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 힘든’ 김영하의 고민과 도전

‘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 힘든’ 김영하의 고민과 도전

아이뉴스24 2020-02-21 02:36:10 신고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미래를 엿봤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에 대한 비유로써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라일락룸에서 열린 ‘작별 인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밀리의 서재]

그는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작별 인사’에 대해 “한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다”며 “지금까지 써왔던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어서 일종의 재밌는 모험·도전 같은 기분으로 써왔다”고 소개했다.

이야기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17세 소년 철이가 어느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끌려가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환경에서 주인공들은 충격과 고난을 겪지만 다양한 타자들과의 만남과 연대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김 작가는 “소설은 상징과 비유로 말하는 양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설 안에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등이 나오지만 공상과학소설(SF)이나 판타지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어디까지를 우리가 인간으로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을 받아들여야할 것이냐, 격리해야할 것이냐’ ‘외국인의 경우 자기네 나라로 추방해야할 것인지, 인간으로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자기와 다른 존재들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느냐’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느냐’ 그리고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에서 인간다움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요즘 더더욱 그런 문제들이 고민이라 소설에 담았다”고 밝혔다.

[밀리의 서재]

장르와 관련해 그는 “등단 초기부터 내가 순문학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며 “장르적인 규칙·요소들을 차용해 소설을 써온 건 나의 오래된 이력과 습성”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뿐만 아니라 문단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이 장르와 순문학의 경계를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의식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순문학은 뚜렷한 특징과 경계를 갖고 있지 않은 문학”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또 “그런 면에서 계속해서 다른 장르적 규칙들을 엄격하게 지키는 문학들의 요소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 문학들도 순문학에서 발전시켜온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심리묘사 등 대담한 여러 가지를 가져가면서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며 “서로 삼투하면서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밀리의 서재]

‘작별 인사’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의 세 번째 종이책으로 독서앱 밀리의 서재에서 지난 15일 선출간됐다.

김 작가는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플랫폼이기 때문에 낯설었다”며 “처음에 제안 받고 며칠 동안 사용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책을 가장 좋아하지만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짬이 나거나 책을 들고 있기 괴로울 때 유용하게 활용했다”며 “나는 늘 오래 뭘 하는 것을 굉장히 지겨워하는 편이고 하던 대로 하는 게 답답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서비스고 일하시는 분들도 도전적이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했다”며 “여기에 쓰는 소설도 나 개인에게 도전이 될 만한 이야기로 해보자고 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또 하나는 일종의 회원제 서비스기 때문에 처음에 확 공개되는 것보다 부담이 적어서 좀 더 대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런 것들이 소설의 주제나 내용을 선택하는 데 용기를 준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출판계 가장 도전이라고 할 법한 것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아니라 더 이상 책을 안 사는 사람들”이라며 “‘서점에 아예 안가기 시작한 사람들을 다시 서점으로 모을 수 있을까’가 굉장히 고민”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여러 가지 통계들이 나오고 있다”며 “그건 세대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이책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하게 됐다. 그것을 보관하는 장소에 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되는 것”이라며 “고시원·원룸·반지하·옥탑방 등을 전전하면서 어떻게 종이책을 사서 집에다 놓겠나. 그런 면에서 그들이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러 가지가 보완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디지털 포맷으로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종이책을 경험하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의 편집에 의해서 정제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해보게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밀리의 서재]

‘작별 인사’ 종이책 출판에 대해서는 “아직 계약을 하진 않았지만 문학동네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3개월 후가 되겠지만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연재할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선공개를 함으로써 독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며 “수정할 부분이 많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출판사 설립 소문과 관련해 “내가 출판사를 차리는 것도 아니고 문학동네 임프린트(독자 브랜드)도 아니다”라며 “출판사를 차린 사람은 내 아내”라고 정정했다.

그는 “신간도 내겠지만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절판된 책들을 주로 낼 것”이라며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론드’ 같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 책 중에도 절판되거나 계약이 종료된 것이 있다”며 “나의 구간들을 일종의 백리스트로 삼아서 아내가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케팅이라든가 서점에 배본하는 부분은 규모가 작은 출판사에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학동네가 도와줄 것”이라며 “4월부터 책이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최근 논란이 된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동료작가들의 투쟁 싸움을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창작자·예술가의 권리를 찾기 위한 자기희생, 특히 윤이형 씨의 결정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제화를 통해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예술인권리보장법을 20대 국회가 마감하기 전에 통과시켜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보탰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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