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통도 충분할까? 볼보 XC90 & 아우디 Q7

4기통도 충분할까? 볼보 XC90 & 아우디 Q7

모터트렌드 2020-02-13 10:01:04 신고

엔진 다운사이징 흐름에 따라 커다란 SUV도 4기통 엔진을 얹고 있다. 그런데 정말 4기통도 괜찮을까? 답답하거나 아쉽진 않을까?
(위부터) 포드 익스플로러, 볼보 XC90, 아우디 Q7, 메르세데스 벤츠 GLE

나 320마력이야!
볼보
XC90 T6 AWD
“우리는 새로운 볼보 모델에 6기통 이상의 엔진을 얹지 않기로 했습니다. 6기통이나 8기통 엔진을 원하는 사람은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로 가면 됩니다.” 2013년 미국판 <모터트렌드>와의 인터뷰에서 볼보자동차 북미법인 CEO 렉스 케서마커스(Lex Kerssemakers)는 이렇게 말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눈을 의심했다. 자동차회사 중역이 다른 자동차를 선택하라고 하다니. 하지만 그의 이 말에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4기통 엔진을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4기통 휘발유 엔진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모두 붙인 볼보의 T6 엔진은 2.2톤에 달하는 XC90를 힘차게 밀어준다.

2013년 볼보는 모든 엔진을 3, 4기통으로 정리하겠다는 드라이브-E 전략을 발표했다. 실상은 다른 엔진에 투자할 비용을 줄여 회사의 재무구조와 생산체계의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부족한 힘은 실린더를 늘리는 대신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전기모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게다가 V8 모델의 판매량도 아주 적었다. 많이 팔리지 않는 V8 엔진에 힘을 쏟기보다 6기통 엔진을 4기통으로 다운사이징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으로 볼보는 4기통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고, 획기적인 4기통 휘발유 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모두 얹은 T6 엔진 말이다(원래 T6는 볼보의 6기통 휘발유 엔진을 뜻하는 용어였지만 4기통 엔진인데도 6기통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인다는 뜻에서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더한 4기통 엔진에 T6를 그대로 사용했다).

볼보의 T6 엔진은 엔진 블록 아래에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수직으로 자리하는데, 고속으로 크루징하듯 달릴 땐 엔진 동력을 이용하는 슈퍼차저가 힘을 불어넣고, 급가속할 땐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면서 터보차저가 힘을 더한다. 힘을 내는 데 엔진 동력과 배기가스를 동시에 이용하므로 4기통 엔진으로 더 많은 출력을 뽑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효율도 높일 수 있다. 터보 지체 현상은 슈퍼차저가 자연스럽게 커버한다. 이 새로운 엔진은 2016년 미국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상을 받기도 했다. 심사를 맡은 당시 기자들은 XC90에 얹힌 T6 엔진을 매끄럽고 세련되며 가속감이 훌륭한 엔진이라고 칭찬했다.

320마력. XC90 T6의 제원상 최고출력이다. 국내에서 파는 4기통 휘발유 모델 가운데 가장 화끈할 뿐 아니라 이전의 6기통 T6 엔진보다 출력이 16마력 높다. 6기통 엔진을 대체하고도 남는단 얘기다. 최고출력은 5700rpm에서 뿜어 나오지만 2200rpm부터 쏟아지는 40.8kg·m의 최대토크가 초반부터 커다란 차를 쭉쭉 밀어준다. 덕분에 무게가 2.2톤에 육박하는 대형 SUV가 스포츠카처럼 내달린다. XC90는 볼보의 플래그십 SUV다. 볼보 브랜드를 상징하는 기함이란 얘기다. ‘이런 기함에 4기통 엔진이 가당키나 할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4기통 엔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박력과 활기가 넘쳤다.

SUV라면 모름지기 디젤 엔진을 얹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넉넉한 토크와 뛰어난 연비를 위해서라면 덜덜거리는 진동과 소음쯤 참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폭스바겐발(發) 디젤 스캔들은 우리의 자동차에 대한 생각을 상당 부분 바꿔 놨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실내와 매끈한 주행감각을 위해서라면 연비쯤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XC90 T6는 휘발유 모델답게 매끈하고 경쾌하다. 커다란 SUV가 지나치게 경쾌하게 달린다고 느껴질 정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속도계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지만 시속 200km에 육박하는 동안에도 터보 지체 현상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인 탓에 고속으로 달릴 때 출렁이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안한 정도는 아니다. 바닥 소음과 바람 소리도 잘 다스렸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느긋하게(?) 달릴 땐 바퀴가 구르는 소리만 차 안으로 들이친다.

XC90 T6에는 다섯 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에코, 컴포트, 인디비주얼, 다이내믹 그리고 오프로드다. 변속레버 아래 오돌토돌한 원통형 다이얼을 움직여 바꿀 수 있는데 다이내믹에선 엔진 소리가 좀 더 날카로워지면서 엔진 반응도 예민해진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으르렁댄다. 대신 연비는 좀 희생해야 한다. 복합 연비가 리터당 9.3km다(아, 신형 익스플로러보단 좋다). 재미있는 건 저공해 3종으로 분류돼 남산 1, 3호 터널 혼잡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공항 주차장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단 거다. 시승차는 따로 저공해차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는데도 공항 주차장에서 미리 알아보고 주차요금을 20% 할인해줬다.

XC90는 최근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프런트 그릴에 힘을 주고 크롬을 둘러 번쩍번쩍하게 매만졌다. 프런트 그릴 가운데 박힌 볼보 로고도 조금 새로워졌다. 하지만 파워트레인과 섀시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짱짱하고 듬직하며 활기차다. 국내에서 팔리는 XC90에는 세 종류의 엔진이 얹힌다. 셋 중 어느 하나도 평범한 건 없다. 최고출력 235마력을 내는 트윈터보 디젤 D5 엔진은 터보 지체 현상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컴프레서로 공기를 압축해 이를 저장하는 파워펄스를 적용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미리 공기를 압축해 저장해 놓으면 급가속이나 추월을 위해 큰 힘이 필요할 때 압축된 공기를 재빨리 터빈에 전달할 수 있다. 최고출력 320마력을 내는 휘발유 엔진 T6는 앞서 설명했듯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함께 사용한다. 최고출력 405마력을 내는 T8은 휘발유 엔진에 11.6kWh 전기모터를 더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엔진만으론 318마력을 내지만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면 시스템 최고출력이 402마력으로 치솟는다. 세 엔진은 모두 4기통 휘발유와 디젤 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이 정도면 볼보를 ‘4기통 엔진 맛집’으로 칭해도 좋다.
글_서인수


4기통 Q7은 합당하다
아우디
Q7 45 TFSI 콰트로
“준대형 SUV에 4기통 엔진이라니, 중학생한테 성인이 업힌 것처럼 보여. 엔진에 너무 미안할 일 만들지 마라.” 4기통 엔진을 얹은 Q7을 시승하고 있다고 하니 친한 선배 기자가 한 말이다. 그 선배는 Q7 45 TFSI를 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저 차의 크기와 엔진을 보고 지레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하긴 서인수 선배가 4기통 엔진을 얹은 커다란 SUV를 살펴보자고 했을 때 내 생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기통은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준대형 SUV까지는 무리라고 여겼다. 시승차 키를 받을 때까지도 그 생각은 유효했다. 하지만 Q7을 타고 도로로 나오자 머릿속에 있던 물음표들이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우디의 45 TFSI 엔진은 최대토크 37.7kg·m가 1600rpm의 낮은 구간에서부터 4500rpm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

Q7 45 TFSI의 2.0ℓ 휘발유 터보 엔진은 5000~6000rpm에서 최고출력 252마력을 낸다. 한자리에 모인 GLE 300 d(245마력)보다는 힘이 약간 높지만(하지만 GLE는 디젤 모델이다), 포드 익스플로러(304마력)와 볼보 XC90 T6(320마력)엔 한참을 못 미치는 수치다. 대신 무게는 2065kg으로 가장 가볍다. 굳이 계산기를 두들기지 않아도 마력당 무게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숫자가 말하는 Q7의 4기통 엔진은 생각보다 더 약해 보였다. 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몸으로 느껴진 감각은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커다란 차를 무리 없이, 때론 힘차게 몰아붙일 수 있어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전혀 부족하지가 않다.

최대토크 37.7kg·m가 1600rpm의 낮은 구간에서부터 4500rpm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 일상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니 엔진 반응이 빠르고 가속에도 유리하다. 크고 무거운 탓인지 처음 바퀴를 굴릴 땐 조금 굼뜨긴 하다. 그렇다고 터보 지체 현상이 긴 편은 아니다. 일단 탄력이 붙고 나면 4000rpm까지 빠르게 움직인다. 출력의 상승 과정이 가파르진 않지만 힘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듯한 느낌이 무척 좋다. 다만 5000rpm 이후부터는 출력 상승 속도가 다소 주춤해지고 엔진 힘을 쥐어 짜내는 느낌이 없지 않다. 고출력보다는 실용 구간 성능과 효율성에 초점에 맞춘 듯하다.

4기통 엔진에 맞물린 변속기는 ZF에서 공급한 8단 자동변속기인데 둘의 궁합은 찰떡이다. 운전하면서 변속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명민하게 움직였다(변속기가 신경 쓰인다면 대부분 문제가 있었을 때다). 주행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유연하면서 빠르고 정확하기까지 하다. 보통 1500~1700rpm에서 기어를 윗단으로 올리는데, 추월을 한다거나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때에는 태코미터 바늘이 엔진 회전 한계치(6750rpm)에 도달할 때 변속한다. 힘을 쓸 땐 쓰겠다는 이야기다. 이 똑똑한 변속기에는 진동을 흡수하는 장치도 있다. 사실 4기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엔진 진동이다. 소음은 음악 등으로 덮을 수 있지만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런데 변속기가 엔진 진동을 상쇄하니 주행 환경은 더욱 쾌적하다.

Q7의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모난 구석 없이 적당하다. 출력 상승이 매끄러운 4기통 터보 엔진과 기어를 8단계로 잘게 쪼개서 세밀하게 엔진을 제어하는 변속기, 그리고 콰트로 시스템의 조화로운 호흡 덕분이다. 여기에 앞뒤에 들어간 멀티링크 방식의 유압식 서스펜션도 한몫한다. 비록 에어 서스펜션은 아니지만 세팅을 잘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진동을 잘 걸러낸다. 게다가 노면을 끈끈하게 붙잡고 섬세하게 움직여 매끈하고 부드럽다. 굽이진 길을 돌아나가는 움직임도 단단한 편이다. 하지만 Q7에 바랄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다. 스포티한 주행을 목적으로 이 차를 탄다면 큰 차체는 부담이고 작은 배기량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아, 연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4기통 엔진을 선택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부분일 거다. 840km,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을 때 계기반에 뜬 주행가능거리다. 연료탱크 용량이 85ℓ니까 연비는 약 9.9km/ℓ를 예상할 수 있었다(Q7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 연비는 7.7, 10.0, 8.6km/ℓ다). 실제 연비는 어땠냐고? 집에서 촬영 장소까지 시내 30%, 고속도로 70% 비율로 섞인 70km를 달려오면서 Q7은 9.5km/ℓ의 꽤 준수한 실제 연비를 기록했다. 엔진에는 연비를 개선하는 기술이 들어가는데, 밸브리프트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밸브리프트는 아우디의 가변 리프트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마찰 저항도 줄여 효율성을 높인다.

결과적으로 Q7에 4기통 엔진을 얹은 건 합당했다. 4기통 엔진은 커다란 차체에 세련되게 녹아들었고, 동시에 주행 감각과 효율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일상 영역을 벗어났을 때의 문제다. 하지만 Q7의 구매 연령층이나 취향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이 기사를 읽고도 여전히 2톤이 넘는 4기통 엔진을 얹은 Q7을 의심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다. 의심을 해소하는 방법은 경험뿐이다.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났을 때 신선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글_김선관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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