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여자 스티븐 킹'의 부담감을 이겨내다

<애니가 돌아왔다> '여자 스티븐 킹'의 부담감을 이겨내다

씨네리와인드 2020-02-14 21:30:00 신고

▲ '애니가 돌아왔다' 표지 (C) 다산책방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데뷔작 <초크맨>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신예작가 C. J. 튜더는 호러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에게 찬사를 들으며 ‘여자 스티븐 킹’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하지만 이 호칭은 첫 데뷔작을 성공시킨 작가가 짊어지기에는 커다란 왕관이었고 두 번째 작품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만 하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애니가 돌아왔다>는 그런 부담감이 지닌 무거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도입부부터 강렬함을 보여준다. 두 명의 형사가 한 집을 향하고 그곳에서 두 구의 시신을 발견한다. 교사인 엄마가 아들을 때려죽이고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쏴 죽인 이 엽기적인 사건은 아들의 방 벽에 피로 적혀진 ‘내 아들이 아니야’라는 문구로 그 기괴함을 절정에 달하게 만든다. 이 사건이 일어난 안힐이라는 마을은 과거 광산으로 유명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뒤떨어진 도시다. 이 도시로 20년 만에 조 손이 돌아온다.

조 손이 안힐로 돌아오게 된 건 애니 역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20년 전 마을을 떠났던 이유는 여동생 애니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애니가 죽었을 때와 같은 사건이 반복되었다는 의문의 메일에 그는 안힐로 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마을에는 그를 방해하는 존재가 있다. 여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지독한 악연으로 뭉친 스티븐 허스트다.

거칠고 사악한 그는 조 손을 마을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교육위원장인 만큼 교사로 안힐로 돌아온 조 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쫓아낼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스티븐 허스트의 아들과 아내 마리는 조 손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어 괴롭힌다. 강한 힘과 영리한 머리로 영악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는 스티븐 허스트의 아들은 과거 그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가 교사들에게 폭력 사실을 걸릴 때마다 내세우는 변명은 어머니가 암에 걸려 힘들다는 것이다.

스티븐 허스트의 아내인 마리는 과거 조 손이 좋아했던 존재로 마을을 떠나 꿈을 이룰 줄 알았던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존재와 결혼한 건 물론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낙담한다. 과거의 아픈 역사가 다시 안힐에서 반복되고 있고 그는 이 사슬을 끊고자 한다. 죽은 교사의 집에 묵게 된 조 손은 그곳에서 죽은 애니의 악령과 만나게 된다.

애니를 통한 공포는 딱정벌레와 인형을 통해 표현된다. 딱정벌레는 화장실 하수구를 타고 나타나며 과거 애니가 사라졌던 공포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여기에 조 손이 어린 시절 애니에게 선물했던 인형이 다시 나타나 말을 걸며 악몽을 꾸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보여주며 두렵고 마주하기 싫은 기억이 다시 반복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광산의 동굴에 갇힌 듯한 더 섬뜩하고 무서운 공포를 선사한다.

인물들의 과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죽은 자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점은 스티븐 킹의 ‘공포의 묘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만큼 소재적인 측면에서는 특별함이 없다. 때문에 몇 가지 설정적인 측면을 더해 특별함을 주고자 한다. 이런 시도는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포장하는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찌 보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조 손은 도박에 손을 댔다 막대한 빚을 지게 된다. 그리고 그 돈의 주인인 팩맨과 그의 부하인 여자가 조 손을 감시한다. 여자가 빚을 받기 위해 안힐을 향하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편입된다. 이런 설정은 장르물에 있어서는 긴박감을 준다. 조 손에게는 스티븐 허스트 외에도 그를 압박하는 존재가 있으며 조 손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동시에 빚을 독촉하는 여자의 모습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매력을 더한다.

다만 이들의 존재까지 벌어놓은 판이 많다 보니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소 허무하게 결말부를 이끌어 간다. 이 결말부가 아쉬운 이유는 반전을 통해 극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자극을 더했음에도 벌어놓은 판을 정리하려다 보니 흐름을 단절시키는 아쉬운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익숙한 소재에 새로움을 더하려는 노력이 과한 욕심이 되어버린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호러 소설이 주는 오싹하고 스산한 분위기에 교차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감정적인 깊이를 더하는 영리함을 보였음에도 전작으로 받은 환호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과하게 판을 벌였고 결말부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재능을 충분히 보여주며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마력을 보여준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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