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깨진 다음날, 별이 되어버린 전설

기록 깨진 다음날, 별이 되어버린 전설

일간스포츠 2020-01-28 06:09:10 신고

Kobe Bryant

Kobe Bryant

"그가 농구를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 나의 형제에게 경의를 표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42)는 26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쓰곤 '킹' 르브론 제임스(36·LA 레이커스)를 태그했다. 제임스는 이날 열린 2019~2020 NBA 정규리그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경기에서 29득점을 올렸고, 이 득점으로 통산 3만3655점을 달성하며 브라이언트(3만3643점)를 제치고 NBA 역대 최다 득점 3위로 올라섰다. 자신의 기록을 넘어선 후배를 향해 브라이언트가 보낸 이 칭찬과 응원의 메시지는 세상을 향한 그의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제임스가 자신의 기록을 깬 다음날, 브라이언트는 둘째 딸 지아나 브라이언트(14)의 농구팀 경기를 감독하러 자신의 전용 헬기에 올랐다. 헬기엔 딸의 농구팀 동료와 그 부모, 오렌지코스트 칼리지 소속 농구 코치와 부코치, 헬기 조종사 등 9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라이언트와 이들을 태운 헬기는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 헬기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칼라바사스에 추락했고, 탑승자는 전원 사망했다. '전설'과 그의 딸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브라이언트의 사망 소식에 농구계는 물론 전세계가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NBA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스타였던 브라이언트는 20년간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전무후무한 각종 기록을 세운 '전설'이다. 199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3순위로 샬럿 호니츠에 지명돼 2주 만에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된 후, 2016년 은퇴할 때까지 20시즌을 줄곧 레이커스에서만 뛴 '원 클럽 맨'이었고, 이 기간 동안 5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2000년∼2002년·2009년∼2010년)을 이끌었다. 2008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그리고 2009년과 2010년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됐으며 올스타전에는 18번 선정돼 15번 선발 출전하고 이 중 4번이나 MVP를 차지했다. 국가대표로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힘을 보태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다.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 막바지엔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블랙 맘바(브라이언트의 별명)'가 코트와 떠나던 마지막 경기에선 혼자 60득점을 퍼붓는 등 '전설'로 남을 만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선수 인생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기도 했다. 레이커스는 등 번호 8번과 24번을 달고 현역 시절을 보낸 브라이언트를 위해 두 번호를 모두 영구 결번으로 정하기도 했다.
 
팬만큼 안티도 많았지만, 누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슈퍼 스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전세계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7)은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는 내 친동생과도 같았다"며 "그와 나눈 대화가 그리울 것"이라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이언트와 함께 뛰었던 동료 샤킬 오닐(48)도 "나의 조카인 지아나와 형제인 코비를 잃은 슬픔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애통해했고,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제임스 역시 "브라이언트는 공격적으로 무결점의 선수였다. 기술, 그리고 열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추도했다. 정규리그 일정을 치러야 했던 NBA에선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선수들은 신발에 추모 메시지를 새기고 코트에 나섰다. 또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토론토 랩터스의 경기에선 두 팀 모두 '24초' 공격 제한 시간 위반으로 경기를 시작해 브라이언트를 추모하기도 했다.
 
NBA 뿐만 아니라 종목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추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연달아 애도의 뜻을 전했고 이날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선 진행을 맡은 앨리샤 키스를 비롯해 여러 가수들이 그를 잃은 슬픔을 전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프다"며 그를 애도했고, 브라질의 축구 스타 네이마르(28·파리 생제르맹)는 리그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양손 각각 손가락 두 개와 네 개를 들어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인 24를 의미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추모 열기는 한국프로농구(KBL)에서도 이어졌다. 27일 잠실에서 열린 서울 SK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경기 시작과 동시에 두 팀은 각각 24초와 8초 바이얼레이션으로 브라이언트의 죽음을 애도했다. 관중석 중간중간엔 브라이언트 유니폼을 입고 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블랙 맘바'는 그렇게 전세계 모두를 울리고 떠나 하늘의 별이 되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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