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한국당, '기생충'에 고마워해야"

[무플방지] "한국당, '기생충'에 고마워해야"

이데일리 2020-02-15 01:05:00 신고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국당, ‘기생충’에 고마워해야”

누리꾼 CHM*****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 같은 댓글을 남기며 “만약 기생충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을 아카데미에 알리는 영화는 ‘부재의 기억’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영화 기생충 말고도 또 하나의 한국 작품인 ‘부재의 기억’이 후보로 참여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부재의 기억을 본 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봉 감독이 충격을 받은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본상에 진출해 시상식에 다녀온 세월호 참사 유족은 한 매체를 통해 “(기생충 출연 배우 송강호는) 같이 피켓 들어주셔서 기무사 블랙리스트에 오른 분이다. (배우 이선균도)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영화 ‘악질경찰’에 출연해주셨던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 시사회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영화 ‘부재의 기억’ 측. 세월호 참사 유족인 고 김건우 군 어머니 이미나(왼쪽부터) 씨, 감병석 PD, 고 장준형 군 어머니 오현주 씨, 봉준호 감독,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 “‘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

두 영화가 이번 아카데미에 함께 참여한 인연이 참 공교롭다.

외신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 쾌거를 전하며 ‘chaebol’(재벌), ‘Banjiha’(반지하) 등 상징적인 표현과 함께 ‘Blacklist’(블랙리스트)를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봉 감독을 포함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 9437명 대부분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했고 이 때문에 정부 기금에서 배제됐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블랙리스트가 이어졌다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봉 감독과 송강호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특히 봉 감독은 ‘민노당(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특이사항 때문에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좌파’들이 영화를 이념 및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봤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은 봉 감독의 영화 ‘괴물’에 대해 ‘반미’를 부각하고 있다고 바라본다”라고 명시됐다.

또 ‘살인의 추억’은 “공무원·경찰을 부패 무능한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하는 영화”로,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기는 영화”로 평가받았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이런 ‘과거’가 소환되자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성태(비례대표) 의원은 “그냥 축하하면 될 일이지, 왜 정치색을 강요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홍준표 전 대표의 지난 1월 “패러사이트(PARASITE, 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는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누리꾼이 등장하는가 하면, 김재원 정책위원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범여권 ‘4+1 협의체’를 비판하면서 “민주당과 그에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 감독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정치판의 기생충’임이 틀림없다”고 비꼰 발언이 새삼 화제가 됐다.

지난 2017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언급한 배우 송강호
◇ “봉준호 감독은 대구의 아들”

기생충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도 유일하게 논평을 내지 않았던 한국당은 이번 아카데미 수상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국당 대구 지역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봉 감독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대구의 아들’이라며 설익은 공약을 쏟아냈다. ‘대구에 영화 박물관을 설립하겠다’, ‘봉준호 감독 기념관을 짓겠다’, 심지어 ‘봉 감독 생가터를 복원하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했다.

또 강효상 의원은 봉 감독과 동시대에,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고 강조하는 등 ‘기생충’ 쾌거를 이용하기 바빴다.

이에 정치적인 이유로 전 정권에서 배제한 문화계 인사를 이제는 총선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숟가락을 얹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의원은 “코미디에 죽자고 대드는 다큐 한 편 등장! 하긴 기생충도 블랙 코미디였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민 의원은 또 페이스북에 20대 국회 4년 동안 받은 자신의 수상 이력을 내세우며 “영화 ‘기생충’이 상 4개를 탔다고 난리들이던데”라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영화가 제기한 빈부격차와 양극화라는 화두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사진=민경욱 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

봉 감독이 오스카 캠페인을 거치면서 무려 500차례 이상 외신 인터뷰와 100여 회 이상의 관객과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영화가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만큼 정치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

그 가운데 뉴욕영화제에선 사회자가 봉 감독을 향해 “한국 선거에 나가나? 나가도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봉 감독은 무대 위에 함께 있던 배우들을 가리키며 “저와 여기에 있는 모든 배우는 예술에만 미친 사람들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 심포지엄에선 영화의 정치·사회적인 요소 관련 질문을 받고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관객을 제압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나 접근이 있어야 하고, 한 명 한 명 파고 들어가다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그 인간이 속한 사회나 시대가 나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대나 정치로 확장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일단 관객들이 웃고 떠들고 무서워하면서 영화를 재밌게 보길 바란다. 그리고 집에 가서 씻으려고 옷을 벗다 보면 몸에 베인 상처가 있는 거다. 관객이 ‘내가 언제 베였지?’라는 느낌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또 기생충에 대해 “악인이 없으면서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송강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막힌 표현”이라며 “딱 맞지 않나. 우리 삶의 모습을 반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봉 감독만큼의 고심도 없이 다 된 아카데미 상에 다급히 숟가락을 올린 정치인들을 보면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인 ‘기생충’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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