디지털 마이카’를 실현하며 운전자와의 커넥션을 부각시켜요. BMW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형태로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죠. 자율 주행이 시작되면 스티어링 휠은 곱게 접혀 대시보드 안으로 들어가고요. 롤스로이스는 앞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들고, 폴트로나 플라우 가죽 시트를 적용했어요. 주행성보다 프라이빗함을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에 집중한 거죠. 마치 요트 덱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안오준 하지만 전 좀 다르게 봤어요. ‛비전 넥스트 100 컨셉트는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실제 자동차로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과연 100년 뒤에 저거밖에 안 바뀔까? 훨씬 더 바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1 메르세데스-벤츠 퓨처 트럭 2025
2 포르쉐 미션 E
3 아우디 커넥티드 모빌리티 컨셉카

문지영 베이징 모터쇼에 등장한 아우디 커넥티드 모빌리티 컨셉카는 가장 현실적인 사례죠. 아우디 Q3를 베이스로 만든 차인데, 이걸 보고 ‘이건 당장 필요해!’라고 생각했어요. 나윤석 범퍼에 전동 롱보드가 하나 들어 있어요. 시외에선 Q3를 타고 이동하다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심으로 들어오면 차가 알아서 롱보드를 타고 들어가라고 지시하는 거죠. 목적지를 입력하면 내비게이션은 어디까진 차로, 어디까진 롱보드를 타고 가는 게 빠르다고 계산해주고요. 이건 어번 모빌리티를 실현해주는 차죠. 1인용 도심형 교통수단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어떤 것이 주류가 될 거란 이야기는 없잖아요. ‘이런 방법도 있어’라며 신선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 겁니다. 문지영 컨셉카 이야기를 하면서 전기차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두 분(나윤석, 강병휘)은 얼마 전 방송을 통해 테슬라 모델 S 시승기를 현장감 있게 보여주셨잖아요. 최근 모터쇼를 봐도 전기차 컨셉카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강병휘 전 개인적으로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 등장한 벤츠 비전 마이바흐 6가 전기차의 파격적인 미래라고 생각해요. 마이바흐를 전기차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남들이 작은 차에 전기모터를 넣을 때 ‛전기차는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야’라며 벤츠가 보란 듯이 한 방 날린 거죠. 테슬라만 해도 스포츠적 성향은 강하지만 고급스러운 디테일은 떨어지는데 벤츠가 이 부분을 공략한 거죠. 굳이 양산하지 않더라도 브랜드가 지향하는 자동차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오준 포르쉐 미션 E도 곧 양산되잖아요. 포르쉐는 컨셉추얼한 차를 실제로 양산했을 때 손해를 안 봤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그 차의 성공 여부도 궁금해요. 나윤석 포르쉐는 오래전 EV를 처음 만든 제조사죠. 918, 카이엔 등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얹어 기존 내연기관과 배터리 기술의 접목을 오랜 시간 꾸준히 연구했고요. 포르쉐 철학을 하이브리드에 실행해본 후 만든 순수 전기차라 실패율이 낮지 않을까요? 강병휘 사실 컨셉카 이야기를 한다 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마쓰다 RX-비전 컨셉트였어요. 슬프게도 며칠 전에 양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죠. 연비도 안 좋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많지만 과거 마쓰다 스포츠카의 명맥을 잇는 로터리 엔진을 사용해 오로지 달리는 감성을 충족시킨 차예요. 전기차나 자율 주행 같은 트렌드와 역행하는 컨셉이지만 로터리 엔진 마니아로서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나윤석 아마 먼 미래엔 컨셉카가 내연기관 엔진을 달고 나오면 화제가 될지도 모르죠. 아날로그의 유행처럼요. 그리고 미래지향적 차에 부족하기 쉬운 스토리텔링이 있는 차도 각광받을 것 같아요. 1970년대 히피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길 정도로 서양인에게 각별한 마이크로버스의 계보를 잇는 21세기형 마이크로버스를 양산한다고 밝힌 폭스바겐처럼요. 경험과 추억이라는 연결 고리를 지닌 컨셉카라면 옛날과 또 따른 접근 방식이 되지 않을까요?

에디터 문지영([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