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개방형·비유동자산' 헤지펀드, 줄줄이 유동성 위기 빠지나

'TRS·개방형·비유동자산' 헤지펀드, 줄줄이 유동성 위기 빠지나

이데일리 2020-01-27 19:27:27 신고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알펜루트자산운용이 2300억원 규모의 26개 헤지펀드 관련 환매 중단 검토에 나서면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가 다른 사모펀드로 번지는 모양새다. 라임 사태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에 제공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한 대출을 갑자기 회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부딪힌 것이다.

운용사로선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증권사의 TRS 계약을 믿고 펀드 구조를 개방형으로 짰기 때문에 증권사의 자금 회수 요청이 있을 경우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환매 중단이란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의 자금 회수,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줄을 이을 경우 운용사는 `환매 중단`이란 카드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 뿐 아니라 증권사, 운용사 모두 죽는 게임이 될 것이란 우려다. 문제는 라임, 알펜루트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비유동성 자산, 개방형 펀드, TRS 계약이란 키워드로 조합된 펀드의 경우 제2, 제3의 라임 사태로 번질 수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 `환매 중단` 알펜루트, 투자자·증권사 익스포저 1800억원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는 벤처펀드, 프리IPO 관련주 등에 투자하는 대표 펀드인 몽블랑4807 등 26개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모두 개방형 구조로 전체 펀드 자산은 2296억원이나 이중 479억원은 알펜루트의 고유 자금과 임직원 투자금인 만큼 개인 투자자의 투자액과 증권사 대출액은 총 1817억원 규모다.

개인 투자액은 1381억원이고 증거금을 제외한 증권사 TRS 대출액은 436억원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130억원, 미래에셋대우는 270억원이고 나머지는 신한금융투자가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가 23일 TRS 대출액 20억원 회수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TRS의 경우 증권사가 계약 종료를 요청하면 운용사가 3거래일 안에 갚도록 돼 있다. 알펜루트는 28일까지 해당 자금을 한투증권에 갚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자금 회수 요청이 들어온데다 증권사 PB센터의 권유로 개인투자자들의 환매 요청까지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도미노식으로 자금이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펜루트 관계자는 “23일 회수 요청이 들어온 20억원을 28일 갚는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28일 환매를 중단할지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역들과 자산의 일부를 판다면 언제까지 얼마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등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환 계획이 확정돼야 환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알펜루트의 펀드 설정액은 22일 기준 9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23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폐쇄형 펀드 구조다. 이 관계자는 “폐쇄형 펀드의 경우엔 만기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 증권사 자금 회수, 고객 환매 요청→운용사 `환매 중단`

라임 운용의 불똥이 다른 운용사로 번지면서 비슷한 구조의 헤지펀드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펜루트의 경우 벤처기업 주식 등 비유동성 자산을 주력으로 하는 모펀드가 증권사 TRS계약을 통해 투자액을 확대하는 데다 리드(197210), 녹원씨앤아이 등 라임이 투자했던 부실 전환사채(CB)에 투자하면서 자금 유출이 이뤄졌으나 관련 부실 자산을 전액 상각하고 그 이후로도 수익을 내면서 라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에 자금 회수 조치가 이뤄지고, 고객 환매 요청이 줄을 이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환매 중단`이란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의 자금 회수가 확산할 경우 라임과 비슷한 구조로 펀드를 운용한 다른 운용사들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 등도 개방형 구조로 고객 돈을 받아 이 돈을 증거금으로 TRS 계약을 통해 투자자산을 늘려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라임 사태처럼 모두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투자자들의 평판으로 먹고 사는 운용사는 펀드런 사태로 자금 이탈을 맞게 되고 증권사는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환매 중단에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장기간 묶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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