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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폼장] 상실과 그리움을 노래하다 『꿈꾸는 노란 기차』

독서신문 2020.02.14 17:32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통일이 됐다’와 ‘하나가 됐다’는 의미가 좀 다르다. 통일이 됐다는 것은 갈라졌던 나라가 다시 합쳐지는 것을 뜻하지만 서로 다른 정서가 한마음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통일을 할 것이 아니라 아리랑을 바탕에 두고 문화, 교육, 경제 등등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나가야 나중에 닥쳐올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24쪽>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나는 형들과 누나를 만나서 아버지 어머니의 아리랑을 전해줄 것이다. 애타는 그리움 줄을 가슴에 꼭 품은 채 돌아가셨다고 말이다. 이제 나는 두만강 건너 북녘땅을 바라보면서, 부모님의 검게 탄 그리움을 바람에 실려 보낼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형들과 누나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혹시 그들도 내 마음을 알아채고 고향 냄새를 바람에 싫어보내지 않을까?<35쪽>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증기가 자욱했다. 목욕을 해본 지가 오래돼 얼른 탕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탕 밖으로 튀어나왔다. 통일은 이처럼 뜨거운 물인가? 화끈거리는 부위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데, 손 동무가 다가와서 말했다. “차츰차츰 들어가야디요. 그렇잖으면 뎀네다.”<69쪽>

지금 우리는 왠지 행복의 껍데기만 좇으며 사는 것 같다. 무엇이 진정한 가난이고 풍요인지 모를 때도 많다. 그야말로 가난한 세상이 된 것이다.<126쪽>

드디어 불빛이 보였다. 저 멀리 노란 불빛 하나가 키 작은 전봇대에 매달려 아련히 빛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몸에 묻었던 어둠이 저절로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215쪽>

나는 촛불이 어둠을 밝히는 세상보다 어둠이 촛불을 빛나게 해주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세상이 아닌, “빛과 어둠이 함께하는 그런 세상에서 말이다.”<274쪽>

『꿈꾸는 노란 기차』
한돌 지음│열림원 펴냄│320쪽│15,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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