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백현진의 예술 세계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백현진의 예술 세계

싱글즈 2020-01-27 18:00:00 신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백현진의 예술 세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백현진.

이번엔 그가 10년 만에 정규 음악 앨범을 내놓았다.

백현진 <가볍고 수많은> 앨범

Q 앨범 커버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몇 년 전에 동네에 있는 인형가게를 지나다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굉장히 조명이 밝은 가게에 놓인 인형들이었는데, 희한하게 쓸쓸해 보였다. <반성의 시간> 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인 앨범이다. 솔로로는 정말 오랜만에 냈다. 그간 계속 공연은 하고 있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작년에 김오키, 이태훈, 진수영이라는 연주자들과 일 년 내내 공연하면서 다듬은 곡들이다. Q 기존의 솔로 앨범, 어어부프로젝트, 방백을 통해 보여줬던 음악과 결을 달리한다. 뒤틀던 목소리는 차분해졌고, 가사에서는 위악이나 불편함, 독이 빠졌다. 실제로 사람이 바뀌었다. 과거보다 화가 많이 없어지고 분노를 제법 운용할 줄 알게 된 영향인 것 같다. 노래도 그렇지만 그림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같이 음악하는 친구들 역할도 컸다. 이번 앨범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이 프로듀서로 붙으면서 테크닉 면에서도 조언을 많이 받았다. 녹음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형, 힘 좀 빼고 불러. 음악을 얼마나 했는데 아직도 그렇게 힘을 주고 노래를 해!”였다(웃음). Q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열세 곡을 이틀에 걸쳐 한 번에 녹음했다. 원래 내가 좋아하고 존중하는 연주자들이라 서로 즐겁게 놀듯 기록했다. 녹음은 빨리 끝났는데 믹싱부터 사운드 디자인 같은 후반 작업하는 데 시간을 좀 많이 보냈다. 그래서 올여름쯤 내고 싶었는데 겨울로 많이 늦어졌다. 뭐, 찬 바람 불 때 앨범을 내면 좋겠다 싶기도 했고. Q 함께하는 연주자들의 나른하면서도 따뜻한 연주가 백현진의 거친 면을 중화시키는 것 같다.그런 말 많이 듣는다. 색소폰에 김오키, 건반에 진수영, 콘트라베이스에 전제곤, 기타에 이태훈. 지금 연주자들이랑 연주하는 게 너무 좋다. 다들 즉흥 연주를 많이 사용하는 연주자들이라 한 번도 똑같이 연주한 적이 없다. 어떻게 녹음이 되려나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기록된 건 그날 그 순간의 기록이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트랙은 ‘눈’, ‘늦여름’이었다.사실 ‘늦여름’은 애초에 수록할 생각이 없었던 곡이다. 녹음을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다른 곡들에 비해 헐렁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조웅이 오히려 그게 너무 좋다고 해서 결국 넣었다. 그게 제일 자기가 아는 동네 친구 백현진 같은 곡이라며, 그런 곡을 왜 안 넣으려 하냐 성화길래 그럼 그냥 넣지 해서 들어간 곡이다. 어떻게 보면 작정을 안 한, 작정이 없는 곡 중 하나다.

Q 백현진의 음악에서 백미는 가사다. 하나의 영화 장면이 그려질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가사들이 이번에도 앨범을 빼곡하게 메웠다. 트랙별로 고독, 상실, 연민, 사랑,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노래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이룬다.보통 사람들이 “이거 다 백현진 씨 얘기죠?”라고 묻는데, 나는 그냥 픽션을 만드는 창작자라 생각한다. 가사를 쓸 때 내 이야기도 물론 들어가지만 오히려 주인공을 염두에 두고 설정해서 쓰는 편이다. 이번 앨범도 앨범명처럼 가볍고 수많은 주인공들이 노래마다 존재한다. 그냥 한 바구니 안에 이것저것 어울리는 것들을 담아놓는다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뭔가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긴 하다(웃음). 각자 알아서 해석하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도 작업하는 사람이다 보니 작업물에 대해 이런저런 다양한 피드백 받는 거 좋아한다. 재밌다.Q 음악 작업이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늘 느끼는 건데 나는 소리를 다루는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 내 목소리를 다루는 일 말고 소리를 합성하는 일을 즐기는데, 붓질하는 것과 이 소리 다루는 일은 매일 해도 진짜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그게 직업이니까 운이 좋은 거다.Q 음악가, 미술가, 연기자, 감독… 백현진의 예술 세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다재다능한 중년 멀티플레이어로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견고한 예술 세계라, 진짜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까(웃음)? 나는 사실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 그냥 일할 때 예전보다는 무리가 없어져서 그건 좋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리가 없었으면 좋겠다. 스스로도 앞으로 내가 무슨 작업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운이 좋아서 이렇게 작업하면서 살고 있는데, 계속 운이 따라줬으면 좋겠다.Q 새해다. 근간에 계획한 일들은 뭔가.나름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것은 없다. 공연은 꾸준히 하고 있고 요즘 두 편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해서 틈틈이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는 사채업자 역할이고, 또 하나는 재벌 2세다. 이 재벌 역할 때문에 요즘 이재용 씨 사진을 저장해서 들여다보고 있다(웃음). 아마도 봄쯤에는 작게 전시를 하나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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