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인어공주'의 꿈, "수영하면 '김서영'도 있단 걸 알리고 싶다"

[신년 인터뷰] '인어공주'의 꿈, "수영하면 '김서영'도 있단 걸 알리고 싶다"

일간스포츠 2020-01-28 06:09:10 신고

"수영에 김서영도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한여름 전세계의 스포츠 대제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운명의 해'가 될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수영 국가대표 김서영(26·경북도청·우리금융그룹)에게도 마찬가지다. 4년 동안 피땀 흘려 준비해 온 노력을 결과로 빚어내야 할 중요한 해, 김서영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의 해를 맞아 간결한 소감을 남겼다. "후회 없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는 다짐이다.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치고 소속팀 경북도청이 있는 경산에서 훈련에 매진 중인 김서영과 20일 만났다. 약속장소는 숙소가 있는 곳과 가까운 카페. 휴대폰 하나만 들고 터덜터덜 걸어온 김서영의 표정은 밝았다. "2016 리우 올림픽이 끝나고 앞으로 4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그 동안 제대로 준비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말문을 연 김서영은 "올해는 그 길었던 4년의 준비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다. 후회 없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2020년,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맞은 소감을 전했다.

 
◇'시행착오' 2019년 있기에… 2020년은 더 잘 될 거야! 
 
한국 수영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마린보이' 박태환(31·인천시체육회)이다.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한국 수영의 새 역사가 쓰였다.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종목이지만 이제껏 엄두도 내지 못했던 수영에서 한국이 시상대에 서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박태환으로 결실을 낸 뒤로도 조금씩 전진해 온 한국 수영은 이번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메달을 노린다. 그 선두 주자가 바로 '인어공주' 김서영이다.

김서영은 명실공히 현재 한국 수영에서 가장 메달권에 가까운 선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혼영 200m 금메달리스트인 김서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이 될 이번 대회를 위해 4년을 꼬박 내달렸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혼영 200m 결선 진출(6위)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9년 광저우·부다페스트 국제수영연맹(FINA) 챔피언스 시리즈 연속 은메달 등 좋은 성적을 내며 기대감도 고조됐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선수권대회에선 주 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서 7위, 400m에선 결선 진출 실패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김서영은 광주의 부진을 마냥 아프게만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김서영은 "작년에 성적이 잘 안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계획한 대로 잘 된 것 같다"며 "작년은 시행착오였던 것 같다. 올해 시행착오를 겪으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작년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부진의 이유도 냉정하게 분석했다. "아시안게임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안방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한 김서영은 "훈련도 잘 준비했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왜 저런 기록이 나왔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단점에 너무 신경쓰느라,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돌이켰다.

 
물론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부담감이었다. 그는 "더 잘해야한다는 욕심과 부담감에 시달렸다. 머리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며 "그런 부담감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경험들이 된 것 같다"며 당당하게 웃었다.


◇'인어공주' 키운 건 물 속에서 타오르는 승부욕
 
김서영이 처음으로 수영장 '물맛'을 본 건 5살 때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수원 성오 유아체능단 소속으로 수영을 시작한 김서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수반에 입성했다. "사실은 너무 힘들어서 수영하고 싶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김서영이지만, 영법 교정을 위해 선수반에 들어간 뒤 물 속에만 들어가면 자기도 몰랐던 승부욕을 활활 불살랐다. "평소엔 승부욕 같은 게 정말 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은 김서영은 "운동가기 전에 맨날 '머리 아프다', '배 아프다'하고 빠질 궁리만 했다. 엄마가 억지로 보내면 끝나곤 웃으면서 나왔다"고 지금과 달랐던 그 때를 회상했다.
 
물 속에서 유난히 뜨거웠던 승부욕은 초등학교 5학년,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을 기점으로 불타올랐다. 당시 선발전에 나선 김서영은 지금의 주종목인 개인 혼영으로 바꾸고 치른 첫 대회에서 기록을 10초 가까이 줄이며 경기도 지역 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지금까지 한 수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느꼈다.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순간을 돌이켰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은 어느새 스물 여섯 김서영의 인생이 됐다. 김서영은 "요즘 수영을 생각하면 감사하다는 마음을 먼저 느낀다. 도전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는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많이 얻고 있어서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것에 매 순간 감사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도쿄 목표, '김서영을 이겨라' 

김서영의 '도쿄 목표'는 간단하다. "내 최고 기록을 깨는 것." 2018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때도 그렇게 말했고, 올해 매체들과 인터뷰에서도 그의 목표는 토씨 하나 달라진 적이 없다. 김서영의 적은 김서영 자신의 기록이다.

현재 김서영이 주 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최고 기록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2분8초34다. 김서영은 그 기록을 두고 "아시안게임 때 그 모습으로 남고 싶지 않다"고 단언한다. "올림픽 때 후회 없이, 경기가 끝난 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준비했다,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김서영은 "내가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보고 싶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전했다.
 
담담하게, 그리고 조근조근 자신의 2020년을 얘기하는 김서영을 보다 보니 '박태환 이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지 내심 그것이 궁금해졌다. "힘들어서 수영하기 싫었다"던 꼬마가 어느새 수영모에 태극마크를 달고 물살을 가르는 국가대표가 된 상황에서, '꿈의 무대'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 못지 않게 한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갖는 부담이 클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질문을 던지자 김서영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릴 때는 꿈을 많이 꿨다. 그런데 항상 부상이 있고 아파서 꿈이 이뤄질 거란 생각을 하기 어려웠다"고 답한 김서영은 "부상이 낫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점점 목표가 생기고 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는 또 있었다. 전지훈련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예전, 한국 선수들과 비슷한 체격의 일본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것을 보고 김서영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했구나. 이 선수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김서영은 "예전에는 (박)태환 오빠밖에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면, 그 때부터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태환만 할 수 있는 일'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이뤄낸 뒤, 김서영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 태환 오빠 수준은 아니니까 무조건 1등을 해야하고 넘어서야 한다, 그런 생각은 안한다"고 강조한 김서영은 "그저 수영에 김서영도 있다는 것을, 또 다른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경산=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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