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te Couture House of Viktor & Rolf

Haute Couture House of Viktor & Rolf

노블레스 2020-01-27 17:00:00 신고


도리아 양식 기둥과 입구가 인상적인 빅터 앤 롤프의 암스테르담 본사 스튜디오. 벽면에는 빅터 앤 롤프의 파라핀 도장 시그너처가 문패처럼 붙어 있다.

클래식한 골드 액자를 뚫고 나온 여인, 그 자체를 옷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 패션 디자이너 듀오 빅터 앤 롤프. 네덜란드 출신인 빅토르 호르스팅(Viktor Horsting)과 롤프 스뇌렌(Rolf Snoeren)이 지난 2015년 F/W 파리 오트 쿠튀르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아트 컬렉션(Wearable Art Collection)’은 빅터 앤 롤프가 오랜 시간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보인 작품을 가장 환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집대성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깨진 그림 액자 드레스는 다시 벽면에 걸 수 있는 작품으로 복원 됩니다. 아트와 패션의 트랜스포밍이랄까요. 시는 현실이 되고 변형은 환상으로 치환됩니다.” 최근 빅터 앤 롤프는 기성복 사업을 접고 오트 쿠튀르와 향수 분야에 몰두하며 예술로서의 패션을 보여주겠노라 선언했다.
1993년 프랑스 남부 이에르에서 열린 국제 아트 앤 패션 페스티벌에서 주요 부문 3개 상을 거머쥐면서 패션계에 첫발을 디딘 빅터 앤 롤프는 늘 패션의 모티브를 예술에서 찾았다. 패션의 변방인 네덜란드 출신으로 세계 패션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그들은 스스로 예술가가 될 것을 표방했고, 본격적 활동에 앞서 갤러리에서 옷을 주제로 한 설치 미술을 선보이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갔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빅터 앤 롤프가 패션계에 파란을 일으키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다. “우리 둘은 사춘기 이후 함께 성장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롤프가 말했다. “네덜란드 아른험 아트 스쿨에서 처음 만난 게 1998년인데, 그 때 우리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사이가 될 것을 직감했죠. 같은 꿈을 꾸고 어떠한 모험도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친구로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빅터는 그 인연을 매우 뿌듯하게 여긴다. 돌이켜보면 이들은 처음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되거나 관련 사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한 적이 없단다. 더구나 예상과 달리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과감한 성격도 아니라고. “하지만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해야 하죠. 그렇다 보니 다소 난해한 진술이나 표현을 피할 수 없는데 그것이 패션 위크나 오트 쿠튀르 무대에서 엄청난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1 집 뒤로 펼쳐진 정원은 그들의 휴식처다. 이곳은 베르사유의 정원을 옮겨놓은 듯하다.
2 2015년 F/W 오트 쿠튀르 쇼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아트 컬렉션’을 전시한 2층 쇼룸.
3 1층 리셉션 공간 오른쪽에 자리한 회의실 겸 라이브러리. 기존의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유지하되 프롱푀유 기법을 사용해 위트 있는 스타일로 연출했다.





1 클래식 스타일을 빅터 앤 롤프의 색감으로 재해석한 가든 룸
2 화려하고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그대로 보존한 가운데 테이블과 의자는 모던한 디자인으로 매치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암스테르담에 있는 빅터 앤 롤프 본사는 그들의 상상력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무대로서 최고의 컨디션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의 중심지이자 귀족과 부호의 휘하에 있던 운하로 명성을 떨친 헤렝라흐트를 조망하는 빅터 앤 롤프의 스튜디오는 17세기에 지은 귀족의 저택이었다. 네덜란드 문화와 상업이 절정에 달한 시기, 최고의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이 살던 곳인 만큼 기념비적 건축양식을 적용하고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화려함의 극치를 표현한 공간. 빅터 앤 롤프는 이곳을 보자마자 그들의 영감의 원천이 될 소중한 환경으로 낙점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예술 작품에서 발견한 가치를 패션에 대입하는 걸 좋아합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것에는 절대적인 미학적 요소가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스튜디오는 작품 활동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곳이죠.”
웅장한 스케일을 강조한 높이 20m가 넘는 4층 규모의 저택. 운하와 마주한 건물 정면으로 난 도리아(고대 그리스 건축양식) 스타일 문을 열면 대리석 바닥과 흰색 벽면을 무대 삼아 놓인 기하학적 조형 작품이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우아한 리셉션을 지나 복도에 들어서면 화려한 몰딩 장식으로 치장한 별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빅터 앤 롤프의 작품을 처음 시연하는 쇼룸. 금장 몰딩, 다마스크 패턴의 벽지 그리고 정교한 패턴의 마룻바닥 등 루이 14세 시대의 양식을 엿볼 수 있는 화려한 쇼룸은 그들의 디자인 세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클래식한 요소로 가득하다. 쇼룸 맞은편에는 2층으로 향하는 유려한 곡선의 계단이 자리한다. 오묘한 빛을 따라 오르다 보면 창살 너머 보이는 커다란 황금색의 빅터 앤 롤프 로고가 어둠 속에서 성스러운 빛을 전하듯 광채를 발산할지니! 지난 20여 년간 선보인 빅터 앤 롤프의 작품 사진을 담은 액자에 이끌려 올라가면 회의실에 당도한다. 이곳은 무엇보다 화려한 자연미가 돋보이는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압권이다. 엠파이어 스타일의 대형 창문 너머 펼쳐진 정원은 그들의 표현을 따르면 흡사 베르사유 정원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듯하다. “개조를 계획했을 때는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사실 이 집에 기가 눌렸다고 할까요.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아요.” 유구한 역사가 살아 있는 곳을 새롭게 재단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빅터 앤 롤프는 이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저희가 이곳을 구한 후 지금까지 벌써 8년이 지났어요. 건축 원형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 우리의 개성을 녹여내는 데 걸린 시간이죠.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는 인테리어와 패션, 두 언어를 이곳에서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루이 14세 스타일 쇼룸으로 안내한다. 17세기 귀족의 초상화가 걸린 벽면에 그 초상화 액자를 그대로 부수고 접어서 만든 듯한 드레스 한 벌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2015년 F/W 파리 오트 쿠튀르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아트 컬렉션이다. 무대에서는 사람이 입는 드레스지만 이렇듯 공간에 있을 때는 그 자체로 조형 작품이자 위트 있는 오브제로서 존재감을 빛낸다.





1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빅터 앤 롤프의 금장 압인 로고
2 흰색 대리석과 섬세한 몰딩 장식으로 벽면을 구성한 우아한 리셉션 공간. 묵직한 블랙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곳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네덜란드 출신 스튜디오 욥의 형이상학적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3 벽난로 앞에 놓인 송치 가죽 의자는 찰스 앤 레이 임스 디자인의 DCW 체어, 플로어 램프 호스(Horse)는 스튜디오 욥 제품
4 웨어러블 아트 컬렉션을 구상한 스케치. 그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스케치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사춘기 이후 지금까지 25년 넘게 환상의 디자이너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빅터 앤 롤프. 검은색 뿔테 안경을 고수하는 패션 코드는 그들을 쌍둥이로 오해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달렸다. “저희 둘은 예술적 관점에서 뽑아낸 요소를 패션으로 풀어낸다는 철학에 이견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 궁극적으로 패션은 예술의 메타포였고, 그 결과로 도출한 패션은 기존 패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메타 패션’이 되었죠.” 패션의 입장에서 보면 파격적이고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위트 있는 작품. 여느 패션 디자이너와 달리 그 출발점부터 차원이 다른 빅터 앤 롤프, 그들의 행보는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대한 역사가 쌓아 올린 예술적 공간에서 숨 쉬는 한 그들 창조적 영감은 아직도 무궁무진할 테니 말이다.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이정민 사진 카시아 핫코브스카(Kasia Gatkowska)

Copyright ⓒ 노블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