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제조기' 김학범 감독 "도쿄 올림픽 목표는 동메달 이상"

'우승 제조기' 김학범 감독 "도쿄 올림픽 목표는 동메달 이상"

이데일리 2020-01-27 15:30:55 신고

2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승전. 사우디를 꺾고 사상 첫 대회 우승에 성공한 선수들이 시상식 뒤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학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의 별명은 ‘학범슨’이다. 항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이름을 따서 이러한 별명을 얻었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지략가로 인정받았던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까지 일궈내면서 별명에 걸맞은 업적을 이뤄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회 결승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정태욱(대구)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사상 첫 전승 우승(조별리그 3경기·8강·4강·결승)이라는 대위업을 썼다.

앞서 지난 22일 호주와의 4강전에서 2-0 승리를 거두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보한 대표팀은 이로써 올림픽 본선행 티켓과 우승 트로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김학범 감독 개인으로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다시 챔피언 등극을 이루면서 ‘우승 청부사’로 명성을 확실히 굳혔다.

모든 우승이 비슷하지만 이번 우승은 김학범 감독의 탁월한 지략과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특히 주전과 후보를 구분하지 않는 그의 ‘로테이션 선수 운영’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김학범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 중국전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마지막 결승전까지 매경기 전혀 다른 베스트11을 꺼내 들었다. 중국전을 마친 뒤 이란과 2차전에는 선발 명단을 7명이나 바꾼 새로운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에서는 그전 선발 라인업에서 6명을 교체했고 요르단과 8강전에서는 다시 8명이나 변화를 줬다. 호주와 준결승에서 5명을 바꿨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는 왼쪽 풀백 김진야(서울)를 오른쪽 날개로 투입하는 변칙 전술을 들고 나왔다.

손쉬운 예상조차 거부하는 김학범 감독의 ‘팔색조 전술’은 상대 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4강에서 맞붙은 호주 대표팀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한국은 스쿼드에 깊이가 있는 팀”이라며 “상대 선수 1~2명에 집중해선 안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로테이션은 단순히 선수들을 돌려막는 것과는 다르다. 어떤 선수가, 어떤 자리에 들어가더라도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살린 맞춤형 전략을 준비했다. 상대 팀 전력에 맞춰 선발 라인업을 준비한 뒤 그에 따른 전술을 반복 훈련했다.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에서 로테이션을 과감하게 돌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잘하는 선수를 계속 쓰고 싶은 것이 감독의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대회 장소인 태국의 무더위와 빡빡한 무더위를 감안했다.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학범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로테이션 전술’을 구사하다 제대로 혼이 난적이 있다.

당시 대표팀은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을 6-0으로 물리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 선발 6명을 바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가 1-2로 덜미잡이는 수모를 당했다.

이 패배로 조 1위 대신 조 2위로 16강에 오른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까지 올라 금메달을 목에 골었다. 하지만 조 1위를 놓치는 바람에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매경기 힘든 상대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김학범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 답게 그때 경험을 잘 연구했다. 더욱 완벽한 로테이션 전략‘을 준비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결승전 후 공식 인타뷰에서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모든 선수에게 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 우리 선수들이 장차 A대표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어서다”고 로테이션 전략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로테이션 없이) 베스트 멤버만 고집했다면 이런 성적은 어려웠을 것이다”며 “나의 선택이 결국 우리 선수들에게도 잘 된 것이었고 로테이션을 해가며 훈련해 왔던 게 결승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학범 감독은 “아쉽게 경기에 나서지 못한 골키퍼 2명을 제외한 나머지 21명 선수가 모두 그라운드에 나와 자기 임무를 충실하게 했다”며 “모든 선수들이 서로 믿고 팀에 아무 문제 없이 녹아든 게 가장 값진 결과다”고 말했다.

김학범호는 이제 ‘올림픽대표팀’으로 변신해 도쿄올림픽 본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A대표팀이 3월 말과 6월 초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8차전을 치르는 가운데 이 기간에 맞춰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4월 20일 일본 도쿄의 NHK홀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대진 추첨 결과에 따라 김학범호의 6월 평가전 상대도 결정된다. 이때 가서 23세를 초과하는 와일드카드의 윤곽도 가려질 전망이다.

김학범 감독은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만큼 이번에는 동메달 이상 성적을 목표로 하겠다”며 “와일드카드는 조 추첨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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