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과 탈모증은 유독 남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 커서다.
특히 남성호르몬 중에서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하 DHT)이 문제다. DHT는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와 만나 전환된 것으로 전립선을 커지게 할 뿐 아니라 모낭에 작용해 모발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 남성형탈모증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과 탈모증 치료에는 모두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성분 두타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가 사용된다. 말 그대로 DHT를 만드는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같은 성분의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라도 현재 건강보험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만 적용되고 탈모증 치료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탈모증환자들이 수상한 움직임이 늘고 있다. 좀 더 저렴하게 약을 복용하겠다는 목적으로 있지도 않은 증상으로 비뇨기과를 방문해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를 처방받으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엄연한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의 경우 남성의 생식능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특히 가임기 젊은 남성이라면 의사의 판단하에 좀 더 신중하게 약을 복용해야한다고 경고한다.
모재성성형외과의원 모재성 원장은 “남성형 탈모증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해도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제지만 이는 자신의 증상에 맞게 적절한 용량을 처방받아 복용했을 때의 얘기”라고 경고했다.
해외 불법사이트나 구매대행사이트 등 일명 어둠의 경로로 탈모증 치료제를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문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불법사이트 및 구매대행사이트(15곳)를 통해 탈모증치료제를 포함한 전문의약품 30개를 직접 주문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약은 대부분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재성 원장은 “경구용 남성형 탈모증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탈모증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보니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도 안 받고 잘못된 경로로 약물을 구매해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탈모증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전문가에게 자신의 탈모증 종류와 진행 단계를 정확히 점검받은 후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탈모증치료제를 복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탈모증에 좋다는 영양제도 맹신해선 안 된다. 과거처럼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면 몰라도 이제 영양분이 부족해 모발성장이 방해될 일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탈모증영양제는 오히려 영양 과잉섭취를 부르고 적절한 치료시기마저 놓칠 수 있다.
모재성 원장은 “지금까지 의학적으로 검증된 안전한 탈모증치료법은 약물치료로 이 또한 빨리 시작해야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며 “하루 100개 이상 모발이 빠지거나 ▲모발 굵기가 얇아지고 ▲이마선이 드러나거나 ▲머리카락을 50~100개 정도 엄지와 검지로 잡고 가볍게 당겼을 때 3개 이상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필요한 탈모증을 의심하고 빨리 병원을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