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 많은 이들이 ‘단순한 삶’을 꿈꾼다. 필요 없는 것들을 비우고 싶지만 도저히 안 되는 이들을 위한 심리 상담가의 처방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일수록 나쁜 식습관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질러진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늦잠을 자는 방어기제, 즉 ‘회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필자는 두 아이들이 대학으로 떠난 후, ‘삶을 조금 더 심플하게 디자인해보자’는 야무진 꿈을 실천하기 위해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은 편이라 불필요한 물건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몇 달째 정리를 하고 있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과감하게 정리하자’ 하면서도 버릴까 말까 수십번을 고민하곤 한다. 자, 왜 이렇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부엌 구석구석에는 언젠가 꼭 쓰일 거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않은 양파망, 음식통, 페트병 등이 쌓여 있다. 얼마 전 주문해 먹은 음식이 담겨 있던 플라스틱 통은 깨끗하게 닦아 나물이라도 무쳐 넣어두면 훌륭할 듯하다. 페트병엔 콩을 담아 보관하면 안성맞춤, 양파망도 수세미로 재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부엌 서랍 안엔 멀쩡한 유리 반찬통이 이미 넘쳐나고, 살 때부터 지퍼백에 포장되어 있는 콩도 굳이 페트병에 옮겨 담을 필요가 없다. 찌든 때를 지우개처럼 지워주는 수세미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양파망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다.
부엌의 자질구레한 물건을 넘어 옷장 속 사정도 마찬가지다. 패션은 돌고 돈다 하니 몇 년째 옷장 속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옷과 신발도 언젠가는 나를 패셔니스타로 만들어 줄 것만 같다. 그런데 이 역시 상상과는 달리 15년 전 입었던 부츠 컷 바지는 너무 작을 뿐만 아니라 유행하던 멜빵치마도 지금 나이에 입기엔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모아둔 옷, 신발, 액세서리는 삶의 공간을 비좁고 불편하게 만든다. 미래의 어느 한 순간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불편함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2. 정말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다
17년 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 말로만 듣던 바니스 뉴욕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 파격 세일을 하는 명품 코트 하나를 장만했다. 아무리 세일을 했다 하지만 주머니를 쥐어 짜내 마련한 생애 첫 명품 코트였다. 몇 년 동안 애지중지 입었는데도 명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보푸라기가 잔뜩 생겨 입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못 입게 된지 10년은 족히 되었음에도 옷장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때 주머니를 쥐어짜서 어렵게 산 그 코트는 그냥 코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새 나의 공간과 필요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코트를 살 때 지불한 돈의 가치에 더 우선을 두는 것이다. 돈이 우선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는 물건은 코트만이 아닌 수 년째 건들지도 않은 불편한 명품 구두, 집안 곳곳을 채운 무거운 가구, 거창한 부엌 용품, 운동기구까지 셀 수 없이 많다.
3. 물건을 버리면 추억도 함께 버리는 것만 같다
90년대 노래방에서는 손님이 부른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해주곤 했다. 그 당시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박스에 넣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나에겐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도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듣고 있을 만한 시간도 의지도 없다. 창고 안엔 그 외 여러 개의 박스가 있는데 남매를 키우며 모아 놓은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배냇저고리부터, 첫 한복, 첫 드레스, 신발, 그림 등 아이들의 추억을 모아두다 보니 박스는 해마다 늘어났다. 이렇듯 우리는 과거의 많은 순간들을 상징하는 물건을 수도 없이 쌓아 두고 산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되어버린 ‘추억의 물건’은 미래에 대한 집착이 되어버린 ‘나중에 쓸 일이 있을 물건’과도 같다.
1. 물건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라
2. 물건이 아닌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에 집중하자
3. 물건으로 인해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새겨 보자
4. 짧은 시간을 정해두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기
5. 자신만의 규칙과 원칙 세우기
5. 물건 정리에서 나아가 인간 관계 정리까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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