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산책

책방 산책

노블레스 2020-01-26 17:00:00 신고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는 ‘최인아책방’

서점이 속속 문을 닫는 시기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의 지역 서점은 1994년 5683개에서 2003년 2224개, 2011년 1752개, 2015년 1559개로 급감했다. 독서 인구 감소와 인터넷 판매처와의 경쟁은 20년 새 70% 이상 서점이 감소했다는 암울한 통계치를 전한다. 하지만 최근 독특한 컨셉과 경험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동네 서점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책방의 재해석과 그 공간에 맞는 북 큐레이션, 이와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종이책의 장점을 알리고 종이 매체의 소멸을 막으려는 작은 노력이다. 음악 서적이나 여행 서적, 추리소설 등 특화된 장르를 다루는 책방이 문을 열고, 퇴근길 책 한 권에 술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서점과 숙박을 겸하는 곳까지 등장하는 등 규모는 크지 않아도 저마다 개성을 살린 요즘 서점. 대형 서점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독립 출판물을 선보이기도 하고, 일종의 문화 허브로서 독서 모임이나 강연 등을 통해 문화 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기업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방 주인 개인의 취향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발길을 이끈다.





최인아책방의 추천서 서가

선정릉 인근에 들어선 ‘최인아책방’은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의 카피로 이름을 알린 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가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와 함께 낸 서점이다. 최인아 대표는 “어떤 사람도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온라인에서만 시간을 보내지는 않아요. 몸이 있는 존재인 한 균형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게 마련이죠. 온라인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수록 오프라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거예요.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다시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라고 말한다. 장서 6000~7000권 규모의 넓고 쾌적한 복층 공간으로 그랜드피아노와 원두커피, 편안한 의자, 소규모 미팅 플레이스, 옥상정원을 갖췄다. 그녀는 책방을 만든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책을 읽는 것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에요. 직장에 다니던 시절 숙제하듯이 살았다면 그다음에 시작하는 일은 인생의 우선 순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가장 좋아하는 일이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의 교집합이 바로 책방이죠.”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추천서를 모아놓은 서가에 있다. 최인아의 지인 220명이 추천한 책이 책방의 3분의 1에 달한다.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들에게’, ‘스트레스, 무기력, 번아웃이라 느낄 때’ 등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마주하는 고민에 대한 질문 12가지를 뽑고 선후배, 친구 등 220명에게 추천서를 받았다. 한 권 한 권에 추천인의 ‘북카드’가 꽂혀 있는데 책을 추천하는 이유와 추천인의 간단한 프로필을 손글씨로 쓴 카드다. 이 공간은 책방의 기능에 그치지 않고 클래식 공연이나 강연도 열린다. 생각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책방에 온다는 것은 편리함을 추구하기만 해서는 맛보지 못하는 체험이에요. 고객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지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책방 ‘북티크’는 혼자 읽는 책이 아닌 함께 읽는 책을 주목했다. 미뤄둔 책을 함께 읽는다는 컨셉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책의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즐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독서 토론과 글쓰기 모임, 북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매달 2권 안팎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모임도 운영하는데 역사책을 읽는 ‘일요 히스토리’, 다과를 즐기며 책을 읽는 ‘금요심야 서점’, 토요일 오전엔 아무 말 없이 책만 읽는 ‘토요 묵독 파티’ 등을 만날 수 있다. 출판사에 다니던 시절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한 박종원 대표는 “새벽에 혼자 왔다가 책을 읽고,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책 친구가 되곤 하죠.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라며 “현재 시장의 한계점을 극복하려면 책을 평소에 읽지 않는 독자층을 서점으로 끌어들여야 해요. 독자를 새롭게 발굴하는 것이랄까. 사람과의 만남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이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행서만 파는 책방, 음악 서적만 파는 책방 등 한 가지 분야에 주력하는 책방도 새로운 트렌드다. 그중 도산공원 인근 퀸마마마켓 3층에 문을 연 ‘파크’는 예술과 디자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서적을 만날 수 있는 큐레이션 서점이다. 홍대 앞 동네 서점 땡스북스와 해외 디자인·예술 서적을 전문으로 큐레이션하는 포스틱포에틱스가 함께 선별한 만큼 그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여행, 요리, 가드닝, 취미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국내 서적과 해외 서적의 구분 없이 배치했다.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는 공간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독서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책 읽는 환경 자체를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만들면 독서라는 좋은 콘텐츠가 살아납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도산공원의 자연풍경이 피부로 와 닿는 이곳은 자연과 디자인 그리고 책이 어우러져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이 책의 위기를 말하지만 책은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다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독자층의 기호가 세분화·양분화되어 다른 차원으로 발전해가는 것이죠. 시대의 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감지하고 적절하게 변신하느냐가 책방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지을 거라고 생각해요.”
책은 형태가 있고 느낄 수 있는 물성을 지니기에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저마다 존재감을 내뿜는다. 그 물리적인 매력은 책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좋은 책은 여전히 종이책으로 살아남을 것이고, 디지털 시대라 해도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방을 찾을 것을 믿는다. 
문의 02-2088-7330(최인아책방), 02-6204-4774(북티크), 070-4281-3371(파크)





1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북티크’
2 라이프스타일 서적을 만날 수 있는 ‘파크’




여기에도 가보세요
추리소설, 여행책, 음악책 그리고 한 권의 시집까지. 취향을 파고드는 큐레이션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책장 가득 국가별·작가별 진열한 추리소설을 만날 수 있다. 구간과 신간을 막론하고 영미권과 일본의 추리소설은 물론 국내와 유럽, 아시아권 추리소설도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모르는 책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매달 달라지는 테마별 추리소설도 만날 수 있다.
문의 02-6080-7040

여행책방 사이에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책방. 서가에 꽂힌 책은 총 400~500종으로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를 비롯해 여행 중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과 그림책도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한 달에 2~3회씩은 공식적 여행 토크를 진행하며 책방 한편에는 여행 작가의 서재를 마련해 여행 작가가 읽는 책, 음악 등을 전시한다.
문의 070-8630-5630

라이너 노트 어느 뮤지션의 작업실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드는 음악 관련 전문 서점 라이너 노트. 공연 기획사 페이지터너가 운영하는 곳이다. 음악가가 쓴 책, 고전음악가 평전, 음악을 주제로 한 소설, 악보집 등 다양한 음악 관련 서적을 종류별로 구비했다. 주말이나 특별한 경우에는 작은 영화관이 되기도 하고 미니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문의 02-337-9966

위트 앤 시니컬 시인 유희경이 운영하는 시집 전문 서점.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민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시집을 엄선해 3평 남짓한 공간에 1500여 권의 시집을 진열했다. 한 달에 두 세 번 시인이 15편의 시를 읽는 낭독회를 개최해 시를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의 070-7542-8972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사진 이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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